lundi 9 mars 2009

북한체제의 이해 / 체제통합연구회 엮음 / 명인문화사

북한의 체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분석결과를 제시하는 책이다. 통상적으로 ‘체제’라 하면 ‘제도’라는 구조적 측면을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제도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본구조이기 때문에 그 제도의 적합성과 효율성을 판단하려면 그 제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정책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제도와 정책적 측면을 아우르는 체제연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변화와 지속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서문

제1장 정치.행정체제: 변화실태와 한계 / 최진욱
1. 서론 ..1
2. 국가 기관 ..2
국가기관의 조직원리 | 중앙국가기관 | 지방국가기관
3. 조선노동당 ..12
조선노동당의 지위와 역할 | 중앙당 | 지방당
4. 북한 당.국가체제의 기원과 변화과정 ..21
소련식 당.국가체제 | 중국식 당위원회중심체제 | 북한의 당?국가체제
5. 1998년 헌법개정이후 새로운 당?정관계의 모색 ..28
내각의 위상강화와 기능 조정 | 당의 역할 축소 | 선군정치의 정치적 함의
6. 결론 ..32

제2장 경제제도: 변화와 지속 / 이 석
1. 서론 ..37
2. 북한 경제제도의 전형: 구조와 형태 ..39
완전 계획화 제도 | 전민 (식량)배급제도와 농민시장 |
산업관리제도: 성(省) 제도와 대안의 사업체계 | 농업관리제도: 위원회 제도와 주체농업
3. 북한 경제제도 변화의 연대기 ..54
제도변화의 시발점: 1980~1990년대 초반까지 |
제도의 와해와 새로운 전환: 1994~1997년 | 변화와 지속: 1998년~현재
4. 제도 변화의 내용과 평가 ..63
완전 계획화에서 계획의 분권화?유연화로 | 전민 배급제에서 배급과 시장의 공존으로 |
산업 및 농업의 관리제도: 변화인가 지속인가?
5. 결론 ..69

제3장 외교정책: 이중성의 지속과 변화 / 김계동
1. 서론 ..75
2. 북한 외교정책의 기조 ..76
북한외교정책의 목표와 이념 | 북한 외교정책의 이중성
3. 의존적 동맹외교와 자주외교 ..81
공산체제공고화와 진영외교의 강화 | 북한 의존외교의 제도화: 중국 및 소련과의 동맹 |
동맹 이후의 외교: 의존과 갈등의 이중주
4. 체제생존을 위한 외교활로 모색: 개방과 벼랑 끝 외교 ..89
대서방 외교정책의 기원 | 탈냉전에 따른 생존외교의 모색 |
이중성 외교의 지속과 변화: 개방과 벼랑 끝 외교
5. 결론 ..101

제4장 군사제도와 정책 / 서주석
1. 서론 ..107
2. 북한 군사력의 역사적 변천 ..108
북한군의 창건 | 6?25전쟁을 전후한 중?소 의존 |
4대 군사노선 수립과 독자적 군사력 건설
3. 북한의 군사기구와 군사력 ..114
북한의 군사지도기구 | 북한군의 편성..

왕을 참하라 - 상, 하 /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동서양의 역사에 정통한 재미 역사가가 쓴 독특하고 기발한 새로운 개념의 조선사 책이다. 우리가 학교 교육에 의해 잘못된 역사를 배웠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조선 역사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토대로 기존의 사가들이 감히 꺼내기 어려웠던 조선사의 숨겨진 치부들을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기존의 조선사 책들과는 분명히 대별된다. 첫째, 조선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 왕과 양반 계급으로 대표되는 지배층의 관점이 아니라, 신분과 출신이 천하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아온 피지배층의 관점에서 조선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둘째, 이 책은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과 필체가 일반적인 역사서와 판이하다. 먼저 이 책은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이는 딱딱하고 학술적인 서술 방식 때문에 역사서에 접근하지 못했던 일반 대중들이 쉽게 역사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27명의 왕들 가운데 명군 세종(4대)과 정조(22대)를 제외한 다른 왕들 가운데 그나마 ‘밥값이라도 한 왕’은 5~7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유부단함으로 조광조의 개혁정치를 그르쳤던 중종(11대)을 ‘얼뜨기’로, 문정왕후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명종(13대)을 ‘마마보이’로, 무엇을 했는지 잘 알 수 없는 헌종(24대)과 철종(25대)을 ‘하는 일 없이 세월만 축낸’ 왕으로 묘사한다.

상권

1.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체와 사회제도 그리고 문물
2. 조선의 개국과 조선의 왕들
3. 제1대, 콩가루 집안의 태조 이성계와 소설 함흥차사
4. 여말선초의 인물
5. 그냥 잠깐 앉아 계시다가 내려온 제2대 정종과 꼬마 동생들을 패대기쳐 죽인
제3대 태종 이방원
6. 동양 역사상 최고의 명군 제4대 세종
7.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 훈민정음 창제
8. 요절한 제5대 문종, 제6대 비운의 소년 단종과 제7대 야심 덩어리 수양대군 세조
9. 명이 짧았던 제8대 예종과 잘 먹고 잘 살다 간 제9대 성종
10. 철딱서니 없이 황제를 흉내 낸 제10대 연산군과 사화의 시작
11. 제11대 얼뜨기 중종과 조광조의 좌절
12. 독살당한 제12대 인종과 제13대 마마보이 명종, 그리고 부패한 암탉 문정왕후
13. 비겁하고 간교한 소인배 제14대 선조와 망국의 당쟁 시작
14. 세계 최강 육군 국 일본과 세계 최강 해군국 조선의 격돌, 조일전쟁의 진상
15. 개혁의 좌절, 아까운 제15대 광해군
16. 무능하고 잔인한 제16대 인조와 소현세자의 독살
17.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쪽팔리는 조청전쟁

하권

18. 북벌을 꿈꾼 미남 군주 제17대 효종과 별 볼일 없었던 제18대 현종
19. 사생결단의 당쟁을 즐기며 왕권을 강화한 제19대 숙종과 당쟁에 희생된 장희빈
20. 독살설의 한가운에 있었던 장희빈의 아들 제20대 경종
21. 원죄를 가지고 즉위한 제21대 영조와 당쟁에 희생된 사도세자
22. 조선의 마지막 불꽃 제22대 정조의 미완의 개혁
23. 조선의 천주교와 실학
24. 천재들의 시대
25. 제23대 허수아비 순조, 그리고 조선의 숨통을 막아버린 요망한 암탉 정순왕후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26. 세월만 축낸 제24대 현종과 제25대 강화 촌놈 철종
27. 반란과 격변에 휩싸인 청나라
28. 격동의 시대를 산 제26대 고종과 풍운아 대원군
29. 실패한 혁명가 김옥균의 삼일천하, 갑신정변
30. 미완의 혁명 동학농민전쟁과 녹두장군 전봉준
31. 청일전쟁
32. 조선의 마지막 몸부림과 대한제국
33. 러일전쟁과 일본의 동양 제패
34. 옥새가 없던 제27대 순종과 500년 왕조 조선의 멸망

안중근 평전 /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안중근 의사는 독립운동가로서뿐 아니라 세계평화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선각적인 지도자였다. 하얼빈 의거 말고도 국채보상운동, 교육사업, 의병전쟁 등 수많은 구국 운동에 참여했고,<동양평화론>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동양 평화에 대한 지론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동아시아의 현재와 미래의 ‘평화구도’와 공동체 모델로 인식되는 대단히 선구적인 것이었다. 그는 한.중.일이 공동으로 동양평화회의를 구성하고, 국제적 분쟁지인 여순을 중립화해 그곳에 동양평화회의 본부를 설치할 것과 3국 공동의 개발은행을 설립해 공동화폐를 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 책은 안중근 의사의 처형 전후에 대한 여러 사람의 증언과 기록을 통해 그날의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서는 안중근 의사 순국 후 국내외에서 쏟아진 시문과 각종 전기 등을 수록해 당시 안중근 의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준다.

제1장 북두칠성 정기 안고 태어나다
망해가는 나라에 의열사 부르네
이토 히로부미, 고종황제 퇴위시켜
일본의 조선침략론 불타오르고
‘탈아론’의 첫 희생이 된 조선
7개의 흑점 있어 아명 응칠이라 지어
큰 인물, 아버지 안태훈
신천군 청계동으로 이사
유복했던 어린 시절
글공부보다 상무기풍 키워

제2장 개화인물 안태훈과 상무소년 안중근
동학군에 맞서 담대한 용기 보여줘
40명 정병으로 1000여 동학군 물리쳐
‘갑오의려’의 개화적 시대인식
떡잎부터 남다른 ‘될성부른 나무’
안씨 가문에 밀려든 첫 번째 위기
백범 김구를 초청하다
안중근 가문과 김구의 인연
술마시고 노래하던 호방한 시절도

제3장 개화·천주교 수용을 통해 안중근 사상 형성
19세 때 영세 입교 후 천주교인으로 활동
좌절된 천주교대학 설립의 꿈
해서교안으로 탄압받아
의협심과 정의감으로 사회문제 해결
안태훈의 천주교 입교 시기 재론

제4장 민권·민족의식에 눈뜨고 구국운동 나서
러일전쟁 와중에 한국 침탈한 일제
망국위기에 계몽운동 나서다
아버지와 망명계획 세우고
상해 한국재산가들에게 실망하고
‘민족’의미 헤아린 민족주의자
국내 사명 깨닫고 귀국길에
돈의학교와 삼흥학교 세워
서북학회 그리고 국채보상운동에 참여

제5장 구국의 꿈을 안고 고국 떠나 의병 창설
군대 해산 과정 목격
현대식 무기와 활·죽창의 대결
1907년 8월 1일 고국 떠나
간도에서 다시 러시아로
이범윤 등 만나 의병전쟁 설득 나서
의병참모중장으로 출전

제6장 의병전쟁 그리고 단지동맹
‘처변삼사’, 의병을 조직하고
의병 이끌고 국내 진입작전
사로잡은 왜군포로 석방이 화근 돼
만국공법 인식한 선각자
선혈로 맺은 ‘단지동맹’

제7장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를 쏘다
협객 형가의 의거
거사자금 100원 빼앗다
“이토 처단은 내가 한다”
거사 동지 우덕순 등 만나
[장부가] 지어 의기 높이고
을사늑약 이래 희소식, 10월 26일
세 발의 탄환 이토를 토살하다
하늘을 향해 ..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 이길상 지음 / 푸른숲

2003년부터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검토해 해당 국가에 수정을 요청해온 저자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지닌 객관적 위상을 냉정하게 평가한 뒤 교과서 외교를 통해 한국이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가 검토한 외국 교과서는 40여 개국의 500여 종에 달한다. 거의 모든 대륙과 문화권을 망라하고 있기에 이 책이 보여주는 여러 사례는 경제력이나 한류 등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의 위치를 가늠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급속한 발전을 이룬 경제 대국에서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영양 부족 국가에 이르기까지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이미지는 아직 세계인의 인식 속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교과서 문제는 정부가 나서 큰 목소리로 외교 문제화할 게 아니라, 민간 차원의 학술적인 노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역할은 그런 노력을 뒷받침할 해외 한국학 지원, 성실하고 꾸준한 국가 홍보라는 것이다.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 신기욱 지음, 이진준 옮김 / 창작과비평사

단일민족의식은 해체돼야 할 신화적 믿음에 불과한가 아니면 인정해야 하는 실체인가? 민족주의가 한국사회에 끼친 공과는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들을 풀기 위해 종족동질성의식에 기반한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그 정치적 원리와 역사적 유산을 치밀하고 광범한 연구조사로 낱낱이 밝히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글
서문 한국 민족주의의 뿌리와 정치를 규명하며

1부 기원과 발전
1장 범아시아주의와 민족주의
2장 식민지 인종주의와 민족주의
3장 국제사회주의와 민족주의
4장 북한과 ‘우리식 사회주의’
5장 일민주의와 ‘조국근대화’

2부 논쟁적인 정치
6장 민족 만들기에서 보편주의와 지방주의
7장 전통, 근대성, 민족
8장 분단과 민족대표성의 정치
9장 민족, 역사, 정치

3부 최근의 경향
10장 종족정체성과 민족통일
11장 민족주의와 세계화 사이에서

결론 계보, 유산, 미래

장편동화 ’1940년 열두살 동규’ / 손연자 / 계수나무

3.1절을 앞두고 3.1운동 이후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을 그린 동화 ’1940년 열두살 동규’(계수나무 펴냄)가 출간됐다.

10년전 단편집 ’마사코의 질문’을 통해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고통을 그려냈던 손연자 씨는 다시 같은 시대를 다룬 장편 동화를 통해 ’돌아보고 반성하며 앞날을 내다보기 위해’ 역사를 이야기한다.

3.1운동 이후 일제의 문화통치가 이뤄지던 1940년. 12살 소년 동규는 친구의 엄마가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아들인 시까노스케와 친해지면서 시까노스께의 아버지와 외삼촌이 종로경찰서의 고등계 형사라는 것과 동경으로 미술 공부를 하러 떠난 자신의 아버지가 요주의 인물로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에 동규에게 태껸을 가르쳐 주던 숯장수가 찾아온다. 동규의 할아버지가 숯장수에게 돈이 든 전대를 건네는 순간 일본 형사가 들이닥치고 할아버지가 경찰서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평범한 소년 동규의 삶은 이후 극적으로 변한다.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 산골을 거쳐 아버지가 있는 북간도로 건너간 동규는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아버지를 만나며 자신도 소년 독립군으로 거듭난다.

동화정책을 썼던 일본에 맞서 아이들이 근본을 잃지 않도록 가르쳤던 조상의 모습도 그려진다. 자신의 이름을 ’요시야마 도오규’라고 말하는 동규에게 할아버지는 회초리를 들며 “거슬러 살지 않으면 길들어 살게 된다”며 “네가 최동규라는 걸 꿈에도 잊지 말 것”을 가르친다.

일제의 참혹한 학살현장을 담은 사진과 초가집 동네의 국기게양대에 일장기가 나부끼는 사진을 보며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역사는 덮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돌아보고 반성하며 앞날을 내다보라고 있는 것”이라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되찾은 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겨줄 것”을 당부했다.

김산호 그림. 232쪽.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 / 박노자ㆍ허동현 / 푸른역사

’우리 역사 최전선’(2003)과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2005)를 통해 다양한 한국 근대 100년의 모습을 토론하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교수와 허동현 경희대 교수의 또 다른 논쟁을 담은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푸른역사 펴냄)가 출간됐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이 책에서 두 사람은 각각 ’길들이기’와 ’편가르기’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근대 100년을 이야기한다.

한국 근대 100년을 ’길들이기’로 보는 박 교수에게 춘원 이광수는 두 얼굴의 지식인이다. 춘원은 간디에 대한 예찬을 통해 톨스토이의 화두인 평화와 비폭력을 옹호했지만, 한편으로는 ’힘이 있는 자만이 자유와 개성을 논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사회진화론의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을 신조로 삼은 인물이었다.

박 교수는 이런 춘원의 두 얼굴이 민족을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근본단체’로 본 데서 연유한다고 말한다.

그는 춘원이 근대를 배우면서 독립적인 개인의 존엄성과 권리, 개인의 생명과 자존 같은 부분을 거의 처음부터 제외했기 때문이라며 “’계급’을 아예 ’이기적 욕망의 결과물’로만 치부해 배제하고 ’개인을’ 개인 그 자체가 아닌 하나의 부속으로만 인식하는 거대 담론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이와 같은 비극적 결과는 거의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허 교수는 춘원이 한결같이 국가주의 내지는 민족주의 가치를 추구했으며 기독교나 불교를 비롯한 여러 사상은 민족과 국가에 유익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취사선택됐던 종속적 가치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허 교수는 그 근거로 춘원이 1910년에 쓴 ’나(余)의 자각한 인생’ 중 한 구절을 제시한다. 그는 ’국가의 생명과 나의 생명과는 그 운명을 같이하는 줄을 깨달았노라… 나는 이름만일 망정 극단의 크리스천으로, 대동주의자로, 허무주의자로, 본능만족주의자로 드디어 애국주의에 정박하였노라’라는 구절을 통해 춘원이 사회진화론의 세례를 받기 훨씬 이전부터 관념적인 ’민족’이나 ’국가’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허 교수는 춘원이 종교적 사랑을 예찬하면서 한편으로는 일그러진 근대를 찬양한 야누스적 존재라기보다는 ’민족’이라는 실에 자신이 삶의 궤적에서 만난 다양한 사조라는 구슬들을 꿴 일관된 민족주의자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이 밖에도 ’민족개조론’과 ’매춘여성’, ’신여성’, ’한류’(韓流), 식민지 시대의 여성 등 한국 근대 100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쟁하며 ’다원적이고 총체적’인 역사 쓰기를 시도한다.

Copyrights ⓒ 연합뉴스.

세상을 바꾼 여인들 / 이덕일 / 옥당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였을까? 율곡 이이가 쓴 《나의 어머니 일대기》에 의하면 사임당은 결혼 후 19년이 지나서야 시댁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별다른 내조를 한 것도 없고, 시어머니 얼굴을 처음 본 것도 혼인한 지 3년이 지나서였다. 현모양처 이미지는 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왕건의 손녀 천추태후는 권력욕에 눈먼 음녀(淫女)인가? 그녀는 장성한 아들을 두고도 섭정(攝政)을 감행하고, 여동생의 자식을 없애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정도로 규정짓기에는 그녀가 남긴 족적이 너무 크다고 평한다. 천추태후는 성종의 중국식 유교 정치에 맞서 고려 전통을 지키고 '대제국 고려'를 만들려고 했던 여걸이었다. 김치양과의 간통도 당대의 정조관념으로는 문제 될 것 없었다.

남 성 지배구조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된 역사 속 여성 25명의 이야기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풍부한 사료를 근거로 이들의 실제 인생을 재추적했다. '출가외인'과 '여필종부'의 길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 당당히 살고자 했던 그녀들의 삶과 도전, 성공과 좌절은 남녀평등사회라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책 자체가 현대여성들의 달라진 사회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남성중심사회에 대한 도발인 셈이다.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개혁과 갈등의 시대: 정조와 19세기 / 유봉학 /신구문화사

정조의 죽음으로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는 좌절됐을까.

조선말 개혁 군주의 표상이었던 정조의 죽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정적으로 알려진 노론 벽파의 실력자 심환지와 정조가 빈번하게 교류했다는 사실이 최근 발견된 ’정조어찰’을 통해 드러났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은 미궁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유봉학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된 ’개혁과 갈등의 시대: 정조와 19세기’(신구문화사 펴냄)를 통해 소설, 영화 등에 빈번히 등장하는 ’정조 독살설’을 일축한다. 또한 정조 사후 세도정치가 횡행하면서 정조의 개혁 작업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조선사회는 보수반동으로 치달았다는 주장에도 선을 긋는다.

저자는 “정조가 진보적 사상을 가진 소수의 시파와 남인 실학자들과 함께 개혁을 추진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은 사도세자와 정조, 시파, 남인을 선(善)으로 전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정조가 집권 후기 들어 화성 건축과 같은 무리한 토목공사와 왕권 강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지지세력으로부터 신망을 잃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실망과 갑작스런 병마때문에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조가 추구한 왕권강화 정책은 시대 분위기와 역행하는 일이었다. 당시 노비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고, 양반조차 생산활동에 종사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 등 전통적 신분제가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를 암살한 노론 벽파가 정조 사망 후 정국을 주도하면서 세도정치를 이끌었다는 주장도 잘못된 상식이다.

1800년 정조 서거 후 노론 벽파가 정국을 주도한 기간은 단 5-6년뿐이었다. 1806년 벽파를 일망타진하고 나서 집권한 세력은 정조가 키워낸 시파 관료들이었고, 그들은 그후 약 60년간 세도정치라는 이름으로 조선 땅을 지배했다.

즉, 세도정치를 이끈 김조순, 남공철, 심상규, 이만수, 서영보는 정조가 가장 아끼던 최측근으로서 한때 신학(新學)과 신문(新文)에 지나치게 기울었다며 정조로부터 견책을 받기도 했던 ’북학’의 선두주자였던 것.

저자는 “정조 사후 조선의 상황이 정조시대의 개혁과 긍정적 분위기를 완전히 거슬러 보수반동의 길로 치달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조의 의도대로 (세도정치가들이) 조선사회를 이끌지는 않았을지라도, 19세기 세도정치기의 역사는 정조시대와의 단절이라기보다 대체로 그 연장 선상에서 전개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조 시대의 자주적 근대화 노력이 정조 사후 좌절됨으로써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었고, 외세의 침략을 자초했다는 설명은 식민사관에 근거한 오류일 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만 저자는 정조가 말년에 군주의 초월적 지위를 강조했고 이 같은 그의 정책은 변화하는 조선 사회의 정치적 저항을 받았다면서 “결국 정조는 (이런 난국을 타계하기 위해) 신임이 두터웠던 김조순에게 아들에 대한 보좌와 정국주도를 당부함으로써 외척이 주도한 세도정치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Copyrights ⓒ 연합뉴스

mardi 3 mars 2009

촛불집회와 한국사회 / 홍성태 외 / 문화과학사

촛불집회와 한국사회 = 홍성태 외 지음. 촛불집회와 관련, 지난해 학술지나 계간지에 발표된 글 8편과 미발표 논문 1편을 묶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촛불집회와 10대 참여자들의 사회적 특성'을 분석한 고려대 김철규 교수의 논문.

지난해 계간지 '경제와 사회' 겨울호에 실렸던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김선업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 등 2명과 함께 작년 6월14일에 있었던 촛불집회에 참가한 10대 참가자 333명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성별로는 전체 참가자 중 여학생(70.4%)의 비중이 남학생(29.4%)을 크게 웃돌았고, 학년별로는 고등학생(66.2%)이 중학생(33.8%)보다 2배가량 많았다.

계층별로는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답한 학생이 59.0%로 가장 많은 가운데 중하층(19.6%)과 중상층(16.5%)이라고 밝힌 답변이 뒤따랐다.

김 교수는 "촛불집회 참가학생들은 연예인보다는 사회현실, 정치적 현안 등에 관심이 높았고, 적어도 촛불집회에 자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이미 이전에 다른 단체나 집회 활동을 경험했던 학생들이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발표 논문인 '촛불집회와 정체성의 정치'(최현.제주대)를 포함해 '촛불집회와 신자유주의'(강내희.중앙대), '촛불집회와 민주주의'(홍성태.상지대), '촛불집회와 10대 참여자들의 주체형성'(이해진.한국청년정책연구원) 등의 글이 실렸다.

전쟁이 만든 나라, 북한의 군사 공업화 / 기무라 미쓰히코, 아베 게이지 / 미지북스

1945년 해방에서부터 한국 전쟁 직전까지 북한의 공업화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1950년대 중후반에 북한의 본격적인 공업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전제하면서 논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개된 자료나 발굴된 자료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북한 연구 현실에서, <전쟁이 만든 나라, 북한의 군사 공업화>는 일본의 기업사 자료, 북한의 자료, 소련의 자료, 최근 공개된 극비 문서 등을 통해 1910년부터 1954년까지 북한 지역의 ‘공업화의 역사’를 ‘기술사(技術史)’의 측면에서 살펴봄으로써, 식민지 근대화 논쟁이 발전적, 생산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전편에서는 1910~1945년, 즉 식민지 시기의 공업과 공장의 실태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식민지 공업화론에서 경시되거나 무시됐지만 북한 지역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광업 부문을 비롯하여 금속 기계 공업, 화학 공업, 섬유와 식료품 등 경공업 등을 차례로 살펴보고, 보론을 통해 식민지 시기 북한의 공업화에 관련된 주제들, 즉 인프라(전력, 철도, 항만), 기술자, 남한의 공업화를 검토하고 있다.

후편에서는 1945~1950년, 해방 이후 한국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일제 붕괴 직후 북한에 남아 있던 구(舊)일본 기업에 어떠한 물적 손실이 발생했는지, 스탈린의 점령 정책이 북한의 공업화를 어떻게 좌우했는지, 해방 후 공업의 재건과 관련하여 1945~1948년의 공업 실태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김일성이 전쟁을 위해 물자를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규명한다.

- CNB뉴스 , CNBNEWS - 이우인 기자 / 2009-02-22

mercredi 25 février 2009

추방과 탈주 / 고병권 / 그린비

한국사회 민주주의, 관계자외 출입금지
<추방과 탈주> 지금 한국사회를 읽다

이인 (specialin)

뉴스를 보기가 겁나는 시대입니다. 시민들이 떼죽음당하고 끔찍한 범죄들이 며칠을 멀다하고 터지고 있어요. 패러다임자체가 크게 변화하는 세계와 동떨어져서 한국 사회는 거꾸로 타들어가고 있기에 시민들은 불안합니다. 콘크리트 쏟아지는 강에 사는 물고기가 된 기분으로 참담하게 오늘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쇠고기 수입에서부터 용산참사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삶에 맞닿아있는 문제들이지만 엉뚱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혀 시민들이 바라는 방식으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이들이 느꼈듯이 수유+너머 연구소의 고병권 철학자도 엄습하는 불길한 조짐에 거리로 나갑니다. 거기서 느낀 점을 책으로 냅니다. <추방과 탈주>[2009. 그린비]는 그 결과물로 삭막하다 못해 잔인해지는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진단합니다.


한국사회가 민주주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

민주주의(데모스크라시)는 민중이 주인이 되어 운영하는 사회제도를 뜻합니다. 하지만 이제 민중이 없는 지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민중을 추방하고 있지요. 이것은 민주주의가 몇 가지 제도나 장치들의 이름에 불과하며 통치기계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그럼 지금은 무엇일까요? 지은이는 귀족정이나 군주정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고 밝혀요. 몇 몇 권력자들이나 시스템의 작동에 관여하고 있는 기술자들이 민주정이란 이름으로 귀족정이나 군주정을 시행하고 있다는 느낌이지요.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특정 분파가 민주주의를 장악하고 민주주의가 모두의 이득이 아닌, 특정 분파의 이익에만 복무한다는 거지요.

이명박 정부 아래서 이 경향은 더 노골화되었지요. 현 정부의 정책들은 입안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어이, 물렀거라, MB대왕님 납신다,’를 외치며 철저히 시민들을 물리치고 계시죠. 한국 민주주의는 시민과 공권력 사이에 매개나 조정을 하기보다는 명령이나 통보 형식을 띠며 시민들의 삶에 침투해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대부분 서민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기에 공권력에 의해서 거부되고 있지요. 보통 서민이 정치에 참여할라치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보이며 쫓아내기 일쑤지요. 시민들은 이제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결정으로 배제되고 있지요. ‘합의로부터 배제’되고 ‘합의를 통해 배제’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10년? 그들은 같은 팀 릴레이 선수들이었다!

김영삼 정부가 추진한 금융시장 개방과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완수한 것은 정권을 교체한 김대중 정부였고, 노무현 정부가 완수하지 못한 한미FTA 최종 비준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역시 정권을 교체한 이명박 정부다. 서로 당파는 다르지만 흥미롭게도 그들은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트랙 위에서 바통을 후임자에게 성공적으로 건네주었다. - 책에서

지은이의 따끔한 분석처럼, 네 개의 정부 두 번의 정권 교체가 있었음에도 신자유주의의 공세와 숙성에는 어떤 단절도 없었어요. 단지 그것을 책임지는 관리자들만 바뀌었을 뿐이죠. 지금, 이명박 정부는 전 정권에서 잘 닦아놓은 신자유주의 노선 위를 마음껏 질주하고 있지요.

한 마디로 이번 정권교체는 노선의 교체라기보다는 속도의 교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요. 지난 정부가 슬슬 눈치를 보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불도저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요. 선진국과 방향이 많이 달라 한국에서 사는 대다수 시민들에게는 ‘괴로운 역주행’이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 정부는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정권 교체세력들은 ‘잃어버린 십 년’ 타령을 부르며 과거로 돌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듯 황당하게도 그들은 잃어버린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오히려 그들은 ‘잃어버린 십 년’동안 그들의 주머니는 더 불룩해졌고 얼굴은 기름기로 더 번들거렸지요. 그들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었으나 십년 동안 생존의 위기로 몰린 수많은 민중들은 ‘살림살이 상실시킨 정권 타도’에 표를 몰아주지요.

그 결과는 현실에서 보시는 대로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닦아놓은 신자유주의 때문에 ‘생활 기반의 상실’이 생겨 이명박 정부를 지지한 민중들은 이제 ‘삶 자체가 상실’하게 생겼습니다. 형식상 시민권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들은 비국민들이 되어 존립 기반을 잃게 생겼습니다. 이들은 국가의 일원이지만 국민은 아닌 자들이죠.

부와 권력을 일부 집단에만 쏠리고 대중들은 주변으로 밀려나서 불안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권력과 부의 영역에서 대중들은 끊임없이 추방되었지요. 각종 양극화 지표들이 잘 보여 주고 있듯이 1997년 이후 한국사회는 권력과 자본의 핵심을 장악한 소수의 세력과 그렇지 못한 대중들로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 국가의 주인에서 추방되어 희생당하는 내부난민들

권력과 자본을 장악하지 못한 대부분 서민들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용산참사입니다. “국가의 설립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야수들”이라고 니체는 말해요. 말 그대로 공권력은 갑자기 들이닥쳐 삶을 파괴하지요. 용산참사에서 볼 수 있듯이 철거민들은 국민이 아닙니다.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장애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공권력을 ‘늘 그렇게 해왔듯’ 장애물을 치워 버립니다. 사람이 죽어도 일 하다 실수한 것이기에 사과를 할 수 없는 겁니다.

모두의 이익이라며 몇 몇 예외를 희생시키는 게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국민 모두가 살길’이라는 식의 얘기는 ‘제발 우리를 살려 달라’는 보통 서민들의 외침을 묵살해버립니다. 자기 나라 안에 있으면서 사실상 자신을 보호해줄 정부를 갖지 못하는 이들을 ‘내부난민’이라고 지은이는 부릅니다. 몇 푼을 쥐어주면서 평생 고기잡이를 한 어민들은 쫓아내자 “아, 우리는 국가의 주인이라기보다는 국가에 빌붙어 생계를 유지하는 거지였구나. 우리는 국민이 아니었구나.”를 깨달았다고 추방당한 어부는 고백합니다.

지금까지, 안타깝게도 추방당한 사람은 이 사회의 ‘예외’이며 그들의 희생은 가슴 아프지만 전체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가 드셌지요. 하지만 이제 그 ‘예외’는 일상화가 되고 있고 희생은 대중화가 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예외’들을 몸으로 겪은 대중들은 자신도 언제 희생될지 몰라 불안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치면에서 보수주의가 되죠. 그들은 자기 삶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사태를 견딜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보수주의가 된다고 서민들에게 콩고물은 떨어지지 않지요. 도리어 먹음직스러운 콩고물이 되기 십상이죠. 지난 십여 년간 미적대던 중산층 붕괴는 이제 와르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사회안전망이 튼튼해서 그들을 챙겨주지도 않죠. 우선 한국에서 복지국가라는 말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었으니까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성장해 온 신자유주의는 잠복기간을 마쳤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드디어 사회 곳곳에서 발병을 일으켰고 시민들은 불행한 결과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앓기 시작했지요. 공권력이 ‘시장에 대한 개입’은 줄어들었을지 모르나 ‘시장을 위한 개입’은 훨씬 더 강화되었습니다. 용역을 위해 물대포를 쏘는 경찰이 이를 말해줍니다. 시민들은 자신의 몸을 삽시간에 갉아먹는 질병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기에 거리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 분노가 거리에 쏟아집니다. 정부 정책에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보통 서민들은 원치 않은데 ‘국익’이란 이름으로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했지요. 도대체 국익은 누구를 위한건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않았던 시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촛불을 듭니다. 그들은 정부가 하는 일 때문에 불안해지고 가난해지는 사람들이지요. 작년 촛불시위는 왕따 당한 민중의 분노였습니다.

촛불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정부, 오로지 규제와 탄압

촛불들은 스스로 불안에 떨면서 동시에 권력자들을 불안케 했지요. 정부는 촛불을 이해할 능력이 없고 이해할 생각도 없기에 그저 광우병에 놀아나는 ‘멍청한 대중’으로 취급됩니다. 정부에서는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들의 말을 이해할 자세가 안 되어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정부는 대중들의 주장을 괴담으로 움직임을 난동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촛불을 든 대중은 힘이 있었고 정부는 촛불에 뎁니다. 데었으면 현실에 맞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정신을 차리고 시민들 눈높이로 자세를 낮춰야 하는데, 그들의 뇌회로는 다른 방향으로 굴러갑니다. ‘알 수 없는 적’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감시와 처벌, 통제하는 법을 계속 만들어 내려 합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면 국민 총생산이 1%올라갈 수 있다며 취임순간부터 법질서를 강조하였던 분답지요.

군사정부 시절의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체포전담반, 시위진압 경찰은 면책하고 시위대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사법처리하겠다고 합니다. 도대체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중들을 옭아매고 탄압만 하겠다는 위정자들의 인식능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규제 철폐와 정부 축소를 외치는 정부는 강력한 법치주의와 치안강화를 주장하는 걸까요.

바로 신자유주의가 퍼뜨린 불안 때문이죠. 안전을 욕구하는 건 불안하기 때문이죠. 안전보장은 이 시대에 고유한 불안과 맞닿아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자본을 탈규제 시켜주어 대중들을 시장의 무차별 폭력 속에 방치시키는 결과를 낳았지요. 그렇게 태어난 불안한 대중은 이제 관심 밖 난민이 되었지요. 정부는 그들의 복리나 안전에 관심을 두기보다 그들을 치안관리대상으로 여깁니다. 용산철거민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대중을 이해하지 않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제, 정부는 위협의 내용이 분명한 국방보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생겨날지 모르는 내부 저항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안전보장개념이 중요해지는 거죠. 이명박 정부는 행정자치부의 이름을 행정안전부로 바꾸었습니다.

악은 무개념에서 나온다, 생각하라, 그리고 탈주하라!

IMF이후 보통명사처럼 널리 퍼진 구조조정은 현재 구조에서 다른 구조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란 뜻입니다. 안정된 사회구조로 옮겨나는 과정에 고통스러운 때지만 이 기간은 잠깐에 지나지 않는 ‘예외시간’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착각이지요. 이미 예외성은 일상성이 되었고 구조조정은 하나의 구조가 되어 한국사회에 들어앉았고 서민들의 삶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늘 고통스럽고 불안한 겁니다.

판단중지, 잠시 생각을 멈춰봅니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살아왔던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인식과 삶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저 구조조정이 되어버린 나날을 보내면서 고통과 불안에만 시달릴 수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 자기 삶과 인식을 구조 조정해야 합니다. 구조조정당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바꿔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주어진 삶’에 충실할 뿐이라며 핑계를 대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주어진 대로 순종하다보면 언젠가 해뜰날도 오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유대인 학살혐의로 재판정에서 아이히만은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변명을 하였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은 나쁜 생각에서가 아니라 생각 없음에서 나온다’며 호통을 치지요. 일출은 스스로 고통스런 새벽을 견뎌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겁니다.

대중들의 삶이 불안정에 시달릴 때 일부는 막대한 부를 긁어모았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도 언젠가 한 몫 잡고 싶은 욕망에만 들떠 있어 자신을 포함하여 불안정에 시달리는 대다수 서민들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라는 상반된 운명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전자에게 일어난 일과 후자에게 일어난 일이 동일한 이유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혼자 열심히 한다고 부자가 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 책 제목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추방, 그것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을 말해줍니다. 그렇기에 추방당한 서민들과 추방위협에 시달리는 대중들은 현정부와 ‘저강도 내전상태’에 있는 겁니다. 탈주, 그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낌새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요동치며 죽음으로 내달리는 고장난 폭주열차입니다. 이에 시민들은 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아, 아프지만 다 잘 될 거야, 최면 걸며 자위하다가 강제추방 당할 건지 스스로 탈주를 할 건지 책은 묻습니다.

출처 : 한국사회 민주주의, 관계자외 출입금지 - 오마이뉴스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조선시대 군대 연구에 귀중한 사료

정조가 노론 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가 9일 공개돼 학계와 일반인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정조가 정치적으로 갈등관계에 있었던 벽파의 영수에게 비밀편지를 보낸 것 자체가 이색적인 데다 비속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정조의 문장 어투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비밀편지를 매개로 심환지와 강한 인간적 유대관계를 맺고 이를 기초로 벽파 내부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벽파의 움직임을 제어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편지로 정조 이산은 유교적 성군보다 노회한 현실 정치가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정조 이산의 이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1793년 8월 12일 정조는 당상선전관이었던 노상추(1746~1829)에게 밀명을 내린다. 당상선전관은 국왕의 고급 전령 겸 호위무사 기능을 겸하는 무겸선전관 중에서도 정3품 이상의 고위급 선전관을 의미한다.

이런 중대한 직책을 맡고 있는 노상추에게 맡겨진 임무는 어이없게도 왕실 제사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것이었다. 정조는 노상추에게 세종과 효종의 왕릉 앞에서 시행되는 제사에 사용되는 음식은 깨끗한지, 행사는 엄숙하게 진행되는지를 몰래 감시할 것을 지시했다.

명령에 따라 노상추는 8월 14일 영릉에 도착, 사복 차림으로 제사 음식 등을 살펴본 후 마치 암행어사처럼 “출도야”를 외친 후 공식적으로 제사 현황을 검열한다. 심지어 정조의 밀명에 따라 제사 음식 중 일부를 궁궐로 가지고 돌아오기도 했다. 권력자로서 정조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비화는 노상추가 18세부터 84세까지 70년 넘게 쓴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에 기록돼 있다. 경북 선산의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노상추는 1차 시험인 초시 네 번, 2차 시험인 복시에서 한 번 떨어지는 등 무려 10년에 걸친 도전 끝에 1780년 무과시험에 합격한다. 이후 노상추는 국왕 경호대인 금군, 궁궐 수비 책임자인 오위장 등으로 오랜 무관생활을 이어 간다.

이후 삭주부사 등 지방관을 거쳐 66세이던 1811년 가덕첨사까지 역임한다. 노상추의 기나긴 일기 중 절반이 이 같은 그의 군생활을 기록한 것이다. 그의 일기에는 거의 30년에 가까운 군생활의 나날들이 꼼꼼히 기록돼 있다. 금군 때는 국왕 경호를 위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경계근무를 섰는지를 설명할 정도다.

장교들의 능력 평가를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활쏘기의 성적이나 발령이 잘 나지 않았을 때 인사 부탁을 하는 과정까지 솔직히 기록돼 있다. 너무나도 방대한 기록을 담고 있는 노상추일기는 지금까지 양반들의 사회생활을 연구하는 자료로 주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노상추가 무관이라는 점에서 그의 일기는 조선시대 군대연구에도 큰 가치가 있는 사료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정해은 박사는 지금까지 사학계에서 문신들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지만 앞으로는 무신들의 중앙관료 생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노상추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상추일기의 원본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2005년 현대 인쇄본(사진)으로 재간행됐다.

[국방일보] 김병륜 lyuen@dema.mil.kr

lundi 23 février 2009

뉴라이트 위험한 교과서, 바로읽기 / 서해문집

`대안교과서`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지난해 3월 교과서포럼이 펴낸 뉴라이트 교과서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는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보수계열에서는 민족주의 역사관을 혁파하는 말 그대로 `대안 교과서`라고 주장했고, 진보계열은 많은 역사 오류가 발견될 뿐 아니라 학계의 연구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위험한` 교과서일 뿐이라고 맞받았다.

최근 출간된 `뉴라이트 위험한 교과서, 바로읽기`(서해문집 펴냄)는 제목에서 시사하듯 뉴라이트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역사비평 등 기존 학술지에 실린 논문 5편과 새로운 논문 5편을 모아 엮었다. 저자들은 뉴라이트의 북한 현대사, 친일문제, 식민지 근대화론 등을 분석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뉴라이트 교과서를 위험하다고 규정한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뉴라이트 교과서의 북한 현대사 인식`에서 북한을 실패한 국가로, 보편적인 문명에서 벗어난 `문명의 막다른 길`로 규정한 점, 냉전적 이념 대립에 기반해 서술한 점, 북한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삼은 점, 대중이나 인민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엘리트 중심의 역사관을 관철한 점 등을 뉴라이트 교과서의 문제점으로 꼬집는다.

요컨대 뉴라이트 교과서가 평화주의, 인도주의적, 민중주의적 시각을 결여한 채 편향된 해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도 `뉴라이트 교과서의 친일문제 인식과 문제점`에서 뉴라이트 교과서가 최남선, 이광수 등 친일파들의 친일 행적을 일부 게재하고 있지만 "특정한 몇몇 사람들의 친일 행적만 언급했을 뿐 일제 강점기 전반에 걸쳐 친일문제를 구조적 또는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뉴라이트 교과서의 `민족관,국가관,인간관,가치관`을 분석하면서 뉴라이트 교과서가 야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역사를 내세워 한국 사회 특정 권력의 현재적 이해 관계를 옹호하려는,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적인 담론 매체"라는데 있다고 규정한다.

책에는 이밖에도 `대안 교과서의 조건과 뉴라이트 대안교과서`(김종훈.강남중 교사), `뉴라이트의 역사인식`(박귀미.수원외고) 등의 새로운 논문과 `교과서포럼의 실체와 의도`(주진오.상명대), `식민지 근대화론에 매몰된 식민지 시기 기술`(박찬승.한양대) 등 기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이 실렸다.

332쪽. 1만4천900원

buff27@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도시.아파트 문화는 어떻게 형성됐나?

아파트에 미치다 / 전상인 / 이숲
도시락 맛보기 / 다빈치 /황기원
명품도시의 탄생 / 매경출판 / 최은수

한국 사회는 도시 중심의 사회다.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도시지역 거주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도시화율은 90.5%로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도시지역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 밀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산다. 좁은 땅에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부는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정책을 폈고 그 결과 아파트는 도시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이처럼 오늘의 한국사회를 대변하는 도시와 아파트에 주목한 책 3종이 나란히 출간됐다.

`아파트에 미치다`(이숲 펴냄)는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아파트를 통해 한국인의 의식을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아파트 보급과 확산의 역사, 우리나라 특유의 아파트 선호 현상을 살피고 나서 아파트 주거형태의 확산 이후 한국사회에는 익명성이 전반적으로 심화했다고 진단한다. 아파트 내부에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감추는 일이 사회적으로 보편화했으며 그런 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로 문패의 실종을 든다.

그러나 아파트는 한편으로는 고립된 섬처럼 살다가 필요하면 섬을 연결할 수 있는 `개폐식 삶`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 진출입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통로인 현관문을 걸어잠그면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궁궐과 성채를 차릴 수 있지만,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이웃이 지척에 천지로 깔린 곳 또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아파트 위주의 주택정책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병리를 어느 정도 호도하고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한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한국사회가 압축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포함한 여러 번의 계급적 위기를 맞이했지만, 자본주의체제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거나 사회주의적 혁명을 추구하는 방향의 진로를 택하지 않은 것은 아파트 공급이라는 물량공세를 통한 노동자계급에 대한 박애주의적 주택정책이 일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그러나 `미쳤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아파트값 상승에 대해 "아파트사회로의 행군이 이 땅의 평범한 시민과 미래세대로 하여금 처음부터 좌절하고 주눅이 들게 만드는 것이 한국사회의 후진성"이라고 개탄하며 20-30대 초반의 사회신참자들이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주거복지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200쪽. 1만2천원.

같은 대학원의 황기원 교수는 `도시락 맛보기`(다빈치 펴냄)에서 `도시`를 구석구석 해부한다. 저자는 자신을 `도시 요리사`로 지칭하며 `도시락(都市樂) 맛보기`라는 책 제목처럼 도시를 즐겁게 맛볼 수 있도록 도시의 어원부터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까지 100가지 메뉴로 나눠 소개한다.

동·서양의 문화사를 아우르며 도시가 어떠한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살기 좋은 미래의 도시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까지 도시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와 저자의 생각을 함께 담아 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336쪽. 1만8천원.

경제신문의 경제·금융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최은수 씨는 `명품도시의 탄생`(매경출판 펴냄)을 통해 돈과 상품, 인재가 전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원심력을 갖추고 인재와 돈이 몰려드는 구심력을 갖춘 `명품도시`의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

글로벌 명품 도시가 갖춰야 할 3대 키워드는 `풍`(豊), `화`(和), `격`(格)이다. 풍요로움을 뜻하는 `풍`은 `살기 좋은 도시`를 의미하며, `화`는 사회 구성원 간의 융화, 복지도시, 글로벌화가 이뤄진 도시를 뜻하는 것이다. 마지막 `격`은 질서와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품격`이 지배하는 도시의 조건이다. 328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강준만, 오두진 저/ 인물과사상사

한국인은 왜 커피에 매료되었을까. 거기에는 커피가 단순한 음료일 수 없었던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서구화의 상징이자 한국인의 사교행위를 가능하게 해주는 주요 매개 수단이었다.

이 책은 ‘고종황제’에서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110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커피와 다방의 역사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으로 들어온 시기는 대략 1890년 전후로 추정된다. 1888년 개항지인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과 슈트워드호텔이 생겼고 여기에 커피를 파는 부속다방이 들어섰는데, 이게 바로 우리나라 다방의 선구가 됐다.

그러나 커피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러시아인이 전했다 하고, 또 어떤 이는 일본 사람이 전했다고도 한다. 당시는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이권 쟁탈전을 벌이던 때였으므로 외국의 상품들이 물밀 듯 밀려들어온 시기를 반영하는 쟁론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1895년에 발간된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커피가 1890년경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되었다고 적고 있다. 또한 1892년 구미 제국들과 수호조약이 체결되면서 외국 사신들이 궁중에 드나들면서 궁중과 친히 지냈던 알렌이나 왕비 전속 여의였던 호튼 등이 궁중에 전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카카듀’는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다방이 일부 특권계층이나 유한계급 사람들로 출입이 국한됐다. 하지만 1927년 종로 관훈동 입구 3층 벽돌집 1층에 ‘카카듀’라는 다방이 문을 열게 되면서 서구에서와 같이 우리나라도 커피가 예술가들의 삶 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 다방의 주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과 동화를 쓴 이경손이다.

이후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방들이 늘면서 1930년대가 되면 문인들도 다방을 운영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이상의 다방 편력은 화려했다. 이상은 서울 광교에 ‘식스 나인’이라는 이름으로 세 번째 다방을 열면서 종로 경찰서의 허가를 받았다.

종로경찰서는 '69'의 의미를 모르고 허가를 내주었지만, 다방이 개업하기 2∼3일 전에 이상을 호출했다. 뒤늦게 '69'의 뜻을 알게 된 경찰은 이상을 보고 “경찰을 우롱하는 나쁜 놈”이라며 갖은 욕설을 다하고 허가를 취소했다.

다방 등을 통해 정식으로 커피를 접하게 된 엘리트 한국인과 달리 일반인들이 커피를 접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에피소드가 뒤따랐다. 특히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많은 미군들이 주둔하면서 보급물자를 통해 커피를 대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큰 냄비에 커피를 가득 넣고 끓여 마시면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골 학교에서는 미군의 레이션 박스 속에 담겨 있던 커피를 먹고 사람들이 줄줄이 설사를 하게 되자 그게 뱃속에 있는 회충이 죽어서 생긴 일인 줄 알고 커피가 회충약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래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다 뱃속이 이상하다 싶으면 커피 회충약을 먹곤 하는 일도 있었다.

커피는 한국인에게 안정된 미학을 보여주는 음료가 아니었다. 그건 차분한 성찰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언가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는 효용은 있었을지 몰라도 좀 들뜬 분위기가 늘 커피 주변을 맴돌았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곧 ‘인스턴트 커피’를 의미한다 할 만큼 기형적인 인스턴트 커피 대국이 된 건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관련된다. 커피는 수입품이었지만, 이 지구상에 둘도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에서 근대화는 곧 서구화를 의미했고, 커피는 늘 서구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커피가 다수 한국인에게 가져다준 건 늘 ‘분위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좁은 국토, 많은 인구, 빈약한 부존자원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늘 해외로 눈을 돌려야만 했고, 그 결과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70%가 넘게 되었다.

커피가 ‘국민 음료’가 된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늘 서양과 소통하고 싶어 했고, 그런 열망은 커피 사랑으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lundi 16 février 2009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 서경식 지음 / 철수와영희

‘한국인’이란 누구인가 - 문화일보 / 2009-02-06

디아스포라(Diaspora)는 이 책의 저자인 재일 조선인 2세 서경식(도쿄게이자이대 현대법학부 교수)에 의해 한국 사회에 일반적으로 그 의미가 인식됐다. ‘이산(離散) 유대인’을 뜻했던 이 말은 우리말로 딱부러지는 단어는 없지만 전쟁과 기아 등에 의한 ‘이산자’ 또는 ‘난민’ 정도로 쓰이다 지금은 ‘타자’ ‘소수자’의 의미를 더 함축하고 있다.

저자같은 재일 조선인이 ‘고전적인’ 디아스포라다. 가난을 피해 식민지 조선을 떠난 부모의 조국에도,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도 ‘속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경계인 그래서 그들에겐 국민·국가·고향이라는 단어들은 항시 스스로에게 존재에 대한 물음을 불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라는 세계적 환경의 변화에서 디아스포라는 계속 양산되고 있다. 예컨대 가난을 피해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과 그들이 일구는 소위 ‘다문화 가정’도 ‘고전적인’ 디아스포라에 가깝지 않을까. 불법체류를 감내하며 한국에서 노동을 파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다를 것 없는 디아스포라다.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자본에 따라 이제 노동도 국경을 훨훨 넘나든다. 이들은 ‘자발적’ 디아스포라로 불러야 할까. 거기다가 인터넷은 ‘디지털’ 디아스포라를 만들어 낸다. 서 교수가 애초 ‘좁게’ 제기한 ‘디아스포라의 시각’은 지금은 폭넓게 이 어려운 시대에 요청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006년부터 2년 동안 연구휴가를 얻어 한국에 머물면서, 국민, 국가, 고향, 죽음, 희망, 예술을 주제로 한국의 시민운동가와 학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속 강연과 세미나 내용을 엮은 것이다. 그의 책들은 이미 한국에서 10권이 넘게 출간돼 이번 책이 아주 색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아주 최근에 그리고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기간을 한국에 머물며 녹여낸 생각들이어서 이전 책과 감도가 다르다.

“진보적인 한국 사람들마저도 ‘고향’ ‘가족’ ‘국가’ ‘민족’ ‘성’ ‘죽음’ ‘아름다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아직까지 기존의 사회통념에 사로잡힌 듯 보인 것은 무척 의외였다.”

이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한국사회가 근래 20~30년 사이, 상당히 진보적인 변화를 추동해왔음에도 여전히 그 근저에 남아있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저자는 이 당연한 것을 다시 묻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시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고향’ ‘가족’ ‘국가’ ‘민족’ 같은, 우리가 한번도 의심하지 않은 말들은 기본적으로 ‘타자’를 배제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단적으로 디아스포라들에게 있어 ‘동화’와 ‘배제’는 같은 의미다. 근래 우리가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저자는 이의를 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농촌에서 아시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봇물을 이루는 작금의 한국상황은 1980년대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당시 일본도 “다문화 시대가 왔다” “단일민족적 사고방식을 극복해야 한다”며 외쳐댔다.

그 대안은 외국인들에게 일본말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소위 ‘동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일본말을 안 배우면 살기 어려운 사회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배제’의 관념이다. 저자는 “다문화라는 이름을 가지고 소수자를 얼마든지 억압할 수 있다”며 “국제화와 동화를 부르짖으며 외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일본어를 배우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사회를 유지했던 일본 사회가 올바른 것인가”를 묻는다. 즉 일본 속 이방인으로 모어(母語)인 조선어를 잊어 버려야 했던 우리 조상의 관점에서 볼 때 다문화 가정의 문제나 재일 조선인 문제 역시 정확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이라는 것도 타자를 배제하는 틀이다. 1948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건국되고 국회의원들이 국적과 국민을 규정하면서 19세기 말부터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동아시아, 중국 동북 지방이나 산둥성, 일본이나 대만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은 이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에서 배제됐다. 국민과 국적 같은 문제는 ‘누가 국민인가’보다 ‘누가 어떤 생각으로 정했는지’를 따지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밖에도 죽음, 희망, 예술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라는 ‘다수’ ‘일체성’ 대신 ‘타자’의 입장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며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당연하다고 굳게 믿는 전제를 다시 의심하고, 보다 근원적인 곳까지 내려가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 (…) 자신을 기존 관념의 지배에서 해방시켜 기어이 정신적 독립을 얻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된 지적태도라고 나는 믿는다”고 말한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n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 정희준 지음 / 개마고원

[인문사회]한국의 스포츠史는 집단환상의 歷史 - 동아일보 / 2009-02-0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로야구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혈 팬이다. 2005년 상원의원 시절 개막전 시구도 했다. 그가 즐겨 쓰던 야구모자는 최신 패션 아이템이 됐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저자는 한국 사회가 스포츠와 주고받은 영향을 되짚으며 이에 대한 답을 유추해 간다. 부제는 ‘스포츠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 광복 이후 군사정권의 스포츠 영화 섹스를 포함한 ‘3S 정책’ 등에 대한 언급을 통해 스포츠가 만들어낸 사회적 판타지가 실체를 드러낸다. 한국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집단의 환상을 만들어낸 도구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매우 ‘한국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 현상의 원인과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업적을 나열하는 스포츠 찬가를 넘어서서 가치중립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드물다. 한국에서 스포츠는 사실적 분석 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 가는데도 유독 스포츠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광복 이후 한국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통로가 스포츠였다. 서윤복의 194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은 이듬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유엔이 공인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이 에피소드는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의 연원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세계 속의 한국’을 목표로 세계 대회 입상에 달려든 것은 당연한 일. 휴전 협정 직후부터 시작된 남북의 체제 경쟁에서도 스포츠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온 국민이 ‘수출 100억 달러’를 향해 뛰던 1970년대. 스트레스 해소 효과에서 휴일의 여흥으로 스포츠를 따라갈 만한 게 없었다. 김일의 레슬링과 수많은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권투가 이 시기를 대표한다. 자살을 결심했다가 ‘4전 5기’ 홍수환의 소식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사업가에 대한 뉴스도 있었다.

1980년대 프로 스포츠는 ‘정치권력의 대중문화 활용 방식을 잘 보여준 장치’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는 스포츠를 통해 역동적 헤게모니를 얻었고, 대중은 점점 동의해 갔다. 지은이는 그 흥미로운 변화의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

앞으로는 어떨까. “상업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쌍발 엔진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전망. 추성훈과 하인스 워드의 사례는 한국 스포츠에 드리운 배타적 민족주의의 명과 암을 함께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월탄 박종화(1901~1981)의 <삼국지>(전10권ㆍ달궁 발행)

평역의 주관·정역의 고집과 다른 '월탄 삼국지' - 한국일보 /2009-02-08

'굼실 굼실 흘러서 동으로 가는 긴 강물/ 낭화(浪花) 물거품이 영웅들의 시비성패 다 씻어가 버렸네./ 머리를 들어 돌이켜보니/ 어허 모두 다 공(空)이로다…'

중국 명대의 문인 양신(楊愼)의 한시 '임강선(臨江仙)'의 유장한 번역문으로 시작하는 월탄 박종화(1901~1981)의 <삼국지>(전10권ㆍ달궁 발행)가 10년 만에 재출간됐다.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는 1964~68년 한국일보에 총 1,603회에 걸쳐 연재됐던, 당대 최고 인기의 신문연재소설이었다. '월탄 삼국지'라는 애칭으로 이문열, 황석영씨의 삼국지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삼국지다.

월탄 삼국지는 1968년 첫 출간된 이후 수차례 판을 거듭하며 출간됐으나 1999년 대현출판사 판을 끝으로 절판돼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삼국지야 늘 동양 3국의 스테디셀러지만 최근 부쩍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은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의 영향이 크다. 2편이 개봉된 '적벽대전'은 촉의 모사 제갈량과 오의 모사 주유의 지략 경쟁과 스펙터클한 전투 신으로 관객몰이에 나섰고, 거기 맞춰 출판가에서도 삼국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한학자 김구용(1992~2001)과 소설가 박태원(1909~1986)을 비롯, 이문열 황석영 김홍신 장정일씨 등의 삼국지가 나와 있다.

다시 선보인 월탄 삼국지는 편역자의 주관적 해석이 강력하게 개입된 이문열씨의 삼국지나, 정역(正譯)을 강조한 황석영씨의 삼국지 등과는 또다른 매력을 만끽하도록 해준다는 평.

한문을 수학했던 월탄의 튼튼한 고전 지식과 교양, '금삼의 피' '임진왜란' '세종대왕' 등을 써서 '한국 역사소설의 대부'로 불린 그의 이야기 전개 솜씨가 잘 어우려져 있다는 평가다.

문학평론가 진정석씨는 "월탄 삼국지는 풍부한 낭만성과 대중성, 한학적 교양을 배경으로 한 유장한 고어투의 문체 등으로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위상을 확보, 번역문학의 새로운 수준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도 해설에서 "고풍의 맛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늘날과 충분히 소통되는 월탄 삼국지는 삼국지 이야기의 세계를 만끽하게 해 준다"고 적었다.

lundi 9 février 2009

화염 조선 / 박재광 지음 / 글항아리

"조선은 세계적 첨단무기 강국이었다"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세종 때 개발된 신기전은 문종이 화차를 제작하면서 대량 발사됐다. 화약의 힘을 빌려 스스로 적진에 날아가도록 고안된 이 신종 무기는 공중에서 연기를 분출해 적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며 적진을 격파했다. 19세기 이전 서구의 로켓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술이다.

전쟁기념관 학예연구관인 저자는 "조선 중기까지 첨단 무기는 과학성과 위력 면에서 결코 세계적 수준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기 이후 당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기개발 노력은 둔화됐고, 혁신적인 기술은 현대로 계승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고 려 말기 최무선 이래로 발전시켜온 화포 제조기술부터 우리나라 권총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세(細)총통, 조선 최고의 전함인 판옥선, 조선의 가장 독창적인 화기라는 비격진천뢰…. 고구려부터 조선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전통 무기들이 열전 형식으로 소개돼 있다. 무기마다 탄생 과정과 시대적 현실, 전쟁 이야기 등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 말랑말랑하게 읽힌다. 전쟁과 무기라는 창(窓)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우리나라가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켜온 힘이 어디에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세 천황 이야기 / 야스다 히로시 지음|하종문·이애숙 옮김|역사비평사

히로히토가 허수아비였다고? 근대 일본 지배한 '무책임 정치'
김기철 기자 kichul@chosun.com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사변이 발발하자 자위의 필요상 관동군 장병은 과단신속하게 과(寡·적음)로써 중(衆·많음)을 훌륭하게 제압했다… 짐은 깊이 그 충렬을 가상히 여긴다." 1932년 1월 히로히토 일왕은 만주사변을 일으킨 관동군을 치하하는 '칙어'를 내렸다. 사변의 주역인 관동군 참모들을 만나 치하하기도 했다. 근대 일본에 서 절대적 권위를 지닌 일왕이 중국 침략에 앞장선 것이다. 그러나 히로히토는 전후 전쟁 책임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모든 정치행동은 내각 등 정치 담당자들의 보필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왕은 '로봇 군주'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히로히토의 말은 진실일까.

야 스다 히로시(安田浩) 지바대 교수는 메이지유신부터 1945년 패전까지 일본에 군림한 무쓰히토·요시히토·히로히토 일왕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적 역할을 했는지를 밝힘으로써 근대 천황제의 해명에 나선다. 내대신·시종장·시종무관장 등 일왕 측근과 정권 수뇌부의 일기·서한 등의 사료를 근거로 삼았다.

야스다 교수는 일왕은 기본적으로 내각과 궁정 측근, 군부의 보필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수동적 군주이지만, 때로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친정적 권력을 행사하는 능동적 군주로 나타나기도 하며, 그럴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기적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일왕의 정치적 역할에 주목했다. 메이지(明治)시대에는 일왕의 친정(親政) 권력의 행사가 당연하게 간주됐지만, 다이쇼(大正)시대에는 일왕의 질병 때문에 친정 권력 행사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관념이 지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쇼와(昭和)시대에는 일왕의 권력 행사는 억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외견적으로는 친정 군주·대원수·신격적 군주로 선전되면서도 권력 핵심부에서는 천황은 국가 기관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암묵적으로 확대됐다고 했다. 패전 직전엔 다음과 같은 얘기가 도조(東條) 육군상의 내부 훈시라는 소문이 돌았다. "근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폐하가 화평하라는 칙명을 내리시면 믿고 따르는 것이며, 후자는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서 비록 폐하가 분부를 내리셨더라도 먼저 간언을 올리고, 계속 간언을 올려도 윤허가 없다면 강제적으로라도 소신을 단행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택할 것이다."

그렇다고 히로히토의 전쟁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근대 천황제에서 군주는 정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절대적 권위로 출발했다. 일왕은 이따금 친정을 실시하면서도 '입헌군주'로서 신하들의 보필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신하는 보필에 의해 천황을 움직이려 하면서도 천황의 명(命)에 의해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행동 양식이 일반화되었다. 이런 거대한 '무책임의 체계'가 일본을 전쟁으로 몰고 갔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mercredi 4 février 2009

나의 서울 감옥 생활 1878 / 펠릭스 클레르 리델 지음, 유소연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프랑스 선교사 리델이 1878년 1월 28일 서울에서 체포, 투옥되어 같은 해 6월 10일 석방되어 만주에 도착까지의 이야기를 회고한 책이다.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극으로만 보던 조선시대 감옥 생활을 생생하게 되살린 기록물로서 소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그는 조선 감옥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을 남겼다. 석방되어 나가는 수감자가 남아 있는 자들의 석방을 기원하며 베푸는 잔치, 죄수들 사이에서도 혐오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한 묘사, 사형 방법 등등. 그의 글은 조선의 감옥을 통해 조선 사회 전체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단서들로 가득하다.

일본의 한국통치에 관한 세밀한 보고서 / 얼레인 아일런드 지음, 김윤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1900년대 초 미국 최고의 행정학자 얼레인 아일런드가 일본의 한국 통치에 관해 쓴 연구 보고서다. 조선 총독부에서 발간한 The Annual Reports on Reforms and Progress in Chosen(조선의 개혁과 발전에 관한 연례 보고서) 외에, 저자가 입수한 다양한 공식·비공식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일본의 조선 통치를 평가할 때 각종 ‘수치’에 기반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수치를 통해 조선의 행정, 법률, 치안, 교육, 경제, 산업, 의료, 사회사업 등 사회 전 분야에 끼친 일본 통치의 영향력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오늘의 눈으로 보았을 때 저자의 관점에는 어느 정도 제국주의적 색채가 드리워 있지만, 일본의 식민행정이 한국의 산업, 사회, 정치, 행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양한 지표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자료는 중요한 사료라 할 수 있다.

제1장 들어가면서

제2장 한국에 대한 설명과 한국의 역사
인구/ 철도/ 도로/ 거리/ 해상운송/ 우편, 전보 및 전화 통신/ 역사적 사실

제3장 요약
물질적 성장/ 정부

제4장 정부 조직 1
I. 총독부
지방정부
한국 정부(조선총독부)의 현 조직
공무원
임명과 봉금/ 연금

제5장 정부 조직 2
II. 지방행정
지방 협의회의 구성/ 지방행정 조사/ 지방 재정/ 부府 지역/ 면面 지역/ 일본인을 위한 학교 조합/ 한국인을 위한 지방 교육 단체/ 수리조합

제6장 한국의 법과 법원
역사적 사실/ 한국의 법원/ 민사소송/ 형사소송/ 재판관/ 법원/ 집행유예

제7장 경찰서와 감옥
I. 경찰 행정
역사적 사실/ 한일합방 이후/ 경찰의 즉결심판권/ 경찰력 비용
II. 감옥 행정
초범/ 재범/ 사면/ 수감자의 노역/ 수감자의 질병률와 사망률

제8장 정부 재정
역사적 사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정부의 세원/ 전매와 다른 정부 사업/ 영림창/ 정부 지출의 목적/ 한국의 국채

제9장 교육
교육제도의 역사적 발전/ 교육제도의 현 상황/ 학교 교과과정/ 교사의 봉급/ 학교 내 종교 문제/ 교육재정

제10장 보건, 위생 및 사회사업
역사적 사실/ 전염병/ 일반적 사망 원인/ 위생 설비/ 의료 기관 확대/ 중앙위생회/ 위생 조사/ 세 균학 업무/ 아편 관리/ 나병 환자 구제 사업/ 병원/ 세브란스연합의학전문학교/ 의료업 종사자/ 인 구 동태 통계/ 사회복지사업

제11장 한국의 경제 발전 1
I. 농업
역사적 사실/ 주요 작물 생산량/ 농산물의 가치/ 양잠/ 토지 소유/ 농업 자금 지원/ 공식적 농 업 장려/ 관개/ 농업 노동

제12장 한국의 경제 발전 2
II. 입업, 어업 및 광업
입업
역사적 사실/ 산림 식생 상태/ 조림
어업
수산물 시험/ 어업 발전/ 어업의 경제적 발전
광업
역사적 사실/ 광업 현황

제13장 한국의 경제 발전 3
III. 상업, 제조업 및 은행
화폐/ 경..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01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제13권으로 효종.현종실록을 다루고 있다. 이번 <효종.현종실록>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효종의 북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효종이 북벌을 추진했다는 것은 학교에서 국사를 배운 우리들에게 당연한 얘기로 인식되지만,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새로운 사실이 숨겨져 있다.

또한 효종이 죽은 뒤 인조의 계비 자의대비가 어떤 상복을 입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인 '예송논쟁'은 당시 논쟁의 치열함을 생생히 살려 마치 논쟁의 한가운데에 독자가 있는 것처럼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권 말미의 연표는 본문 만화의 내용을 역사적 사실과 연관지어 표현했다.

제1장 산당의 집권
1. 봉림대군
2. 떠오르는 산림, 지는 자점
3. 줄 잇는 청사(淸使)들
4. 친청파의 몰락

제2장 북벌의 길?
1. 정통성 콤플렉스
2. 군주 효종
3. 군사력을 강화하라!
4. 나선정벌과 하멜 일행의 표류

제3장 산당과의 연대
1. 산당에 대한 경계
2. 양송에게 전권을
3. 북벌의 실체는?
4. 김육과 대동법

제4장 기해예송
1. 논쟁의 시작
2. 허목의 기년복 비판
3. 송시열의 반론
4. 윤선도의 상소
5. 여진은 이어지고

제5장 왕권 회복의 길
1. 현종의 이미지와 실제
2. 송시열과 그의 적들
3. 산당과의 투쟁
4. 송시열을 향하는 예봉

제6장 위기의 산당
1. 뒤집힌 예송
2. 효종의 생각은?
3. 곤욕의 세월, 재난의 시대

한국 수학사 / 김용국.김용운 지음 / 살림Math / 2009년 01월

<한국 수학사>개정 증보판. 삼국시대부터 개화기까지 한국 수학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수학 역사서이자, 수학이라는 창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들여다보는 ‘문화 보고서’다.

우리네 조상들이 삼국시대에는 어떻게 셈을 했고 고려시대에는 어떤 수학 교육을 받았으며, 조선시대에는 무슨 산술책을 읽었는지 등을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검증된 사료를 바탕으로 꼼꼼히, 그 넓은 경개(景槪)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어느 특정한 민족이 본래부터 수학적인 소질이 많다는 따위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허구이며, 다만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사고의 전통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지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특히 오늘날 한국 수학이 낙후된 유일한 이유가 한국의 전통이 유럽과는 다른 바탕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밝히기 위해서 씌였다.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서문

제1장 동양 수학의 전통과 한국 수학의 특징

1. 한국 수학사의 배경
수력과 비수력 사회의 수학 / 중국과 한반도의 하천 / 산업 및 정치 사회 구조 / 이데올로기와 과학기술

2. 한국 수학사의 위치
중국 수학의 특징 / 일본 수학의 특징 / 한국 수학의 특징

제2장 한국의 전통적 수리 사상

1. 동양 수리 사상의 기본 개념
수론상의 기본 입장에 관한 동서양의 차이 / 「율력지」의 수리 사상 / 음양오행설과 십간 · 십이지 사상 / 하도와 낙서의 수리 사상

2. 왕권 상징의 중국계 치수 사상
조형물에 나타난 상징과 사상

3. 『삼국사기』의 일식 기사
왕권과 일식예보 / 신라의 일식 기사 / 고구려의 일식 기사 / 백제의 일식 기사

제3장 삼국시대의 수학

1. 율령 국가의 산술적 기초
한국 수학사의 시작 / 고구려의 수학 / 백제의 수학 / 고(古) 신라의 수학

2. 중국과 일본의 산학제도
삼국시대의 중국 산학 / 고대 일본의 산학과 천문학

3. 『구장산술』의 세계
수학 지식의 공급원

4. 삼국 및 통일신라의 건축계획에 나타난 수리
공예와 건축상의 기하학적 구성 / 건축계획의 수리에서 본 동양 전통 사상

5. 도량형과 음률
동양의 도량형제도 / 척도 / 악률과 율력 사상

제4장 통일신라시대의 수학과 천문학

1. 산학제도
동양 삼국의 산학제도 비교

2. 천문제도
천문 수학의 교재 『주비산경』 / 첨성대의 구조와 기능 /시계제도 / 천문제도와 역법

제5장 고려시대의 수학

1. 고려시대 수학사 연구의 한계
고려 수학의 성격

2. 풍수지리사상과 관영 과학의 성격
신비사상과 과학의 공존

3. 관료제 사회의 산술적 기초
토지제도

4. 상업과 도량형제
수학의 발전을 가로막은 상업의 정체 / 도량형제도

5. 고려의 산학제도
송·원의 수학 / 송·원의 민간 수학 / 고려의 산학제도

6. 고려의 천문제도와 역산
관료제도와 역법

제6장 조선 전기의 수학과..

시장주의자의 언론조작 /김종찬 지음 / 새로운사람들 / 2008년 12월

이 책은 금융위기의 초기 전파 과정에서 언론의 ‘정보독점 전달’ 현장을 보여 주고 있다. 더구나 ‘시장주의 수호’를 강변하는 언론사일수록 독점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잘 밝혀 준다. 이들은 시장주의 경제체제란 명분으로 독점적 권력을 향유하려고 한다.

금융위기는 부실자산에 뿌리를 둔다. 그래서 정보의 정확성이 위기확산 방지에 필수관건이다. 특히 국제 금융위기는 정보전달에 더욱 민감해지는 속성이 있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보수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정보전달에서 편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판단 기준을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집착할수록 강경보수로 구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론에도 이는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언론은 공정보도라는 행태 기준이 우선 작용해 분별력이 있다. 그 분별력을 잃은 한국 언론들은 이번 금융위기 확산 과정에서 오랜 속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제1장 해외사건 멜라민의 언론 개입
- 편향성 진단

제2장 멜라민과 언론, 권력의 삼각결합
- 시장주의자의 독점 행보 분석

제3장 시장독점을 위한 언론의 시장조작 구조
- 멜라민 파동과 외환위기의 동시진행 과정 백태

제4장 언론의 해외변수 차단과 조정
- 미국 금융위기의 한국행 통로와 언론보도의 역기능

제5장 파생상품 시대의 시장조작
- 언론의 해외정보 조작이 금융위기 부른다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 : 한국사회 도덕 살리기 프로젝트 / 김광기 외 지음 / 동아시아 / 2009년 01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사회학 시리즈 '사회학 르네상스'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신, 부패, 모럴해저드의 원인 그리고 그 해법을 찾는 데 중점을 둔다. 더불어 미래 한국의 경쟁력은 도덕적 사회의 구축에 있다고 역설한다. 일상생활의 규범과 기업경영에서부터 여성, 환경, 과학, 시민문화까지 한국사회의 현실적 사안을 쉽고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회학 르네상스> 발간에 즈음하여 - 홍두승
<사회학 르네상스>를 발간하며 - 김미숙
우리는 도덕적인가? - 김광기

01 사람들은 왜 규범을 따르는가 - 김용학
02 초일류기업의 비밀―신뢰 경영이 답이다 - 윤정구
03 현대사회는 ‘인간 망종’들의 소굴인가 - 김광기
04 한국사회의 규범적 질서 뒤틀어 보기 - 김광기
05 규범과 관례 그리고 ‘도덕적 동물’ - 이재혁
06 한국사회의 불신, 원인은 어디 있는가 - 장원호
07 도덕은 성(性) 중립적인가―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도덕 - 이희영
08 촛불집회와 새로운 시민문화의 가능성 - 김호기
09 시장사회에 도덕 불어넣기 - 박병진
10 거대 과학 시대의 도덕과 한국사회 - 김환석

전쟁과 평화 /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01월

미국 오바마 정권 출범에 앞서 강대국 일방주의 외교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담겨진 책으로, 김정일과 북한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았다. 저자는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어 레드컴플렉스 이면의 김정일과 북한권력의 실체를 해부한다.

이 책은 김정일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도대체 김정일은 어떤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서방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미친 통치자’이거나 ‘미친 독재자’가 아니다. 김정일은 오히려 자신의 체제와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매우 냉철하고 치밀한 전략가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미친 행동’을 하는 김정일의 감춰진 의도를 정확히 읽어 내지 못하고 김정일의 행태를 그저 감정적으로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 매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진행해왔다. 자신이‘미친 지도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철저한 외교행위인 것이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관례를 깬 김정일의 엉뚱한 행위가 매우 빈틈없는 전략적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머리말 :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선 한반도

1장 김정일은 누구인가
1) 세계 최고의 파워엘리트에 랭크된 김정일
2) 탁월한 선전술의 이면
3) 철저한 후계자 수업 과정
4) 지적인 독재자 ‘김정일 쇼크’
5) 능란한 외교적 수사력
6) 치밀한 전략가의 두 얼굴

2장 김정일은 건강한가
1) 동북아 지정학의 뇌관, 김정일의 건강
2) 김정일 건강악화의 주원인
3) 불안정한 병상통치
4) 무리한 현장지도
5) 김정일 이후, 가능한 시나리오

3장 김정일의 후계자는 누구인가
1) 태국의 왕조 체제를 꿈꾸다
2) 당과 군부의 파워게임
3) 김정일 권력대행자는 누구인가
4) 김정남은 친중국 개방파인가
5) 김일성의 아바타 김정철
6) 김정일을 빼닮은 샛별장군 김정운
7) 떠오르는 장성택, 개혁개방의 설계자인가

4장 김정일은 외교의 천재인가
1) 총을 든 선군외교
2) 우리식대로의 주체외교
3) 전략적 파격외교
4) 기선제압형 압박외교
5) 직선형 통큰외교

5장 김정일은 왜 핵을 포기하지 않는가
1) 북한 핵과 체제 유지의 딜레마
2) 구 소련과 북한 핵 개발
3) 냉전체제의 해체와 북핵
4) 북핵, 대반전의 카드인가
5) 성공적인 북핵 외교해법

6장 김정일 이후의 북한 어디로 가는가
1) 북한은 붕괴하는가
2) 벼랑 끝에 선 김정일 체제
3) 개혁개방, 트로이의 목마인가
4) 또 하나의 핵폭탄, 김정일의 건강
5) 왜 북한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가

7장 김정일과 미국
1) 배짱외교의 겉과 속
2) ‘악의 축’과 ‘폭군 중의 폭군’
3) 미국의 ‘선제공격’과 북한의 ‘선군정치’
4) 미국의 ‘김정일전략연구소’
5) 미국 타도와 타협 사이에 선 김정일
6) 조명록이 군복을 입고 백악관에 간 까닭은
7)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핵 카드

8장 김정일과 중국
1) 소용돌이치는 북·중관계
2) 혈맹관계의 종언
3) 중국은 북·미 간의 정직한 중재자인가
4) 대중국 편승외교전략
5) 중국을 위협하는 북핵
6) 북한을 압박하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7) 김정일..

한류와 한사상/ 강은해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01월

대중문화의 지평에서 폭발한 한류를 논리와 사상, 역사와 신화, 문화와 예술의 각 영역별로 체계적, 고차원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한류와 한사상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의미 있는 문화 코드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15편의 논문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연구 논문들은 국내에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발표되었거나 발표될 예정인 논문들이다.

머리말 - “한류에는 해지는 곳이 없다”
여는글 - 한류의 역사적 배경 / 박성수

제 1 부 - 한사상의 논리/사상편
한의 ‘한 두어 개’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기의 한 시도 / 김상일
양뇌 이론으로 본 한漢과 한韓 / 김상일
단군 사상과 한류 / 김용환
한중일 신관 비교를 통해 본 환인 하느님 신관과 한국 기독교 / 허호익
글로벌 공공철학으로서의 한사상 / 김봉진

제 2 부 - 한류의 역사 /신화편
고대 아시아에서 북미주 대륙까지 한류는 흐른다 / 김상일
일본으로 건너간 화랑도 / 박성수
‘해 속의 삼족오’와 그 상징성에 대한 고찰 / 김주미

제 3 부 - 한류의 문화/예술편
한국 예술의 원형과 한류 / 이도흠
장단 -- 풍류에서 한류로 / 조춘영
빛의 소리 꽹과리와 풍물굿의 신명 / 조춘영
한국 난타 문화의 원형 / 강은해
통일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서풍의 연원 / 정현숙
일본에서의 한류와 혐한류 / 김봉진

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 / 이경구 지음 / 푸른역사 / 2009년 01월

17세기 지식인들의 삶과 생각을 조망하면서 역사대중서의 한 방법과 지향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위기와 재건, 변화를 고민한 17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사상과 그 영향을 촘촘하게 엮은 지형도다.

이 책은 당대 조선 재건에 대한 고민과 타개책을 핍진하게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고민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여 당대 실정과 현재 ‘일정하게 굳어진 결론’의 차이를 살피는데, 이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및 결론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독자들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매 편의 앞뒤에 간략한 연보와 인맥,학맥도를 실어 해당 인물에 대한 주요 정보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편 말미에 ‘조선 지식인의 키워드’를 둔 것도 인물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와 그 시대적 의미를 독자 스스로 음미하게끔 한 것이다.

산림의 시대를 열다, 김장생과 김집 부자

백성이 편안하면 국가에 근심이 없다, 김육

비주류의 꿈을 꾼 주류인, 장유

이상 실현과 이상의 억압 사이에서, 송시열

근본주의자를 위한 변명, 윤휴

조선의 새로운 길 삼대의 이상, 유형원

유학의 본고장이 가졌던 긍지와 한계, 이현일

공존의 묘리를 추구한 재상, 남구만

철학과 시문을 넘나들며 이념의 지표를 새로 세우다, 김창협.김창흡 형제

한 권으로 보는 그림 한국지리 백과/ 민병준 글, 구연산 그림, 이윤호 감수 / 진선아이 / 2008년 12월

한 권으로 보는 백과' 시리즈의 3권. 우리나라의 지형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교통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한국지리 정보를 한 권에 총망라한 책이다. 1개의 특별시, 9개의 도, 6개의 광역시 그리고 북한 편으로 구성됐으며, 각 자치 단체마다 세부 주제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초등·중학교에서도 다루어지는 지리 내용들을 쉽게 정리해 사회 과목의 기초를 다져준다. 교과서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딱딱하고 어려운 우리나라 지리를 지역별로 나누어 설명했으며, 지리 정보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도 함께 훑어볼 수 있게 구성해,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부록으로 함께 구성된 체험학습 가이드는 각 시·도별 지도와 기본적인 지리 정보, 문화유산, 축제에 대한 정보를 두 페이지에 담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또한 각 시·도별 정보와 함께 답사 노트가 들어있어, 직접 사진도 찍어 붙이고 자세한 답사 내용을 기록할 수 있도록 꾸몄다.

마주 보는 한국사 교실 1,2,3 /박미선 지음, 장선환 그림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 2008년 12월

'마주 보는 한국사 교실' 시리즈는 동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우리 역사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더 넓은 시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정치사뿐 아니라 생활사와 문화사를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다루어,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을 보여 주고 있다. 생생하게 묘사한 글과 현장의 사진과 유물, 그림을 절묘하게 조합한 화면과 결합시켰다.

각 시대별 전문 연구가인 8명의 역사학자들이 지은이로 참여하여 최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깊이 있는 역사 해석까지 소개한다. 권말에 한 권을 다 읽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깊이 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도록 '나만의 한국사 정리 노트'라는 부록을 붙였다.

우리 고대사에 대한 깊이 있고 생생한 서술과 수백 장의 사진과 희귀한 유물 사진, 그림을 펼쳐 보여 호평을 받았던 1권에 이어, 나라별이 아닌 시대별로 삼국 시대의 발전과 변화를 다룬 2권, 신라의 통일과 발해사를 다루면서 당시의 세계적 교류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3권은 우리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하면서 역사의 재미와 흐름에 대한 이해, 상상력을 높여주고자 한다.

시리즈 소개
1권 우리 역사의 새벽이 열리다 / 2권 고대 왕국들이 서로 다투다
3권 남북국 시대가 펼쳐지다 / 4권 고려가 통일 시대를 열다(출간 예정)
5권 새 나라 조선을 세우다(출간 예정) / 6권 조선이 새로운 변화를 꿈꾸다(출간 예정)
7권 개혁과 자주를 외치다(출간 예정) / 8권 새 국가 건설에 나서다(출간 예정)

사회를 보는 논리/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2월

<사회를 보는 논리>의 개정판. 일부 달라진 통계 수치와 급변하는 사회상을 반영하고 '토론' 문제를 추가했으며, 2도 인쇄로 산뜻하게 디자인하는 등 장정을 새롭게 하여 펴냈다. 삶을 이야기하면서 사회를 발견하고, 또한 사회를 탐구하면서 '나'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의 모색이 이 책이 지향하는 점이다.

또한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 모습과 통계, 그리고 보이는 현상 뒤에 감춰진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단순한 읽기 자료에만 그치지 않고 오류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으며, 토론을 할 수 있는 문제를 덧붙여 책의 활용 가치를 한층 높이고자 하였다.

제1부 세상 보는 눈을 다시 보자―인식 모델의 성찰

제1장 흔들리는 터전―패러다임의 전환
흔들리는 전제들 | 한국 사회 변동의 특징 | 왜 외국인들은 한국에 공부하러 오지 않는가 | 21세기가 요구하는 능력은

제2장 앎과 삶 가로지르기―지식의 위상 점검
질문은 누가 만드는가 | 과제 중심의 종합 교육으로 | 우리의 역사 교과서에서 빠진 것들

제3장 과학이라는 언어에 대하여―객관성의 탐구
비이성적인 것들에 좌우되는 이성 | 토머스 쿤이 바라본 과학사 | 과학의 새로운 물결 | 진정한 과학 정신이란

제4장 숫자를 바로 읽으려면―통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
물가 인상률, 어떻게 계산되나 | 기준과 표본 집단의 문제 | 물음 속에 숨어 있는 답 | 응답자는 얼마나 솔직할까? | 신용 잃은 한국 통계

제2부 사람과 사람 사이―공생과 교류의 관계를 위하여

제5장 정상? 비정상?―차별과 평등의 논리
문화마다 달리 채택하는 요소들 | 다양성의 참뜻 | 주변자들의 손을 잡는다

제6장 체면이라는 가면―자기 존엄의 기반
체면 유지의 고비용 구조 | 외형적 ‘차이’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끊임없이 새로운 ‘차이’는 생상되지만…… | 자존심이라는 것

제7장 사랑은 무엇으로 이어지는가―남녀 관계의 성찰
낭만적 사랑이라는 것 | 사랑이 뭐기에

제3부 유연하게 소통하는 언어로―21세기의 사회 구상

제8장 피라미드에서 네트워크로―정보 사회의 조직 원리
관료제가 낳는 폐해들 |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하려면 |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 순환하면서 갱신되는 정보의 가치

제9장 지구촌에게 말 걸기―세계화 시대의 정체성
민족 정체성의 형성과 변천 | ‘우리’ 안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 | 종족주의의 배타성과 오만함

제10장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문화 시대의 의미
전통 문화의 현주소는 | 삶에서 우러나오는 문화로 | 지역 이벤트에서 무엇을 얻는가

제4부 삶이 깃드는 자리는―대안적 생활 양식의 모색

제11장 생명의 질서를 향하여―문명의 생태학
문명의 발생과 전개 | 도시의 팽창과 그 대가 |소비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제12..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김흥식 기획, 김성희 해설 / 서해문집 / 2009년 01월

신문 기사를 통해 우리 근대사의 주요 사건을 더듬어 본 책이다. 근대사를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분석한 책은 많지만 신문 기사만으로 역사의 흐름을 엮어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우리 근현대사가 오늘날 살아 숨 쉬는 사건으로 되살아나도록 구성, 편집, 해설했다.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부터 1945년까지 국내외에서 발간되던 우리나라 신문 총 21종에서 주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신문 기사를 가려냈으며, 최초의 필화 사건을 불러온 1884년 1월 30일자 ‘중국 군인의 범죄’부터 1945년 9월 11일자 ‘태평양전쟁 종전협정 조인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근대를 관통하는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총망라했다.

총 141건의 기사를 67건의 대항목과 17건의 중항목으로 분류했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시간 흐름을 보여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서로 연관된 기사를 시기나 신문 종류에 관계없이 한데 모았음을 말한다. 또한 한 사건을 놓고 다른 논조를 보이는 경우 두 신문을 같이 실었다.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즈음의 신문을 그대로 보여 주고 그 기사를 그대로 적어 오늘날 독자들이 과거 신문을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자료로서의 가치는 물론이고, 기사 원문을 통해 당시 사회적 동향과 인식을 엿볼 수 있다.

1884부터 1910까지

화병범죄華兵犯罪
독립신문 창간
고종 환궁, 아관파천 1년
대한제국 선포
만민공동회 열리다
영일동맹
러일조약
을사늑약_시일야방성대곡 지지 / 민영환, 조병세 자결 / 고종 변명서
통감부 설치
국채보상운동에 나서다
헤이그밀사사건
순종, 황제위 물려받음
한일신협약
군대, 해산시키다
의병의 활약
동양척식주식회사 설립
안중근, 이토 암살하다
이완용 피습 / 이완용 암살단 음모사건
헌병경찰제 실시

1910부터 1930까지

한일합병
105인 사건 판결
고종 승하 / 고종 독살설
3.1운동 / 3.1운동 대공판
대한민국임시정부 구성
서상한 폭탄 불발사건
국경의 무장단체 / 봉오동 전투
연통제 공판
산미증식계획 / 토지개량사업
의열단과 '조선혁명선언'/김상옥, 종로 경찰서에 폭탄 던지다/나석주, 동척에 폭탄 던지다
간토대지진 / 조선인 폭동설
암태도 소작쟁의 사건
을축년 대홍수
신사참배
순종 승하와 6.10만세운동
군자금 조달
대정 사망, 소화 원년
신간회 창립
원산 총파업
아나키스트 검거
광주학생항일운동 / 광주학생항일운동 파급
평양 고무공장 파업

1931부터 1945까지

만주사변
이봉창, 천황에게 폭탄 던지다
윤봉길 훙커우 공원 의거 / 훙커우 공원 의거의 영향
안창호 공판 / 수양단 사건
조선어사전 편찬 추진
조선농지령 공포
공산주의자 이재유 민족혁명당 활동
손기정 베를린 마라톤 우승 / 일장기 말소 사건
보천보 전투
중일전쟁
연해주 동포 강제 이주
제3차 조선교육령
최초의 지원병 전사
국민 징용령 발동
창씨개명
조선.동아일보 폐간
쌀 배급제 실시
임시정부 승인설
태평양전쟁 시작되다
징병제 준비하다 / 징병제 실시
여자정신대근무령 공포
포츠담 선언과 소련 참전
원자폭탄, 히로시마에 떨어지다
일본, 항복하다
정전협정 조인 / 개전에서 종전까지 / 종전협정 조인식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 다시 사회구성체론으로?/그린비 + '연구공간 수유+너머' 엮음 / 그린비 / 2008년 10월

단행본(book)의 깊이와 잡지(magazine)의 넓이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매체인 부커진bookagine 2호가 나왔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를 '사회구성체론'의 입장에서 다룬다. 자본주의와 축적체제, 계급적 문제와 대중운동의 문제를 실천적 관심 속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하려는 점에서 '사회구성체론'의 입장을 가진다.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주의의 증권화 양상에 대한 분석, 불안의 정치체제, 비정규직과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을 다룬 특집글들과 2008년 촛불시위의 전개과정에 대한 고병권의 탁월한 분석 및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인터뷰는 지금의 한국사회가 어느 지점에 서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작동해 갈지를 보여 준다.

PHOTO ESSAY
2008년 촛불시위와 대중의 흐름(오하나)

EDITORIAL
편집자 서문

ISSUE
01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과잉-제국주의(이진경)
02 유연성의 축적체제와 시뮬라크르 자본주의 (이진경)
03 불안시대의 삶과 정치(고병권)
04 신자유주의와 욕망의 안보체제(박정수)
05 유연화체제의 프롤레타리아트, 비정규직(조원광)
06 흐름의 공간과 분자적 미디어(최진호)

INTER-VIEW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 생존의 연대 : 김경욱(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 고병권(연구공간 수유 + 너머 추장)

ESSAY
혁명 앞에서의 머뭇거림 : 2008 촛불시위의 발발과 전개(고병권)

지방은 식민지다!/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10월

오랫동안 전주에 살며 전북대에서 강의해온 강준만 교수가 지방자치, 지방문화, 지방언론의 현주소를 날카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그 해법을 제시한 책. 지은이는 "맛이 간 지 오래인 종속이론의 아류"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내부식민지론'이 지금의 지방문제를 들여다보는 데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지방의 현실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앙정부는 지방을 ‘은전’이나 베풀면 되는 ‘거지’ 취급하지 말고 일관되고 공정한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지방도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걸 지역발전 전략으로 삼는 '내부식민지' 근성"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의 실천을 강조하는 것. 또한, 지은이의 전공이 신문방송학인 만큼 지방언론의 살 길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머리말: 지방은 ‘내부식민지’다!

1장 ‘내부식민지’의 정치적 현실
왜 ‘독재권력’ 없는 ‘개발독재 논리’인가?
지방의원은 ‘국회의원 몸종’인가?
서울에서 밀려나면 죽음인가?
‘각론’은 없고 ‘총론’만 있는 한탕주의
줄 서지 않으면 죽는가?
꼭 권력에 목숨 걸고 살아야 하나?
왜 ‘내부식민지’가 지속되나?

2장 서울의 오만와 편견
지방은 거지인가?
수도권엔 현금, 지방엔 어음?
‘지방균형발전의 미망에서 깨어나자’?
청계천 복원은 건설업자들의 ‘자선사업’인가?
‘글로벌?내셔널?로컬 스탠더드’는 어떻게 다른가?
지방엔 ‘티핑 포인트’가 없는가?

3장 ‘내부식민지’의 토대, 교육
왜 오늘도 60명이 전북을 떠나는가?
무엇이 한국인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가?
왜 ‘교육분산’을 외면하는가?
왜 사교육에 대한 착각과 오해를 하나?
SKY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왜 SKY는 인해전술에 매달리는가?

4장 지방의 정치와 행정
정치?행정의 사유화, 이대로 좋은가?
‘낙하산 실명제’는 어떤가?
왜 ‘스톡홀름 신드롬’인가?
단체장 집무실이 넓으면 일 잘하나?
왜 ‘참여 전북’으로 가야 하는가?

5장 지방의 주목투쟁
‘광고?홍보 독과점’을 어찌할 것인가?
왜 ‘통계 전쟁’이 필요한가?
왜 튀지 않으면 죽는가?
왜 ‘시민기자 혁명’인가?
왜 ‘눈높이 저널리즘’인가?
왜 ‘공익 마케팅’이 필요한가?

6장 지방신문의 현재와 미래
‘공무원 신문’을 아십니까?
과연 무엇이 진정한 자존심인가?
지역언론, 어떻게 죽일 것인가?
왜 ‘지방신문 혁명론’인가?
‘민원 해결 저널리즘’은 안 되나?
왜 ‘블루오션’으로 가야 하나?
지역신문 구독하면서 욕하면 안 되나?

7장 지방방송의 현재와 미래
왜 ‘소통구조의 개혁’은 외면하나?
왜 ‘여의도 방송’에서 ‘전국방송’으로 가야 하나?
왜 ‘방송의회’ 구성이 필요한가?
왜 방송 ‘광역화’는 자승자박인가?
왜 지방을 둘로 나눠야 하나?
왜 콘텐츠 수용환경 변화가 필요한가?
왜 지역방송이 ..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 노명우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8년 10월

화려한 유혹으로 사람들 삶을 움직이는 텔레비전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이 담긴 책. 지은이는 "극단적으로 매개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세련된 미디어가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흡입하는 이 위력적인 시대에, 거대화된 힘으로 조직된 사회 속 개인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지금의 나를 만들고 또한 여전히 만들어가고 있는 텔레비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텔레비전 없는 유년과 신기술 이후의 삶을 불연속적으로 경험한 1세대와는 달리, 텔레비전과 함께 성장한 2세대 텔레비전 키드이자 텔레비전 없인 살 수 없는 평범한 시청자"임을 자인하면서, "소란스럽게 신기술의 경이로움에 대해 떠들던 수다스러운 담론이 사그라지고, 텔레비전 자체보다는 그 미디어 속 프로그램이라는 작은 단위로 관심이 옮아간 현실"에 의문과 아쉬움을 던진다.

또한, "사라져버린 시청자의 관점에서, 관습이 발휘하는 착시 효과에 의해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텔레비전이라는 전자 창문 속에 담겨진 문화형식의 결을 발견하려 한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 책은 그렇게 가정에 침투한 낯선 문명의 이기가 '또 하나의 가족'으로 정상화된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그 ‘또 하나의 가족’을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 텔레비전 카드, 학자가 되다

ON 텔레비전을 켜다
1.매개된 삶은 인간의 운명이다
2.이미지와 텍스트의 경쟁 시대
3.누가 스크린을 살해했는가

VOLUME 텔레비전과 포드주의
1.포드주의의 학습장
2.볼륨 장치와 매스 커뮤니케이션
3.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경제학

CHANNEL 텔레비전과 모더니티의 시공간
1.채널, 거대한 일방통행로
2.사적 공간에 공적 공간이 침투하는 길
3.시청자가 호명당하는 통로
4.거실 속의 외부 세계
5.거실로 모더니티의 시간이 쏟아지다

OFF 텔레비전을 끄다
1.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나타내는 문화적 징후들
2.뉴 미디어, 상충하는 의사소통 형식
3.왜 오프 버튼을 찾아내야 하는가

에필로그 - 텔레비전 시대, 살 것인가 살아질 것인가
미주
도움 받은 글

조선 아고라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10월

태조와 태종 연간에 벌어진 한성 천도 논쟁, 세금제도의 개혁을 둘러싼 세종 시대의 공법 실시 논쟁, 현종 시대 명분과 학문 사이에서 벌어진 1.2차 예송 논쟁, 새로운 문체를 금지한 정조 시대의 문체반정 논쟁까지. 조선시대 벌어진 격렬한 토론들을 실록과 문집에 의거하여 재구성하였다.
논쟁1. 한성 천도 논쟁
한성 천도 논쟁 일지
주요 인물
들어가는 글 - 서울 이전 서울의 역사
천도의 첫 번째 발안자, 태조 이성계
첫 번째 수도 예정지, 계룡산
천도의 또 다른 걸림돌, 중국과의 외교 분쟁
새로운 도읍 예정지 무악, 그리고 풍수지리의 대두
무악 도읍 토론회
정종, 개경으로의 환도
태종, 두 번째 천도 논쟁
훌륭한 핑곗거리, 한양 천도
막판 뒤집기, 아버지의 부탁
한성인가, 무악인가? 2차 토론회
도읍의 운명을 정한 동전 던지기
맺음말 - 태조와 태종, 신하를 휘두르다

논쟁2. 공법 실시 논쟁
공법 실시 논쟁 일지
주요 인물
들어가는 글 - 토론왕, 세종
1차 공법 시행 논의
조선 최대 규모의 관리, 백성 합동 여론조사
9년 후, 2차 공법 시행 논쟁
사람이 할 일을 다했거늘, 하늘이 따라주지 않다
난장판 토론, 그리고 날치기 통과
계속되는 시행, 계속되는 반대
마침내 시행!
세종,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다
또다시 시작된 공법 토론
나물을 먹는 백성들, 청안현의 토지 구획 실험
맺음말 - 조선 최대의 마라톤 토론

논쟁3. 1차 예송 논쟁
1차 예송 논쟁 일지
주요 인물
들어가는 글 - 사대주의의 폐해, 예송 논쟁
예송 논쟁의 원인
효종의 승하
허목 VS 송준길, 첫 번째 논쟁의 막이 오르다
실록을 참고하다
송시열, 반격에 나서다
윤선도, 불꽃에 기름을 퍼붓다
학술적인 토론에서 패싸움으로
비난하는 자와 옹호하는 자
서인 원두표, 3년복을 옹호하고 나서다
1차 예송 논쟁의 정리
맺음말 - 예송 논쟁, 또 하나의 마무리

논쟁4. 2차 예송 논쟁
2차 예송 논쟁 일지
주요 인물
들어가는 글 - 예송의 후폭풍
1차 예송에서 2차 예송으로
2차 예송 논쟁의 시작
현종, 서인에게 칼을 빼들다
왕과 신하, 맞장을 뜨다
2차 예송 논쟁, 둘째 날
현종 VS 김수흥, 한판 붙다
2차 예송 논쟁의 종말
그 후의 이야기
맺음말 - 이기심과 아집의 대결

논쟁5. 문체반정 논쟁
문체반정 논쟁 일지
주요 인물
들어가는 글 - 문체반정의 시작

jeudi 29 janvier 2009

[서평] 김기협 역사 에세이 〈뉴라이트 비판〉 - 오마이뉴스 / 2009-01-23

[서평] 김기협 역사 에세이 <뉴라이트 비판>
출처 : 뉴라이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 - 오마이뉴스

믿기진 않지만 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역사 교과서 파동, 건국절 논란, 친일파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데 있어 일반 국민들에게 시종일관 호통과 독설로 가르치려는 부류가 등장한 것이다. 어르고 달래도 욕먹을 판에 오히려 당당한 자태를 보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세력을 키우다가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제철 만난 고기마냥 날뛰는 '뉴라이트'를 이르는 말이다. 뉴라이트 세력은 이미 현 정권의 코드에 맞춰가며 자신들의 몸집을 거침없이 불려나가고 있다. 문제가 되더라도 국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거나 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무조건 비판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렇지도 않다는데 있다.

급하고 독하다. 수면 아래에서 숨죽이던 그들은 호기를 만나 그동안 풀지 못했던 한을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토해내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 광복절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를 '건국'으로 바꾸며 역사 자체를 바꾸어 놓으려는 시도, 한국 사회를 '승자독식사회'로 구축하려는 가혹한 경제관까지. 내놓는 주장들이 하나같이 황당한 탓에 어이가 없어 차라리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들은 어디에서 왔고, 실체는 무엇일까. 그들이 바라는 세상은 대체 어떤 곳일까.

'합리적 보수'라 불리는 김기협의 역사에세이 <뉴라이트 비판>은 최근 몇 년 사이 문제가 되어온 극우파 난동을 밀도 있게 분석하며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의 연재분을 모은 것으로 책은 특히 서울대 이영훈 교수와 안병직 중심으로 뭉친 시대정신(구 뉴라이트재단)에 대한 종합안내서 역할을 한다. 시종일관 날렵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문체가 인상적이고, 또한 편향적이지 않은 시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뢰감을 더욱 두텁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먼저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뉴라이트의 인간관을 문제 삼는다. 식민지 시대부터 독재 시대까지 줄곧 강자가 군림하던 한국 사회의 뼈아픈 과거사를 왜곡시키며 끊임없는 경쟁과 생존을 통해 살아남은 이가 승리하고 이들이 성공이자 역사임을 주입하려는 것이다. 노조와 시위, 시민단체 등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 대부분이 절대적인 악이나 적으로 간주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꽁꽁 막아놓고서 분노할 수 있도록 유도한 뒤에, 사건이 터지면 그들을 '폭도' 내지는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폭력단체'로 손쉽게 규정해버린다.

한국의 역사 뿐 아니라 문명 자체를 자본주의 중심으로 재해석하려는 뉴라이트의 시도는 자연스럽게 식민지 시대 옹호와 건국절 논란, 그리고 역사 교과서 파동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결국 조롱거리에 불과하고, 역사 훼손과 은폐는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이용한다. 뉴라이트에 의해 식민지 시대는 근대화에 도움이 된 감격적인 축복의 시간으로 둔갑해 버렸고, 친일파를 언급하는 일은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었다. 광복절을 지우개로 지우더니 대신 미국의 이익에 따라 강요된 건국절을 우리나라의 상징으로 치켜세웠다.

이승만의 부정부패와 무능함, 박정희의 폭압과 독재의 역사는 철저히 거세되었으며 혁명은 기껏해야 불만투성이들의 법을 어긴 행동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조차 무너뜨린 신자유주의 정책은 아직까지도 최고의 신앙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것이 진정 사회발전과 그들이 내내 외치는 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면 아마 지금과 같은 거대한 반발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딱히 그럴 가능성이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데다, 그것도 모자라 심지어 사회 분열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학은 인간성을 경험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진실과 정의는 다름 아닌 사람들의 관계와 사랑 속에서 발전한다. 헌데 모든 가치를 재물에 종속시키는 뉴라이트에는 근본적인 '사람'이 배제되어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과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인간 위에 유전자를 올려놓아도 많은 사람이 아직까지 그 사실을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다.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숨 쉬고 흐르는 것은 돈보다는 사람이고 사랑이라는 믿음이 더 강한 탓이다. 아무리 살기 힘들어도, 때때로 이기적인 사건과 쟁점들이 우릴 괴롭히더라도 세포로 조직된 사람이란 존재는 쉽사리 그걸 놓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보수주의자다. 이런저런 불평을 하기는 해도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괜찮은 사회라는 생각이 20년래 바뀌지 않는다. 다들 지금까지 살아온 식으로 꾸준히 애쓰며 살아가면 충분히 좋은 사회를 이뤄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나는 혁명적 변화도 기적적 변화도 바라지 않는다. (본문 211쪽)

위에서 알 수 있듯 그가 뉴라이트를 비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엄청난 변화나 혁명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자신과 우리 곁에 머문 사람들, 때로는 밉더라도 기꺼이 보듬어야 마땅한 우리네 이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성장이고 발전이다. 정권과 자본의 비호를 받는 소수만이 살아남고, 대부분의 서민은 아래에 깔리는 성장이란 결국 현 시대의 음울한 현실을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더군다나 그들이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경쟁유도는 결국 신자유주의의 폐막과 더불어 지금과 같은 경제 불황을 가져오지 않았던가. 이래저래 뉴라이트의 주장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렸다.

뉴라이트는 최근까지 보수언론의 1면에 광고를 내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고, 오늘자 조선일보 1면에도 역시 용산 참사와 관련한 광고문을 실었다.(물론 책에서 다루는 재단과는 다른 ‘뉴라이트전국연합’에서 낸 것이다.) 불법폭력시위, 폭동이란 말이 글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희생된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에 대한 원인과 근본적인 대책 따위는 그들의 머리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오로지 공격적인 폭언과 행동뿐이다. 그러니 맨 마지막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장이 빈말처럼 들릴 수밖에.

또한 이런 문장도 달렸다. '우리 모두 단합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합시다!' 단합이라, 내가 말을 잘못 들었나? 눈이 어두워진 탓일까.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정책에는 뚜렷한 체계가 없다. 단체 자체가 여러 군데로 분산되어 있는 데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의 의견이 아니라면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쉽게 말해 그들끼리도 뭉치질 못한다.

황당한 데다 기괴하고, 그것도 모자라 근본도 없으니 사람들이 설득당할 리 만무하다. 시종일관 호통과 독설을 내뿜으며 위에서 아랫것 내려다보듯 훈계하느라 정신없는 그들이 대뜸 '단합'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입에서는 나오는 건 헛웃음이고,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건 그럼에도 그들이 정권과 집권여당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4년이 걱정스럽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왜곡과 날조가 판칠 것인가.

출처 : 뉴라이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 - 오마이뉴스

佛선교사의 ‘조선시대 감옥’ 체험기 - 문화일보 / 2009-01-23

나의 서울 감옥생활 1878 / 펠릭스 클레르 리델 지음, 유소연 옮김 / 살림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포도청) 죄수들은 주로 세 부류로 나뉜다. 도둑, 채무 죄수, 그리고 우리 같은 (천주교) 신자들, 이렇게 세 부류인데, 옥 안에는 신자들이 대다수였다. 이 세 부류의 죄수들은 각각 다른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도둑들의 처지는 가장 비참하였다. 대략 30여 명이 있었는데, 밤이고 낮이고 발에 차꼬를 차고 있으니 모두 병에 걸린 상태였다. 옴이 온 몸에 올라 상처 부위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조선교구 제6대 교구장으로 1877년 11월 입국해 포교활동을 펼치다 석 달 남짓 지난 다음해 1월28일 포도청 포교들에게 붙잡힌 펠릭스 클레르 리델(1830~1884) 주교가 남긴 서울 감옥 생활 회고기는 19세기 조선의 감옥문화를 잘 보여주는 1차 사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책은 이명복(李明福)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리델 주교의 회고록을 아드리앵 로네 신부가 편집·정리하고 해설을 붙여 1901년에 펴낸 것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명지대, LG연암문고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한국학 관련 희귀자료의 국역사업인 ‘그들이 본 우리’ 총서 제6권으로 나왔으며 로네 신부의 간행물에 빠져 있는 회고록의 일부 내용을 되살려 우리말로 옮겼다.

리델 주교는 조선과의 인연이 각별한 프랑스 선교사다.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난 뒤 사제 서품을 받고 파리 외방전교회에 들어간 그는 1861년 조선에 잠입해 5년간 포교활동을 펼치다 1866년 3월 병인박해가 터지자 이를 피해 중국으로 피신했다. 같은 해 7월 톈진(天津)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 극동함대 사령관 로즈 제독에게 조선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를 알렸고, 이어 9월 조선인 신도 3명과 함께 프랑스 함대의 강화도 침략(병인양요) 당시 길 안내를 맡기도 했다. 1878년 서울 포도청에 투옥됐다가 5개월 뒤 석방과 함께 중국으로 추방된 리델 주교는 조선에서 잡히고도 사형당하지 않은 최초의 선교사로도 유명하다. 이후 그는 중국 만주에 머물며 최초의 한국어 문법서인 ‘한어문전’과 ‘한불자전’을 저술했다.

책은 리델 주교가 1878년 1월28일 서울에서 체포, 투옥된 뒤 같은 해 6월10일 석방돼 만주에 당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회고한 것이다.

특히 죄수들의 비밀 정보를 염탐하기 위해 걸인 행색을 하고 옥간에 눌러 있는 포도청 소속 비밀경찰이나 옥졸들의 구타로 시체가 돼 몰래 성문 밖에 버려지는 죄수의 실태, 포도청 감옥의 구조도 등 조선 감옥에 대한 다양하고 생생한 기록들을 남겨놓은 게 특징이다. 도둑들은 작은 밥사발에 아무런 간도 하지 않은 밥을 담아 아침저녁으로 먹는 게 전부지만, 채무로 투옥된 죄수들은 친지나 벗들과 서로 연락도 할 수 있고 밖에서 음식을 받아 먹었다. 대다수가 정부 관원이었던 이들은 심지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거나 굶주리고 있는 도둑 죄수들이 보는 앞에서 대향연을 벌이기도 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새치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 - 중앙일보 / 2009-01-10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
김광기 외 지음, 동아시아
295쪽, 1만4000원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 도발적인 질문이다. 하마터면 ‘대한민국은 도덕의 적(敵)인가’로 잘못 읽을 뻔 했다. 그만큼 사회에 대한 불신이 크다. 이 ‘불신의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사회학자들이 나섰다. 이 책은 한국사회학회가 기획한 ‘사회학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다. 서문은 “사회학이 딱딱한 학문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는 실사구시의 학문임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80년대 격동의 시대, 사회학은 ‘운동권 학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회적 모순에 대한 모든 해답의 열쇠가 그 학문 안에 숨겨진 듯 여겨졌다. 하지만 그 열쇠로 강의실의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상아탑의 대문을 열었고, 사회학은 거리의 ‘민중’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감격시대’가 지난 뒤 사회학은 거리에서도, 상아탑 안에서도 소외된 듯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학 구하기’라는 미션을 받고 쟁쟁한 사회학자 9명이 나선 것이다.

놀 이공원 안내문도 훌륭한 사회학 텍스트가 된다.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원지의 ‘새치기’ 규정을 놓고 한국사회 불신의 원인을 논했다. 한국에서 ‘새치기’는 경범죄처벌법 1조 48항에 규정돼 있는 엄연한 범죄다. 하지만 조항이 애매하다. 48항 ‘새치기’ 조항은 ‘표를 사기 위해 여러 사람이 줄 서 있을 때 새치기를 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에게 1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한다고 할 뿐이다. 매표소에선 ‘새치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발견할 수 없다. 미국은 다르다. 뉴저지주의 한 물놀이 공원 입구에는 새치기를 한 자는 공원에서 즉시 추방된다는 경고와 함께 규정을 명기해 놓았다고 한다. ‘30분간 줄을 서 있다가 양해를 구한 뒤 화장실을 다녀와서 그 자리에 다시 서도 새치기’라는 것이다. 이 규정은 철저히 지켜진다. 규정에 대한 모호성이 한국사회의 한 특징이 되는 것이다. ‘룰’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사회적 불신을 양산한다. 놀이공원이라면 그 불신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대를 이어 전수된다.

책은 서문에서 ‘쉽고도 재미있는’ 사회학 출판물을 지향했다. 일단 글은 쉽다. 재미는 독자가 찾아야 할 몫이다.

배노필 기자

'고조선 신화에서 역사로' 발간 - 호남일보 / 2009-01-12

고조선 실체를 입증하기 위해 18년간 중국 대륙.동남아시아.일본 등을 40여 차례에 걸쳐 답사.발굴을 하며 동북공정의 역풍을 헤쳐나기고 있는 70대 노학자와 고조선역사문화재단 등의 노력이 12일 책으로 나왔다.

'고조선 신화에서 역사로'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 책은 자천타천으로 제 2의 김정호(고산자)라고 불리는 지리학자 이형석 박사(72)와 문화유산의 비밀을 첨단과학으로 푸는 이종호 박사(60.KAIST초빙과학자)가 함께 저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고조선 역사는 일제가 1925년 조직한 조선사편수회를 통해 단군의 존재를 부인하며 단순한 신화로 평가절하하고 중국이 요하문명. 홍산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로 편입시키기 위한 동북공정을 진행하며 부단히 폄훼되고 있다.

이같은 고조선 폄훼작업으로 인해 관련 각종 자료나 유적 등은 계속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조선을 신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로 입증하기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부단히 발전해온 과학기술이 고고학과 발굴 등 고대사와 접목되면서 한국에서 발견된 수많은 청동기 등 관련 유물들의 연대가 크게 높아졌다.

또 2007년 고교 국사 교과서는 '삼국유사와 동국통감 기록에 따르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는 내용으로 수정됐고 2008년에는 단군왕검 우표가 발행됐다.

'고조선 역사에서 신화로'는 우리민족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역사여정이 담긴 책이다.

이 책 1부는 우리 민족의 시원이 어디인가를 알 수 있도록 요하문명(홍산문화)에서 발굴된 수많은 유물과 유적지의 생생한 사진. 현장감 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

저자들은 우리 민족의 시조들이 살았던 요하문명에서 황하문명보다 훨씬 오래된 수준의 높은 문명이 발굴되자 중국의 것으로 둔갑시켜 중화 5000년이라고 부르짖는 등 역사왜곡을 질타하고 있다.
2부는 어느 지역이 고조선의 도읍지였는지 추정하고 내용이 기록돼 있고 왜 고조선이 한나라에 멸망했으며 어디로 쫓겨 갔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형석 박사는 지리교육학자로 30여 차례 고조선 지역을 답사하며 지리와 역사의 만남을 통해 고조선 역사 찾기에 매달리는 등 상고사 연구에 선명한 족적을 남기고 현재는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종호 박사는 과학자로서 검증되기 어려운 고대사를 과학적 진실로 증명하기 위해 어려운 작업에 매달리면서 이 책을 저술했다.

책은 지리와 역사의 만남을 통해 선조들 살던 옛 터전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고조선의 실체를 눈으로 보고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우리책. 1만 5000원.


곽현주 기자

조선침략의 전초기지 재한 외국공관 - 매일경제 / 2009-01-13

`개항기의 재한 외국공관 연구` 출간

1880년대 세계열강과 근대적 조약을 체결하면서 조선은 전통적 조공체제에서 벗어나 근대적 외교채널을 가동하게 된다.
동북아역사재단이 13일 출간한 `개항기의 재한 외국공관 연구`(동북아연구총서 38)는 이 같은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일본, 중국, 미국, 독일, 영국 등 외국공관의 실체를 조명한 책이다. 결론은 이들 공관이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조선침략의 전초기지였다는 것이다.

하원호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를 비롯한 6명의 공저자들은 주한 외국공관의 인적 구성, 외교관의 활동 등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조선에 대한 열강의 정책 변화 양상을 추적한다.

하 교수는 `개항기 재조선 일본공관 연구`를 통해 일본 영사관의 조선에 대한 각종 조사를 분석하면서 "일본의 조사는 단순히 경제적 영역에 그치지 않았다. 정치적 사건이나 그에 따른 민정일반, 각 지역의 지리, 인구, 각종 관습조사 등 사회 전 부분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또 "일본 영사관은 전통적 관계에 의한 조선의 경제정책, 즉 방곡령에 대해서도 불평등한 조약을 근거로 조선 정부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등 일본인의 조선에 대한 경제적 침탈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갔다"며 "이처럼 개항기 재조선 일본공관은 불평등조약을 바탕으로 외압을 가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략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손정숙 이화여대 강사는 미국 공사관의 외교전략을 분석하면서 "본국의 친일적인 외교노선을 반대하고 한국의 독립 유지를 주장한 앨런 공사의 입장은 본국의 외교정책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현지 외교관의 외교전략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밖에 나혜심 성균관대 강사는 독일공관 연구를 통해 "독일 영사들은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이권과 자산의 확보 및 유지를 위해 활동했다"고 말하고, 이헌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도 "영국공관은 정보수집과 보고를 통해 영국 정부의 대한 정책의 기초적 정보를 만드는 첨병이었다"고 강조한다.

320쪽. 1만4천원.

buff27@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한국의 독특한 ‘종족 민족주의’ - 한겨레 / 2009-01-21

한국의 독특한 ‘종족 민족주의’
신기욱 교수 ‘…계보와 정치’ 출간
한국사회 핵심 조직원리 등 진단

한국 사회의 핵심 조직원리, 한국 사회 역동성의 배후는 무엇인가?

1980년대 초반 미국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 정착한 사회학자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가 25년 동안 집요하게 매달려 온 화두다.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였고, 처음엔 자신이 한국을 떠날 때 이 땅에 폭발적으로 대두하기 시작한 반미운동 해석에 집중했다. 그것은 곧 한국 민족주의 연구로 확대됐다. 반미운동이 한민족 정체성 문제와 원초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6년 스탠퍼드대 출판부에서 낸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이진준 옮김, 창비 펴냄)에서 신 교수는 한국 사회의 주된 조직원리를 “종족민족주의”로 규정한다. 혈통과 인종, 즉 생물학적 특징을 강조하는 종족민족주의의 형성과 발전과정, 그리고 공과를 모르고서는 20세기 한국 사회와 정치의 변화를 읽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21세기 전망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한국 민족주의…>는 이 문제를 역사사회학적이고 정치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한스 콘 이래 도널드 호로비츠에 이르기까지, 민족주의 연구자들은 종족민족주의를 위험하고,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보는 강한 전통이 있다. 신 교수는 유럽적 경험에 바탕을 둔 그런 본질주의 시각이 한국 종족민족주의 해명에 만족스런 답을 내놓을 수 없다고 본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근대에 와서야 지금의 지리·정치적 지도가 형성됐고, 민족주의는 다양한 종족들을 민족이라는 응집력 있는 정치적 공동체로 통합하기 위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기능했다. 민족이란 개념 자체는 서구 근대의 산물이지만 한국은 오랜 영토적 안정 속에 중앙집권적 관료국가가 지속돼 왔고, 근대 이후 한국 민족주의는 유럽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민족주의가 한반도에서 비민족적이고 초민족적인 형태의 다른 정체성들을 물리치고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 것은 필연도 운명도 아니었다. 한반도 종족민족주의의 출현과 지배는 “역사적으로 각인되고, 구조적으로 우연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안과 밖에서 벌어진 논쟁(경쟁)적인 정치가 낳은 산물”이다. 이 역사적 각인과 우연과 논쟁을 관통하는 지배적 사건은 근대와 함께 찾아온 외세의 위협, 곧 제국주의 침략과 한민족의 생존을 위한 저항이다. 종족민족주의는 저항민족주의 담론으로 탄생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파탄과 함께 미국 일극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21세기 동아시아 정세 급변 속에서 그 상황은 연장되고 있다. 따라서 종족적 민족정체성, 곧 종족민족주의가 “예견할 수 있는 미래에 사라지거나 약화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신 교수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유효성을 긍정하면서 결함을 보완하도록 권한다. 종족민족주의는 반식민 저항과 근대화의 동력이었고 통일운동의 이념이었다. 세계화(지구화)도 민족주의 목표를 위해 전유(專有)돼 양자는 상충하지 않고 오히려 친숙했다. 이것이 신 교수가 평가하는 종족민족주의의 ‘보상’이라면, 그 ‘대가’도 있다. 정치·문화·사회적으로 전체주의 세력화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정체성들을 주변으로 밀어냄으로써 자유주의·보수주의·급진주의를 포함한 근대적인 사상과 철학의 빈곤을 초래했고, 독재정부의 시민권과 자유 억압에 동원됐으며, 종족민족주의를 체제 유지를 위해 전유한 남북간의 갈등과 긴장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양날의 칼인 종족민족주의의 ‘대가’와 ‘저주’를 걷어내기 위해선 시민적 민족정체성을 형성하고 민주적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신 교수는 말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lundi 26 janvier 2009

韓日 양국은 왜 서로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 Books Chosun / 2009-01-01

韓日 양국은 왜 서로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조선인의 일본관’ㆍ’일본인의 조선관’ 출간
연합뉴스

한국인에게는 임진왜란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에 대해 뿌리깊은 피해의식과 적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시각도 만만치 않게 부정적이다. 그런 부정적인 상호 인식 속에 오늘날 독도문제와 교과서 문제, 위안부 문제 등으로 삐걱거리는 한ㆍ일 관계가 자리하는 것이다.

’조선인의 일본관’과 ’일본인의 조선관’(논형 펴냄)은 재일교포 사학자인 금병동 씨가 이런 두 나라의 부정적인 상호인식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양측의 시각에서 찾아가는 책이다.

일 본인의 조선에 대한 침략사상의 출발점은 8세기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記)에 기록된 ’진구황후 전설’이다. 진구황후는 주아이(仲哀) 천황의 부인으로 천황은 신라.백제.고구려로 구성된 삼한을 치라는 신탁의 명을 믿지 않아 신의 노여움을 사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에 진구는 쓰시마를 거쳐 신라로 건너갔고 이때 바다에 있는 크고 작은 고기가 모두 기뻐했으며 군선을 등에 지고 나르고 순풍도 일어나 파도가 신라국의 절반에 이를 지경이었다. 이에 크게 두려워한 신라왕이 백기를 들어 항복하고 많은 금.은.비단 등을 보냈으며 진구는 신라를 우치쓰미야케(內宮家)로 삼아 지배했다는 것이 진구황후 전설이다.

진구황후 전설은 ’조선이 일본의 속국이었다’라고 하는 전통적 조선관을 형성시켰으며 사상적으로는 그 후 일본인의 한국관에 토대를 제공한다. 이렇게 시작된 조선에 대한 침략사상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과 메이지 시대 초기의 정한론, 그리고 이후 조선 식민지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일본인의 조선관’은 이외에도 18세기 말 이래 관료와 정치가, 학자, 문인, 언론인, 군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일본 지식인 57명이 조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통해 일본이 한국에 가진 민족적 편견과 감정적인 모멸감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따라나간다.

1999년 일본에서 출판된 ’일본의 조선침략사상’의 내용에 2004년 4월-2005년 12월까지 ’조선신보’에 연재한 ’인물로 보는 일본의 조선관’의 내용을 더한 책이다.

함께 출간된 ’조선인의 일본관’은 조선왕조 시대 일본에 파견된 사신들과 근대 이후 조선정부의 개화 정책 시행에 따라 일본에 파견된 수신사 등의 일본 견문기와 일본강점기 한국인들이 식민통치에 어떻게 저항해 나갔는지를 정리했다.

조선시대 예학 집대성한 한국예학총서 발간 - 매일경제 / 2009-01-04

경성대 한국학연구소, 가례.의례 60권 출간

경성대 한국학연구소가 조선시대 가례와 의례 등 방대한 예학자료를 한데 모아 정리한 `한국예학총서'를 출간했다. 경성대 한국학연구소는 조선조 관혼상제의 가정의례와 향례, 학례, 방례 등 4대 예학 관련서 300여종을 정리해 총 200권 분량의 한국예학총서를 발간하기로 하고 최근 가례와 의례를 내용으로 한 1차분 60권을 출간했다고 5일 밝혔다.
경성대 한국학연구소는 지난 2002년부터 전국의 주요 도서관에 소장된 장서 목록을 뒤지는 한편 개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해 예학 관련 목록을 만든 다음, 시기별로 주요 예학서를 정리해 해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예학총서를 제작했다.

조선시대의 예학은 국가의 중요한 행사는 물론 각 고을이나 집안의 특별한 의식을 위해서도 별도로 의절을 만들어 낼 만큼 당시로서는 중요하고 방대한 학문이었지만 최근 100여년간 전근대적인 학문으로 취급받으면서 점차 관심에서 멀어져왔다.

경성대는 전체 예학 관련 저술의 종류와 분량이 방대한 점을 감안해 우선 가례와 의례에 관한 예학서 60권을 정리해 출간했다. 나머지 향례와 학례, 방례 등을 담은 140권은 올 상반기 중 출간 예정으로 여기에는 18세기 간행물인 `춘관통고'와 `전례류집', `의례집전', `사의' 등이 실릴 예정이다.

경성대 한국학연구소 강대민 소장은 "이번 1차 간행분 자료해제에만 16명의 학자가 참여할 만큼 힘들고 어렵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방대한 조선시대 예학을 한자리에 모아 집대성했다는 점에 한국예학총서 발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joseph@yna.co.kr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조선의 권력, 책에서 나왔다 - 동아일보 / 2008-12-12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주영하 외 지음/240쪽·1만3000원·휴머니스트

◇조선출판주식회사/이재정 지음/332쪽·1만7000원·안티쿠스

《조선시대는 책의 시대였다. 책은 유일한 정보 매체이자 권력이었기 때문에 어떤 책을 왜 만들어 어떤 식으로 유통시키는지는 당대의 역사적 맥락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시대의 책 문화사에 접근한 책이 나란히 나왔다.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는 삼강행실도의 편찬 배경과 유통 과정을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조선출판주식회사’는 조선 왕들이 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조선의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출판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살폈다.》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는 삼강행실도가 어떻게 출판돼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소비돼 조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한다. 특히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의 민속학자, 서지학자, 역사학자, 미술사학자, 고전소설 연구가가 함께 집필해 학제 간 연구의 모범을 보여준다.

왜 하필 삼강행실도일까. 효자 열녀 충신 등 조선시대 유교이념을 대표하는 윤리서로 500년 동안 가장 많이 출판된 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삼강행실도는 세종대에 간행됐다. 당시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세종이 백성을 교화할 도덕 교과서를 만들라고 한 것이 표면적 이유다.

이 책은 이면의 배경을 드러낸다. 조선 초기는 부계 사회가 아니었다. 성인 남자가 처가살이를 했고 외가 조상의 제사를 모시며 처가와 외가에서 재산을 물려받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도 왕실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상태였다. 신하 중 상당수가 고려 출신이었고 고려 왕조의 이념과 사상을 따르는 이들도 많았다.

새로운 통치 이념인 유교 문화를 확립하는 것이 조선 왕실의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였던 것이다.

성종 12년인 1481년 삼강행실도는 크게 변화한다. 전국적 독자층의 확보를 위해 한문을 한글로 풀어쓴 삼강행실도 언해본과 삼강행실도의 330개 에피소드를 105개로 줄여 간략히 만든 선정(選定)본이 출현했다.

‘조선출판주식회사’에서 소개한 조선 왕들의 모습은 출판사의 편집장을 연상시킨다.

1781년 7월 9일 아침 정조는 전·현직 대신을 모두 소집했다. 영조의 ‘보감(寶鑑·선대 왕의 훌륭한 업적을 모은 책)’ 편찬을 의논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조는 이 자리에서 보감 편찬을 위한 자료 수집 방법, 편찬 담당자를 정했으며 보감 인쇄까지 직접 관여했다.

1434년 세종은 ‘자치통감’을 편찬하는 일에 몰두했는데, 책을 만드는 동안 매일 밤늦게까지 원고를 직접 교정 봤다. 영조는 재위 동안 무려 9900권의 책을 썼다.

중종은 1542년 민간의 책을 모으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책을 바치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하나뿐인 책은 베껴 쓴 뒤 돌려주라고 했다. 선조도 민간이 소장한 책을 찾아내는 데 전력을 다했다.

중국에 간 조선 사신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책을 구해오는 일이었다. 어찌나 열성이었던지 청나라 관료였던 강소서라는 사람이 “조선 사람들은 책을 제일 좋아한다. 무릇 사신이 올 때는 50∼60명이 시장에 나와서 … 비싼 값을 아끼지 않고 사서 돌아간다. 그래서 조선에 오히려 진귀한 책들이 소장돼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왕이 책의 활자까지 정할 정도였는데 여기에는 정치적 이유가 숨어 있었다. 세조는 자신이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찬탈할 때 안평대군이 이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안평대군의 글씨로 만든 활자체를 없앴다.

책에 대한 왕실의 지대한 관심은 책의 간행과 유통을 국가가 통제하는 데까지 나아갔는데 이 때문에 책의 활발한 유통이 막히는 한계도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가 책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서점의 설치를 금지한 것이다. 저자는 “국가 차원의 책의 보급은 결국 유교 통치를 위한 것이어서 백성의 즐거움에는 관심이 없었고 고위 관료들은 책을 소유하는 특권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책으로 백성을 다스리려 했지만 역설적으로 책이 백성에게 보급되는 것을 막았던 셈이다. 저자는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조선시대 금속활자를 연구해 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mercredi 17 décembre 2008

‘아파트 공화국’의 미스테리 [강준만의 세상읽기] / 한겨레 21 2005년12월21일 제590호

‘아파트 공화국’의 미스테리

[강준만의 세상읽기]

외국인 학자의 연구주제까지 된 아파트를 향한 한국인들의 열광
“당신은 몇평에 사나” 처절한 구별짓기의 현장, 보이지 않는 카스트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고현정, 김남주, 김지호, 김현주, 김희애, 송혜교, 신애라, 이영애, 채시라, 최지우, 한가인(가나다 순) 등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이 빼어난 미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다 아파트 광고 모델이다. 대다수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꿈이다. 아파트라고 해서 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아파트를 향한 꿈은 늘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나래를 펴고, 그 꿈을 인도하기 위해 한국의 미녀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압구정동, 여기가 슬럼가냐?

아파트는 ‘코리언 드림’이다. 그건 한국인에게 진지하고 심각하고 비장한 드림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충격을 받는 외국인들도 있다. 네덜란드인으로 단국대 교수인 헨니 사브나이에는 “한국인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고 그걸 진보라고 여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특이하다”며 “세계 어디에도 고층 아파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마을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를 본 어느 독일인 교수는 “여기가 서울의 슬럼가냐”고 물어 한국인 안내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프랑스의 한 도시계획가는 서울 반포의 5천분의 1 축적 지번 약도를 보고선 “한강변의 군사기지 규모는 정말 대단하군”이라고 말했다나.

대단한 건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의 아파트 가구율(전국 47.3%, 서울 50.3%, 강남구 75.8%)은 세계 최고다. 70년대부터 한 세대 이상 지속돼온 아파트값 폭등 속도도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런 ‘세계 최고’라는 위상에 비추어보면, 1994년 서울 아파트 단지의 거대함에 충격을 받은 프랑스 마른라발레대 지리학과 교수 발레리 줄레조가 한국의 아파트를 박사논문의 주제로 삼기로 마음먹은 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아야 했다. 현장답사를 하면서 한국인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한국인들은 왜 아파트가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살려면 주택을 수없이 건설해야만 한다는 사실과, 그 많은 아파트를 왜 지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제기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순진파로 취급되어 자주 낙심하기도, 마음을 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협소한 영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나 벨기에에서는 도시 집중화가 대규모 주택 건설을 초래하지 않았으며, 공간이 넉넉한 프랑스에 오히려 대규모 주택 건설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것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파트를 향한 한국인들의 열광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가?”라는 연구 주제를 물고 늘어져 지난해 <한국의 아파트 연구>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인의 ‘영토 부족에 대한 강박관념’과 더불어 한국인들에게 아파트는 현대적인 삶을 상징했으며, 고도성장의 포드주의적 양산 체제에 더 들어맞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파트는 한국적이다. 한국과 한국인의 특성을 상징하거나 대표할 수 있는 사물을 하나 들라면 그건 단연 아파트일 것이다. 아파트는 처음에 현대성의 상징으로 도입됐다. 1958년 광복 이후 최초로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아파트가 세워졌을 때 준공식에 참석한 이승만 대통령이 역설했던 것도 바로 ‘현대성’이었다. 1964년 마포아파트단지 완공식에서 박정희 대통령도 아파트를 현대성의 상징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현대성’만으론 부족했다. 1960년대 말까지 아파트에 대한 저항은 완강했다. 정부는 마포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까지 제작하게 하는 등 아파트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마당이 없다거나 공동생활의 불편함이 크다는 것 등이 아파트를 꺼리게 만들었다. 양변기마저 기피 사유가 되었다. 아직도 대다수 국민이 화장실 휴지로 신문지를 쓰던 시절 마포아파트의 양변기는 오히려 골칫덩어리였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신문지로 막힌 양변기를 뚫느라 바빴다.

아파트에 날개를 달아준 건 ‘돈’이었다. 투기 바람이었다. 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강남 개발’이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자금 조달 목적을 위해 강남 개발에 열을 올렸고, 1970년 7월7일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버는 이른바 ‘말죽거리 신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네트워크를 깔기에 가장 적합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말 그대로 군사작전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 사망자가 77명이나 나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파트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아파트는 한국의 군사주의적 초고속 압축성장을 웅변했다. 예컨대, 잠실의 초창기 4개 단지의 건설을 지배한 구호는 ‘주택건설 180일 작전’이었으며, 이 작전은 성공적으로 완수됐다.

한국인들은 군사주의를 혐오하지만, 한국을 세계적인 정보통신 강국으로 떠오르게 만든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아파트 대단지가 제공해주는 군사주의적 효율성임을 어찌 부인할 수 있으랴. 중앙집중화의 터전 위에 선 아파트 공화국이야말로 네트워크를 깔기에 가장 적합한 체제가 아닌가. 반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교외주거지역의 특성상 인구밀집이 쉽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인터넷 보급망에서 한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한국인 코드의 핵심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 할 단일성과 밀집성을 아파트가 상징하는 동시에 실제로 구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또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구별짓기’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남들과 구별되고자 하는 인간의 본원적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소재가 빈약한 아파트 공화국에선 아파트가 가장 중요한 구별짓기 양식이 된다.

별로 믿기지 않겠지만, 아파트 공화국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아파트 구별짓기의 제1원칙이라 할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은 수백 년 전부터 ‘민간신앙’의 수준에서 인식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산 정약용이 죽기 전 자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사대문 밖으로 이사가지 말고 버텨야 하며,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고 사회적으로 재기하기 어렵다고 신신당부한 동시에 경고했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건재하지 않은가 말이다.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네팔인 유학생 검비르 만 쉐레스터는 한국인들은 인도와 네팔의 카스트 제도에 대해 놀라면서 비판하지만 자신은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카스트’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신입생 환영회 때의 일이다. 선배들은 처음 본 신입생에게 먼저 ‘집이 어디세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방에 산다고 대답했을 때와 강남에 산다고 대답했을 때 선배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방에 사는 신입생에게는 더 이상 질문이 없었던 반면 강남 출신 신입생에게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서울·지방, 강남·강북 등의 지리적 위치 다음으로 중요한 구별짓기 소재는 아파트 평수다.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평수에 따라 어린아이의 친구들이 구분된다는 건 상식이다. 심지어 한국 최고급 아파트인 타워팰리스에도 아픔이 있다. 평수에 따른 차별 때문이라고 한다. 그 안에도 젊은 독신자와 노인 부부 등을 위한 30평대 이하의 소형 아파트들이 있다. “‘30평 애들하곤 놀지 마’-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 빈곤층(?)의 비애”라는 제목의 어느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런 이야기다.

고밀도형 민주주의와 인터넷

124평 펜트하우스에 사는 최모군(13)은 “어느날 60평대에 사는 다른 동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는데, 부모님께서 그다지 달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어서 그 뒤론 안 데려온다”고 털어놨다. 최군은 “이곳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대치동 D중학교에서도 아파트 평수와 부모의 직업에 따라 친구들이 구분된다”고 말했다. 소형 아파트들이 주로 D·E동에 몰려 있다 보니 “난 이곳(D·E동)에 살지 않는다”며 결백(?)을 증명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D동 20평대 오피스텔에 사는 이아무개(32·여)씨는 “가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이 묻지도 않았는데 ‘난 여기에 놀러 온 것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한다”며 “일부 주민들은 자신이 소형 아파트에 산다고 오해받는 것을 불쾌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별로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런 처절한 구별짓기 욕구가 한국인의 삶에 대한 전투성을 배양시켜 한국의 대외경쟁력을 높여주는 데에 기여했는지도 모르겠다. 20평대에 사는 사람이나 120평대에 사는 사람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없고 구별짓기의 효과도 없다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이유도 약화되지 않을까? 소설가 이외수는 아파트를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으로 정의했지만, 아파트는 인간을 보관만 해주는 곳이 아니라 욕망이 타오르게끔 관리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도 그걸 아파트 체제의 장점이라고 감히 말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묘한 나라다. 자본주의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것과 한국이 ‘경제대국’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함께 손을 잡고 같이 간다.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치의 평화 공존이야말로 한국의 저력(?)이다. 개혁·진보의 이름으로 국가주의를 당당하게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건 아파트 공화국이 자랑하는 고밀도에서 비롯된 생존 본능은 아닐까? 한국의 민주주의도 고밀도형이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고밀도 민주주의는 한국 특유의 온라인 민주주의를 낳았으며, 오프라인에서도 ‘월드컵 열기’나 각종 ‘촛불 시위’에서 보듯 일시에 수많은 군중을 동원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늘 ‘열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한다.

그건 아파트 거주 구조의 전염력이나 압박력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2년 6월 월드컵 열풍 때에 많은 아파트에 태극기가 내걸린 것은 아파트 관리소와 통반장이 합심해 “태극기를 걸고 주민이 하나됨을 보여주자”며 태극기를 걸지 않은 집을 찾아가 태극기를 걸도록 권유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이기적 시위를 대량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시위 체험과 방법론을 가르쳐주는 대학이다. 일부 아파트의 반상회가 내부 단합을 통해 집값을 올려놓는 묘기를 선보일 수 있는 것도 고밀도 주거 구조의 파괴력(?)을 잘 말해준다 하겠다.

고밀도 주거구조의 축복이라 할 인터넷은 다시 고밀도 행태를 강화한다. 더 나은 칸막이 속으로 들어가려는 ‘위계의 게임’은 인터넷 시대에 신속한 정보 교환으로 인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인터넷 사이트의 상담 코너에선 ‘투자’ 상담뿐만 아니라 똑같은 강남이라도 어느 학교가 더 좋다는 정보까지 왕성하게 교환되고 있다.

고밀도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따라 하기’를 낳기 마련이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공연한 불안감을 갖게 만든다. 부동산값 폭등은 경제적인 현상인 동시에 심리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이 우우 몰려다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 이용해 대박을 터뜨리는 산업이 엄청난 고수익을 올리기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일부 중산층은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까지 그 산업의 일원으로 참여한 ‘대박 신드롬’은 빈부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윤수일의 아파트와 당신의 아파트

한국의 1673만 가구 가운데 절반인 841만 가구는 집이 없다. 한국 사회에 대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빈부 양극화의 진원지는 바로 아파트다. 그러나 우리의 감각은 마비됐다. 이화여대 건축과 교수 임석재의 <건축, 우리의 자화상>에 나오는 아파트 광고 비평은 처음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다가 종국엔 독자를 슬프게 만들고야 만다. 우리의 아파트 중독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폭로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강홍구는 “모든 아파트에는 분노와 공포가 창문처럼 매달려 있다”고 했다. 아파트는 아파트의 주인이 아닌 노예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한국적 삶이 전쟁이라면, 그 전쟁은 우선적으로 아파트의 노예가 되기 위한 것이다. 당신이 어떤 아파트를 점령하는 순간 당신은 더 나은 아파트를 또 점령하기 위한 임전 태세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조망권과도 싸워야 하고 발코니와도 싸워야 한다. 윤수일의 ‘아파트’는 아무도 없기에 쓸쓸하다지만, 아직 아파트를 단 한 번도 점령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처절하거나 경건하기만 하다.

mercredi 12 novembre 2008

Exodus to North Korea: Shadows from Japan's Cold War/ Haeng-Ja Sachiko Chungal

Exodus to North Korea: Shadows from Japan's Cold War. By Tessa Morris-Suzuki. Lanham, Md.: Rowman & Littlefield / Haeng-Ja Sachiko Chungal
a1 Hamilton College/University of Tokyo, 2007. xi, 291 pp.
The Journal of Asian Studies (2008), 67 : 1480-1482 Cambridge University Press

사회 변동과 한국 가족법, 나남 / 김성숙

가족법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온 김성숙 (사진) 숭실대 법과대 교수가 지난 26년 동안 쓴 논문을 엮은 ‘사회 변동과 한국 가족법’(나남)을 최근 펴냈다.

김 교수는 한국가족법학회 회장,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등을 지낸 가족법 전문가다. 각각의 논문에서 그는 혼인과 약혼에 대한 법규, 재산분할제도 등 가족법 전반을 주제별로 다루고 다양한 외국 사례를 들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가 논문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보면 혼인, 이혼, 상속 등에 대한 논문 발표 당시의 사회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후 문제점이 개정된 법규에 대해선 각 장의 ‘후기’에 개정 내용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가족법은 시대 변화에 따라 개정돼 왔지만 아직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특히 독신가족, 한부모가족, 미혼모가족 등 새로운 개념의 가족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률혼 외의 동거관계를 혼인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 인공수정자의 친생 추정을 비롯해 생명공학의 발달로 야기되는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 등 가족법에서 검토해야 할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lundi 10 novembre 2008

‘손에 동전 한 푼 없다’ 징징거린 조선 양반들 - 중앙일보 / 2008-11-8

하영휘 선생의『양반의 사생활』(푸른역사, 2008)은 1800년 서울에서 태어나 충청도 남포현 삼계리(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충남 보령시 미산면)에서 몰한 조병덕(趙秉悳)의 삶을 재구성한 일종의 전기다.

조병덕은 조선시대를 쥐고 흔든 노론(老論) 화족 가운데 하나였던 양주(楊洲) 조(趙)씨, 괴산(槐山)공파의 일원이었다. 그는 같은 집안의 아저씨뻘로 철종(哲宗)과 고종(高宗)대에 삼정승을 두루 거치며 노론 종주로 활약했던 조두순(趙斗淳)과는 대조적으로 과거나 벼슬을 일절 하지 않았지만, 살아생전 ‘산림(山林) 어른’으로 존경받았다.

조선 후기에 살았던 한 양반의 전기를 구성하기 위해 저자는 약간 특별난 방법을 이용했다. 조병덕은 28년간 자신의 장남에게 무려 1700여 통의 길고 짧은 편지를 썼고, 저자는 자신이 재직하고 있던 ‘아단문고’에 상자째 쌓여 있던 고문서 더미 속에서 이 편지 뭉치들을 발견했다. 어찌 보면 저자가 특별난 방법을 이용하고자 했던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공개되기를 원치 않았던 한 양반의 사신(私信)이 150여 년 세월을 기다려 ‘임자’를 찾았던 거라고나 할까.

“고문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건 대학 시절부터였습니다. 1980년대엔 마르크스주의 영향이 강해서 늘 역사 발전 법칙 속에서 한국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논쟁하곤 했죠. 그런데 그런 도식으로는 도저히 조선시대를 모르겠더군요. 다행히 졸업 후 89년부터 몸담게 된 직장에서 조선시대의 고서와 고문서를 원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대중 역사서나 영화·드라마 등이 『조선왕조실록』에서 많은 자료를 취재하고 있지만, 그건 원래 국가 기록이라서 관점 자체가 정치를 중심으로 삼고 있고, 사적인 내용도 말소되어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 시도한 일상사는 사적 자료·일기·편지와 같은 고문서가 발굴되고 읽을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일상사적인 방법을 통해 역사의 사실과 진실에 접근해 보고 싶었다는 저자에게 1700여 통이나 되는 조병덕의 사신은 그야말로 축복에 가까웠다. 앞서 언급됐던 『조선왕조실록』은 물론이고 문집의 편집 과정에서 또 한번 걸러진 대부분의 정통적(orthodox) 자료에서는 유교 도덕과 명분으로 도배된 양반의 공적 영역만 전해진다.

반면 조병덕의 편지는 조선시대 양반이 남에게 보이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여겼던 몇 가지 사항 가운데 특히 금전거래에 관한 기록이 상당량을 차지한다. 저자가 편지의 “솔직함에 빠졌다”고 토로하는 것과 반대로, 편지의 주인이 “이 편지는 반드시 즉시 태워야 한다”는 조바심을 말미마다 적은 까닭은 그 때문이다.

조병덕은 생계를 위해 책을 판 일이 적지 않았고, 오늘날의 택시비인 가마비를 아끼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어쩌다 손님이 갑작스레 닥치면 자신의 밥그릇에 행주를 깨끗이 빨아서 넣고 그 위에 쌀밥을 덮어야 할 정도였으니,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유력한 친척들에게 구걸을 하는 일은 당연했다.

그는 첫째 아내가 죽자 장인에게 “죽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것이 산 사람 고생보다는 유쾌할 것 같습니다”라고 썼으며, 둘째 부인이 죽자 묏자리를 구하지 못해 남의 산에 투장까지 했다. 조병덕이 편지에서 자주 사용한 관용구는 “손에 동전 한 푼 없어 꼼짝달싹 못한다”란 말이었다. 양반의 치부는 그뿐이 아니었다.

그의 큰며느리는 새로 맞은 시어머니를 쫓아내 부부가 살 집을 새로 지어야 할 정도였으니, 가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거나 같았다. 그래서 어느 날 편지에 “다만 높이 날아 멀리 달아나 집에 있고 싶지 않을 뿐이다”고 그는 썼다.

“조병덕의 삶은 중앙지향적이었던 기호지방 양반의 일반적인 사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영남지방은 중앙 진출이 좌절되면서 지역 내의 양반이 여러모로 결속해 유교적 도덕에 의한 가부장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기호지방의 양반들은 삼대 동안 과거에 붙지 못하면 몰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거기다가 조병덕이 살았던 시절은 장동 김씨가 권력을 독점하는 세도정치 국면에 들어서면서 권력을 공유하던 노론 집단의 동류의식이 무너지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양반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유교적 가부장 사회는 조선시대를 이상적인 유교사회로 포장하려는 경향의 산물이고, 선비문화 역시 후대의 투영물입니다. 그들은 이슬을 먹는 신선이 아니었습니다.”

조병덕은 지방의 서원 세력을 향반으로 여기면서 거리를 둘 만큼 중앙지향적이었지만, 임금이 두어 차례 벼슬을 주었음에도 고향에서 나가지 않았다. 벼슬 받고 서울에 올라가 봐야 권한을 갖거나 인정을 받기 어려웠고, 굶어 죽더라도 산림으로 있어야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재 미나게도 조병덕은 스스로 “정주(程朱) 이후로 의리가 밝혀져 남김이 없기 때문에 후학은 단지 받들어 믿고 토론하여 밝힐 뿐이다”고 말한 것처럼 변변한 저술을 남기지 않았다. 저자는 “저술을 추구하지 않는 유학의 한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1700 여 통의 사신은 양반들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생활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사회적·경제적 특성을 엿보게 해줍니다. 조선 사회는 지연·학연·인척·과거 벼슬을 통해 많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고 유사시엔 그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왕래망(往來網)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전통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죠. 또 조병덕은 가렴주구를 비난하면서도 벼슬에 나간 자제배들로부터 명목전을 거두는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그건 용인된 뇌물이기도 했고, 상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혜와 복종으로 유지되는 ‘도덕 경제’의 일면이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오늘의 한국 경제에서 흔히 찾아지는 특성입니다.”

조 병덕은 평생 ‘밭 가는 유학자’를 자처하며 ‘조경모독(朝耕暮讀)’과 ‘비기력불식(非其力不食)’을 실천하고자 했으나, 문자 그대로 한 번도 밭을 가는 일을 실천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먹지 못했다. 그를 먹여살린 것은 임지에 나간 자제나 인척들에게서 거둔 명목전이었고, 그 명목전은 백성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 양반들을 굳이 오늘날로 비유하자면, 쌀 직불금을 허위 수령한 요즘의 불한당이라 할 것이다. 사진 신인섭 기자


‘장 작가’란 줄임말로 불리는 장정일씨는 시인·소설가·희곡작가·책 평론가입니다.


장정일<9571@joongang.co.kr>

민족주의는 한국사회의 문제아인가 - 프레시안뉴스 / 2008-10-30

민족주의는 한국사회의 문제아인가 [강철구의 '세계사 다시 읽기'] <63> 민족주의의 근대주의적 해석 비판 ① 2008-10-31 오후 3:11:13 강철구/이화여대 교수

민족주의로부터의 탈주

민 족주의는 10여년전만해도 한국인들의 마음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대의(大義)였다. 민족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잘 모르기는 해도 누구나 그것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당시만 해도 민족이나 민족주의라는 말에는 약간 성스러운 분위기조차 있었으므로 대놓고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민족주의를 비판 내지 공격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지식인들 가운데에는 노골적으로 민족주의에 반대하고 민족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아가 '민족주의는 반역'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또 이에 영향을 받은 많은 일반 청년남녀들도 민족주의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민족주의가 전쟁과 종족학살, 외국인 차별을 가져오는 비윤리적인 이념인 만치 어쩐지 받아들이기에 거북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주의는 오늘날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이데올로기로, 낡은 유물 취급이나 받으며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너도 나도 민족주의 비판 대열에 서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조급증을 보인다. 약간이라도 민족주의 냄새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시비의 대상이 된다. 2002년 월드컵 때 젊은이들이 붉은 악마 옷을 입고 일사불란한 응원을 벌이자 일부 성질 급한 사람들이 이를 파시즘으로 몰아 붙였을 정도이다. 당시의 응원이 유별나기는 했으나 그래도 그렇지 파시즘이라니? 독재자도 없고 선전, 선동도 없는 파시즘이라는 것이 있단 말은 금시초문이다

황우석 신드롬도 비판의 대상이다. '경제지상주의, 국가주의 등 민족주의의 모든 부정적 요소들이 결합하여 나타난 그것은 민족주의의 맹목성과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불치병 환자들의 가족이 황우석씨의 주된 지지자라고 들었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민족주의와 그렇게 큰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작년에는 지금까지 그 이름에 민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듯한 민족문학작가회의라는 작가 단체가 그 이름에서 민족을 쏙 빼버렸다. '민족'이 이제 철지난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단체도 유행을 타는 모양이다. 가위 민족이나 민족주의로부터의 탈주라고 할만한 일이다.

일부 비판적인 역사학자들은 국사 서술에까지 칼을 들이대고 있다. 지금까지의 우리 국사 책들이 너무 민족주의적으로 서술되었으므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사를 해체하라는 것이다.

언 론들도 이런 움직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파신문이고 좌파신문이고 마찬가지이다. 좌파신문이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우파신문이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좌파 지식인의 글을 실어주는 파격을 보이기까지 한다. 민족주의만 비판하면 된다는 식이다.

2007 년 12월에 한겨레신문에서는 민족주의에 대한 지상논쟁을 마련했다. 여러 명의 학자들이 나와서 자기 나름의 소신을 피력했다. 그런데 여섯 명의 참가자 가운데 민족주의를 옹호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다른 한 명은 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나머지 네 명은 대체로 민족주의를 용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 논쟁의 주제가 '진보적 민족주의 유효한가?'인 모양인데 참가자들의 구성을 그렇게 짠 것을 보면 신문사측에서는 민족주의가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 버린 것 같다.

민족주의가 비판받는 이유들

그러면 민족주의가 이렇게 갑자기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최근 들어서 부쩍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같은 지구화의 영향을 들 수 있다.

20 세기 후반에 전 세계적인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지구가 과거보다 상당히 좁아졌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이나 장거리 전화, 또 위성 TV같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지구가 점점 하나의 조밀한 망으로 짜여지고 있다. 항공산업이나 해운산업의 발전으로 국제적인 인적, 물적 교류도 크게 늘었다. 그러니 얼핏 생각하면 지구가 하나가 되고 있다는 미국 지구화론자들의 주장이 먹혀 들어갈 소지가 크다.

이런 생각의 변화에서 한국은 특히 돋보이는 나라이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마치 점령군처럼 진주하며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금융을 자유화하여 가능한 한 외국자본을 많이 들여오고 시장개방을 확대하여 외국 상품을 많이 사서 쓰고 젊은 사람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이 절대명제가 되었다.
10 년 동안 쓸개 빠진 지식인들이나 관료들, 언론이 계속 그렇게 떠들어 대고 국민들을 오도했으니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이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민족주의를 마치 지나간 시대의 쓰레기쯤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산권 붕괴 이후 구 소련지역이나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 벌어진 민족분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보스니아에서의 종족적 대량학살은 대규모의 유혈사태를 가져왔다. 러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체첸인들의 독립전쟁도 그 원인이야 어쨌든 종족이나 민족분쟁을 유혈과 연결시키는 나쁜 선입견을 심어주는데 기여했다

국내 정치도 한몫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하에서 우익세력은 계속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해 왔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훨씬 심했다. 북한에 대해 경제 원조를 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반면 미국을 멀리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사용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을 끄집어내며 끊임없이 민족주의를 헐뜯고 조롱했다. 민족주의를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폐쇄적인 이념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매우 정략적인 태도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영향은 학문세계에서 비롯했다. 1980년대 이후 서양에서 '근대주의적 해석'이라는 민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며 기존의 민족주의 이론들을 완전히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90년대에 번역서들을 통해 한국에도 전파되며 민족주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만들어 냈다. 한국에서 민족주의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읽히는 에릭 홉스봄의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해석에 따르면 민족은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의 공동체'에 불과하다. 또 우리는 보통 우리 민족이 5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믿어 왔는데 이들은 민족이라는 것의 역사가 고작 200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우리는 상식적으로 민족이 먼저 있고 나서 민족주의가 나중에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들은 반대 입장을 취한다. 민족주의가 민족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족이 이렇게 지배계급에 의해 대체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으니 그 성격도 억압적이고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영토내의 소수 종족들을 억압하고 이웃 나라를 공격하고 분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지구화 시대이다. 국경의 문턱이 낮아지고 모든 나라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수많은 국제기구나 유럽연합 같은 것이 이미 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민족국가는 멀지 않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만약 근대주의적 해석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민족주의를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민족주의로부터 탈출하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근대주의적 해석은 유럽중심적인 해석

그 러면 '근대주의적 해석'이라는 것이 그대로 받아 들여도 좋은 이론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상당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근대주의자들은 민족을 18세기 말이나 19세기 초에 들어와 산업화나 자본주의의 발전,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실상 이미 16세기에 영국에서는 오늘날과 거의 같은 의미로 민족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또 17, 18세기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민족주의가 patriotism(애국주의)이라는 단어로 이미 나타난다. 산업화나 자본주의, 근대국가는 이런 경향을 촉진시킨 것이지 그것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이 점에서 비역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이들은 민족이 인위적으로 지배계급의 '사회공학'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나 실제로 민족의 본질은 언어, 종족성, 역사, 관습, 종교 같은 객관적 요소들이다. 특히 종족성이 중요하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왜 서유럽의 여러 나라들이나 캐나다에서 아직도 종족적 분리주의가 힘을 얻고 있는지 설명 할 수 없다. 또 구소련 지역에서 사라진 것 같았던 민족주의가 왜 폭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들은 민족주의를 전체적으로 비판하기는 하나 그래도 서유럽의 민족주의와 동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민족주의를 구분한다. 전자를 시민적 민족주의로 좋은 것으로, 후자는 종족적 민족주의로 나쁜 것이라고 규정한다. 전자는 합리적 평화적이고, 후자는 혈통에 의존하여 맹목적,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유럽의 민족주의도 실제로는 종족성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이런 구분은 정도의 차이일 뿐 큰 의미가 없다.

이들은 식민지에서 벗어나서 독립을 쟁취하려 한 아시아, 아프리카의 민족주의를 매우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민족해방운동을 서양 교육을 받은 인텔리겐챠들이 무식한 대중을 선동한 결과로 본다. 이 지역에서는 산업화나 자본주의, 공공교육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통사회의 문화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근대 서양만이 문화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민족주의를 주로 내부적인 억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그래서 민족주의를 비윤리적인 이데올로기로 폄하한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강대국들이므로 외부세계를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 속의 민족주의는 대외적인 경쟁과 억압, 저항을 통해 나타나고 성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외부적 억압에 저항해야 하는 민족이나 나라들에게는 아직도 큰 도덕적 정당성을 줄 수밖에 없다. 오늘날 제3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러한 경쟁과 억압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민족주의도 사라지기 어렵다.

이들은 지구화 때문에 민족주의의 남은 생명이 얼마 안 된다고 주장하나 지구화가 그렇게 절대적인 과정은 아니다. 지금의 지구화는 세계적인 정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다. 만약 지금의 금융위기가 경제공황으로 발전한다면 지구화는 크게 후퇴할 것이고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그게 될 것이다. 또 지금의 지구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이런 불평등한 형태의 지구화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위 의 이야기로 근대주의적 해석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것은 유럽중심주의적인 이론으로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또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이론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론이 우리 사회에서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 지식인들이 서양이론에 대해 별로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양 이론을 보편이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래서 근대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공동체'니 '발명된 전통'이니 '사회공학'이니 하는 단어들이 지식인들의 상투어가 되어 있고 민족주의는 모든 악덕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서양 강대국들 사람들의 입장과 한국인의 입장이 같을 수 있는가. 한국이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도 있으나 정말 그런가. 우리가 요사이 또 다시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이렇게 고민하지 않는 우리 지식인들, 정치인, 관료들이 우리에게 바친 기막힌 선물 덕택이다

[BOOK책갈피] 20년 만에 재출간된 ‘운동권 바이블’ - 중앙일보 / 2008-10-31

[BOOK책갈피] 20년 만에 재출간된 ‘운동권 바이블’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증보판) / 이진경 지음, 그린비, 432쪽

 1980년대 말 운동권의 이론서였던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약칭 ‘사사방’)이 20여 년 만에 ‘증보판’으로 재출간됐다. 87년 첫 출간 당시, 진보적 학계와 운동권 사이에서 치열했던 사회구성체 논쟁의 판을 뒤흔들었던 문제적 저작이었다.

사회구성체 논쟁이란 한국사회의 기본 성격을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보느냐, 식민지반봉건사회로 규정하느냐 등을 놓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단순히 학술 논쟁이 아니었다. 당시 운동권은 한국 사회의 성격 규정에 따라 운동의 방법론도 민주주의 혁명인지, 사회주의 혁명인지가 달라진다고 보았다. 당시로선 대단히 ‘실천적’인 이론 투쟁이었다. 그 핵심적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사방’이 ‘전설’이 돼버린 것은 저자가 당시 24세의 대학원생이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증보판’ 형식으로 다시 나온 이 책은 87년의 ‘사사방’ 원본에 저자가 최근 새로 쓴 4편의 논문과 에세이를 덧붙였다. 새 이론에는 그가 모색해온 새로운 ‘코뮨주의(=공동체주의)’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저자 이진경(45·본명 박태호) 서울산업대 교수는 “80년대의 사유는 현실 문제에 대한 강력한 긴장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긴장감은 지금도 내 사유를 추동하는 힘이다”고 말한다.

이론이 저자의 ‘호구지책’으로 전락할 때 현실과의 긴장감은 떨어지며 제대로 된 성과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80년대 사상계의 ‘핫 이슈’였던 사회구성체 논쟁은 여전히 이 사회에 대한 현실적 사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입장이다. 사회구성체론은 사회에 대한 정태적 분석틀이나 목적론적 세계관이 아니라 동적인 생성·변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구성체 논쟁이 지금에 와서 흥미로운 점은 80년대 초반까지 ‘진보 진영’에서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을 주장했던 안병직 교수가 현재 뉴라이트 진영의 대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라이트(우파)가 강할 때 레프트(좌파)도 강해진다. 좌·우의 싸움이 서로 밀고 밀리는 ‘제로섬 게임’일 것 같지만 강자끼리 겨룰 때 양쪽의 역량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재 한국의 뉴라이트 이론은 종래 미국의 올드 라이트가 가졌던 단순한 근대화론에 불과하다”고 평한다.


배노필 기자

"'나쁜 여자'를 강요하는 세상…당신은?" - 프레시안뉴스 / 2008-10-31

"'나쁜 여자'를 강요하는 세상…당신은?" [철학자의 서재] <김신명숙의 선택> 2008-11-01 오전 9:53:16

왜 '선택'인가

뒤늦은 호들갑인양 며칠 전 '알파걸'(, 2008년 10월 21일)이 방영되었다. 이미 김신명숙이 <김신명숙의 선택> 책머리에서 언급한 바대로, 알파걸이란 "학업과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를 앞서는 것"을 의미한다.

방 송에서 언급했듯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이거나 전교회장이나 반장이 여학생인 경우는 이제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심지어는 여자아이들 등쌀에 남자 아이들이 기를 못 편다는 부모들의 하소연까지 나올 정도라니, 정말 이렇게 '여풍'이 거세지다가는 세상 뒤집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김신명숙은 알파 걸들이 알파 우먼으로 향하는 행로에는 가부장제라는 오래된 미로가 놓여있다고 강조한다. <선택>이 줄곧 겨냥하는 핵심이자 극복해야 할 근본적 장애가 바로 가부장제다. 말하자면 "한국 여자들의 삶을 규정짓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김 신명숙은 이 책에서 여성들이 이 땅에서 겪어왔고, 겪고 있는 가부장적 질곡의 외화된 형태들을 아주 구체적인 예화를 시작으로 친절하게 풀어 나가고 있다. 저자의 방법은 제목에서부터 격렬함을 보여 주었던 <미스코리아 대회를 폭파하라>식이 아니라, 거의 모든 페미니즘의 시각을 동원해서 문제를 진단하고, 절절히 가슴에 와 닿게 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여성적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연대적 실천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책은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들은 익히 우리가 접하고 있거나 고민해본 경험들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현재에도 우리들에게 유효한 만큼 저자가 예시한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실존적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선택'은 가부장제에 의해 길들여지길 거부하고 주체적인 당당한 여성인 "나쁜 여자"가 되는 길이다.


아직도 '가부장제'인가

왜 나쁜 여자이어야 하는가? 가까이는 우리가 접하는 언어로부터 자본주의적 기제까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의 삶을 살아야 하는 '여자의 일생'이 나쁜 여자이게끔 한다. 저자가 잘못된 언어 이데올로기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언어는 의식을 담는 그릇이다. 잘못된 언어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만들어 낸다. 예컨대 '예쁘지도 않은 게' 자기주장만 하는 "드센 여자"라는 말에는 이미 한국 사회의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나 관념이 담겨 있다. 방송도 얼짱, 몸짱, S라인 등의 유행어를 서슴지 않고 만들어 냄으로써 "외모가 권력이자 재능"이라는 '미의 신화'를 재생산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가장, 주부(주인의 아내), 집사람, 내조, 친가, 외가, 미망인, 윤락녀 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본주의적 대중 매체가 생산한 가부장제의 신화 속에 살고 있다. 신화는 편견의 사회가 만들어 낸 '동굴'이자 '우상'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대화편 가운데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서 보듯이, 우리가 사는 일상은 대중 매체에 의해 여론이 조작되기도 하며, 현자와 어리석은 자가 뒤바뀌는 곳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주객이 전도되고 허위와 가식이 진리를 지배한다는 비유이다. 동굴이란 다름 아닌 한국 사회의 전통적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이자 성차별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한 국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과 갈등은 다중적이고 다양하게 얽혀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여성의 갈등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가족'을 둘러싼 가부장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가부장제 가족은 전통윤리에서 시민사회로의 이행과 더불어 서양근대초기의 핵가족의 성격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문화적으로는 부계 중심 대가족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따로 핵가족을 꾸리더라도 며느리로서 '시가'와 맺는 관계는 엄연하게 끊임없이 차별적이고 종속적인 관계로 지속된다. 한국사회의 명절 풍습은 이러한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남자는 제사를 모실 몸이므로 깨끗한 양복에 멋진 넥타이핀까지 꽂았다. 아기도 꼬까옷을 입고 예쁜 모자까지 썼다. 그러나 여자는 낡은 티셔츠와 물 빠진 청바지를 꺼내 입는다. 여자는 시댁에 '오직 일하러'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시집에 도착해 현관을 들어서면 여자는 시어머니 얼굴에서 '왜 이제 오냐'는 뚱한 표정을 읽는다. 시어머니는 손주를 덥석 안아 간다. 여자가 아이를 업고 오는 동안 이마에 흐른 땀을 닦기도 전에 '올케, 튀김 해야지'하고 친정에서 사는 손위 시누이가 인사를 대신해 부엌으로 호출한다." (주부 이연경 씨의 '명절 일기', <우리 시대의 결혼 이야기> 중)

문 제는 여성의 자기 정체성이 여성 자신의 차원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이 주체로 서기 힘든 것은 우리 사회의 권력 관계 때문이다. 권력 관계의 핵심은 근대적 가부장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고부갈등, 동서갈등, 양가 가족(가문)간의 갈등이 부부 중심인 핵가족과 함께 지속되고 있다. 즉 우리 사회는 근대로의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남성 중심의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현대가 3중으로 중첩되어 있는 '삼겹살문화'에서는 여전히 가족 내의 여성에 대한 시선이 타자의 입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삼종지도나 출가외인 등의 규범이 정도는 차이는 있지만 암암리에 가족의 권력 구조에 영향을 준다. 가부장제적 문화의 유산은 그 문화 안에서의 구성원간의 권력의 서열 구조를 유지하게 한다. 시가의 어린 도련님에게는 공대를 요구하고 처남에게는 반말이 허용되듯이 대부분의 고부 관계는 경직된 관계를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서열의 권력관계는 고부관계를 역할 위주의 관계로만 보기 때문에 며느리를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으로 볼 수 있는 관계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즉 시어머니로부터의 며느리에 대한 '소외' 현상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 리는 <선택>에서 보여 준 구체적인 여성들의 경험들을 통해서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성과 인간성이 양립하기 힘든 구조적 이유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여성은 타자의 시선, 즉 권력 아래 놓여 있고 그로 인해 여성으로만 대접받기 일쑤다. 여성은 가족과 법, 제도 그리고 문화 등에서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저자는 여성이 어떻게 통제 받는 성이 아니라 자유로운 성을 누리는 성적 주체로서 스스로 자신의 성 경험에 대해 당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백마 탄 환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주부의 가사노동은 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가, 차별고용 차별임금을 어떻게 형평하게 바꿀 수 있을까 등을 실제와 더불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필자가 보기에 <선택>에는 다양한 페미니즘의 갈래가 제시되고 있지만, 저자는 특히 한국사회를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착종되어 있는 사회로 규정하고 있고 대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여성들이 숙명적으로 대결해야 하는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성격과 골 깊은 가부장제에 대해 여성들의 실존적 '선택'과 '결단'을 넘어 여성들끼리 여성의 시각으로 재정립하는 '사회적 연대'를 희망한다. <선택>은 말한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조직하세요!(Don't agonize. Organize!)" "서로가 서로의 지지자가 되는 서포트 그룹(support group)을 만드세요."


혹자가 제기하듯이 여성들만의 '선택'인가?

"세상에 여자만의 문제란 없거나 지극히 적다. 여성이란 말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남성이 있어서이고 따라서 여성의 문제란 언제나 남성과 관련된 문제를 뜻한다. 그런데 상대인 남성을 적대 개념으로 다루고 방법을 투쟁만으로 일관한다면 너희 선택의 폭은 너무 좁고 비극적이 된다. (…) 그런데 내게는 그 <여성의 자기 성취>란 말과 거기 따른 논의처럼 애매하고 수상쩍은 것도 없다. 그리고 수상쩍은 것은 그 애매한 논의로 여성을 충동질하는 저의이다" (이문열, <선택> 중)

이 문열이 '선택'을 구상한 의도는 "우리의 삶에 한 본보기가 될 만한 여인상을 역사 속에서 발굴해 내는 데 있었다." 주인공 장씨(張氏) 부인은 글과 예(藝)에 재주가 있으나 오히려 집안 살림을 선택하고 '가문'을 선택한 400년 전의 실존 인물이다. 물론 장씨 부인의 입을 통해서 비유적으로 현재를 비판하려 했지만, 여기서 말하고 있는 사람이 이문열 자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 너희 논객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자기의 일을 가져라. 자아를 되찾아라.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벗어나라. 가정에서 해방되라. 그런데 내게는 그런 권유들이 마치 자기 성취를 원하는 여성에게는 가정은 감옥이고 남편은 폭군이며 아이들을 족쇄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린다. 현모양처란 무능과 불행의 다른 이름이고 내조와 양육은 허송세월의 동의어인 듯하다." (이문열, <선택> 중)

이 문열의 지적처럼 여성의 문제는 인간의 문제다. 다만 인간 속에 '여성'이 빠져 있는 가부장제가 문제인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현재의 여성의 권리는 놀랄 만치 급신장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선택>에서 페미니즘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정치적 상상력'"일 뿐더러, "미래의 성차별 없는 세상에서 온 사람의 눈으로 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결국 페미니즘이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사회의 재편성"이면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두 주체로 만나 진실로 교감하며 사랑할 수 있도록 세상을 변혁시키려는 운동"이기도 하다.


남는 문제

여 성 문제는 논의의 정합성 이전에 구체적 현실이다. 아직도 '아들딸을 골라 낳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임신법이 판치고 있고, 자신은 여성이면서도 정작 이 사회를 살아야 할 딸(여성)들의 앞날을 걱정스레 예측해 보고, 여성이 여성(딸)을 낙태하고, 여성이 남성(아들)을 선택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는 '동굴'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느새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 지배에 익숙해지고, 타자로서 익숙해진 구조에서 '가족'이라는 명분 아래 집단 이기주의를 노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더욱 소외되고, 물화되고 주변화 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전략대로 페미니즘이 더 이상 '여성'이라는 단일한 범주에 집착하지 말며 계급, 인종, 민족, 연령 등에 따른 불평등과 다양한 문화적 차이 속에서의 갈등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 러나 아직도 봉건성과 불완전한 근대성이 압도적인 한국 상황에서 '여성' 범주의 정치적 의미는 저항의 강력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푸코의 지적대로 본질적인 여성의 범주가 없다는 논의가 쟁점이 되겠지만, 여전히 한국 상황은 여성임을 인정하게 하는 사회적·정치적 기제가 깔려 있다. 이제까지 역사에서 여성은 타자로서 주변에 머물러왔다. 여성 문제는 은유나 추상성으로 대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계급, 인종, 민족의 관점을 놓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편으로서의 여성(인간)을 도출할 것인가가 실천적인 숙제다.


김성민/건국대 교수

lundi 13 octobre 2008

북한민주화와 민주주의적 전략 / 황장엽 지음 / 시대정신 / 2008년 08월

북한의 최고위층 탈북자로 세계 최고의 북한문제 전문가이자 산증인인 황장엽 씨가 북한민주화를 현 한국사회의 문제와 접목시켜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현 한국사회의 간절한 문제는 광우병 문제 또는 독도 문제도 아닌 북한민주화라 진단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북한의 핵위기의 본질은 핵 소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억압 받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한다. 북한 인민들의 인권유린이 바로 북한민주화의 기본 문제이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논란이 되는 이승만 정권의 정당성과 박정희 정권의 민주주의적 과업에 대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초하여 평가한다. 이승만 정권은 스탈린식 사회주의가 아닌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택했고, 박정희 정권은 6.25 전후 혼란한 시기에 자유의 제한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의 기적적인 발전을 보장했다.

머리말
1. 대한민국의 정체성
2. 북한 독재체제의 본질적 특징
(1)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
(2) 민주주의적 자유와 반민주주의적 자유
3. 북한의 대남전략
4. 한국의 대북민주화 정책
(1) 햇볕정책
(2) 탈북자 문제
5. 남북통일 문제
(1)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
(2) 주변 4대국(미.일.중.러)과의 협조관계
(3) 핵무기와 6자회담 문제
6. 한국 발전의 당면한 기본문제

한국 주거의 사회사 / 전남일 외 지음 / 돌베개 / 2008년 08월

한국의 근현대 주거가 변화해 온 과정을 정치 · 경제 · 사회적 측면에서 추적하고, 주택정책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을 비판하면서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우리 주거문화의 특성을 정리한다. 이를 토대로 우리 주거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그 속에서 거주하는 인간의 삶과 주거의 근대화에 대한 다각적인 담론을 이끌어낸다.

책머리에
서론 - 한국 근현대 주거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제1부 새로운 사회로의 진입 - 구한말의 개화기
1.개항기 서양식 주거의 유입
2.한옥의 변모
3.서민 주거와 개량론

제2부 다양한 주거문화의 전개 - 일제감정기
1.일본의 조선 식민지화와 도시 공간의 재편성
2.주거문화의 충돌
3.새로운 문화와 주택개량론
4.조선인,그들의 고된 삶
5.주택의 집합적 생산

제3부 단절 그리고 복구 - 한국전쟁과 전후기
1.광복 이후와 한국전쟁 시기의 주택
2.전쟁과 그 직후의 도시 환경
3.전후 복구와 주택 공급 정책

제4부 이상과 현실 - 경제개발기
1.조국 근대화의 물결
2.아파트,아파트,또 아파트
3.단독주택의 다양한 시도
4.사회문제로서의 주거
5.개발 시대의 그림자

제5부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하여 - 1980년대 중반 이후
1.아파트로 뒤덮인 대한민국
2.변화하는 아파트
3.아파트 홍수 속의 신선한 시도
4.변화하는 주거문화
5.미래주거를 위한 행보

결론 - 한국 근현대 주거가 말해주는 것

1%의 대한민국 / 강수돌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08년 09월

한국 근현대사 전문가 한홍구, 삶의 질을 고민하는 강수돌, 노동운동의 산증인 김진숙, 외교 전문가 이철기, 청소년 인권의 전도사 배경내, 철학자이자 농사꾼인 윤구병의 1%가 독식하는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통해 양극화에 대한 진단과 극복을 위한 모색, 삶의 질 개선과 진보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대안들을 담았다.

월간 <작은책>이 2008년 특집으로 기획한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제목으로 한 강좌를 엮었다. 지난해 출간한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의 두 번째 시리즈이다.

책을 내며 │불온한 시대, ‘불온한 강사’와 ‘불온한 청중’이 만났다(안건모)
책을 읽기 전에│촛불은 우리 민주화운동의 곗돈이다 (한홍구)

사다리 질서 걷어차기(강수돌)
왜 현실은 ‘행복’보다 ‘스트레스’냐│사랑의 관점, 노동력의 관점│노동력의 사다리 질서 │또 다른 스트레스의 생산 현장, 학교 │파괴성 향상을 불러오는 생산성 향상│노동자들도 부자처럼 살게 해 줘요?

자본 천국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김진숙)
노동과 분리된 교육 │ 노동자들 지금 어떻게 사나요? │우리도 노동3권 있어요 │ 90이 10이 되는 길은 없다│어용노조가 아닌데 왜 비정규직을 외면하는가?│조합원의 영혼을 지키는 노동조합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존재를 파괴하는 것

한국 근현대사의 추악한 진실(한홍구)
타이밍 놓친 과거 청산│한국의 우파는 민족 반역자│묻지마, 다쳐│친일파와 군부에 좌절당한 4·19 │왜 애들 데모도 못 막아 │야박해진 보수세력│기가 막힌 군사기밀│축복받은 간첩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말려들 수 있다(이철기)
팍스 코리아나│되풀이 되는 역사│바이게모니 질서와 미사일 방어 체제│새로운 양극체제

이땅에서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배경내)
우린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선생님 제 양심에 따라 행동하겠습니다”│가족 체계에 종속된 운명│내일이 되면 좋아진다는 따위의 말│인권의 세포를 되살리자

나는 왜 농사꾼이 되었나 (윤구병)
삶의 시간을 통제하는 법을 배운 어린 시절│윤브린너│행복할 길을 찾아│진정한 만남은 밥통을 통해│생명 창고의 열쇠는 농민의 손에 들려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 되풀이 되는 역사

한국 근대사 산책 세트 - 전10권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08월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삶의 전 영역을 아우르며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수많은 사건을 큰 그림으로 그린다. 아울러 당시 역사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을 편견 없이 보여줌으로써 ‘교과서’가 지니는 경직성에서 벗어나 역사 인식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전문 지식의 대중화에 앞장서며 수많은 화제를 불러온 강준만 교수는 이를 위해 전문 학자는 물론 당대 신문기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자료를 망라하였다. 서구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폭압적 통치에 맞선 조선에도 다양한 삶이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역사에 대한 성찰과 함께 한국 사회의 그림자가 형성된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개화기편
1권: 천주교 박해에서 갑신정변까지
2권: 개신교 입국에서 을미사변까지
3권: 아관파천에서 하와이 이민까지
4권: 러일전쟁에서 한국군 해산까지
5권: 교육구국론에서 경술국치까지

일제강점기편
6권: 사진신부에서 민족개조론까지
7권: 간토대학살에서 광주학생운동까지
8권: 만주사변에서 신사참배까지
9권: 연애열풍에서 입시지옥까지
10권: 창씨개명에서 8.15해방까지

괴물의 탄생 /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09월

지금의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던 환상은 깨지고, 경제적 약자들이 그야말로 ‘생지옥’에서 몸부림치게 만든다. 홉스의 용어를 빌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사회를 지배하는 최고의 법칙이 된 이 상황을 ‘레비아탄’, 즉 ‘괴물’이라 부르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1부에서, 경제학이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존 스튜어트 밀, 마르크스, 왈라스, 케인스를 거쳐 최근 칼 폴라니나 마르셀 모스 등에게서 그 싹을 보이고 있는 제3부문에 대한 논의(공동체, 호혜, 공정 등을 말하는 ‘사회경제’)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일별한다. 특히 제1부문(시장이 작동하는 기업부문)이나 제2부문(정부 혹은 국가라는 이름의 공공부문)과는 다른 작동원리를 보이는 제3부문의 등장에 주목한다.

2부에서는, 이런 경제학사의 흐름과는 달리 개발독재.압축성장.중앙집중화로 요약되는 한국 경제의 지난 역사를 개괄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괴물로 탄생하게 된 궤적을 펼친다. 결론적으로 한국 경제는 다양성이 사라지고 승자독식의 비효율만 남는 중남미형 경제로 점점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증후를 주거공간, 교육기관, 시장의 분리에서 찾는다.

책머리에

여는글/우리들의 ‘위대한 선택’에 관하여

1부 세계 경제의 흐름과 경제이론의 변화
첫번째 강의_개강: 한국에서 경제학을 한다는 것
두번째 강의_자본주의의가 가장 아름다웠던 18세기
세번째 강의_위기 그리고 또 위기: 마르크스와 케인스의 등장
네번째 강의_국가와 시장의 경쟁, 그리고 제3부문의 존재

2부 괴물의 탄생: 한국 자본주의의 형성과 위기
다섯번째 강의_압축성장과 국가의 역할
여섯번째 강의_‘삼성공화국’의 등장과 거듭된 시장의 승리
일곱번째 강의_중앙형 시스템의 비극, 토호와 자치 문제
여덟번째 강의_괴물의 탄생, 실종된 제3부문과 파시즘

3부 괴물의 해체: 한국 경제의 대안과 3가지 과제
아홉번째 강의_한국 경제의 대안에 임하는 생각: 고용, 공공성, 생태-문화적 가치
열번째 강의_사교육 해체와 교육문제의 대안
열한번째 강의_‘고담’ 대구와 ‘토건’ 전주: 토호구조, 자치, 문화
열두번째 강의_한국 경제의 새로운 전환, 제3부문을 위한 노력: 삼각 균형의 국민경제론
열세번째 강의_종강: 세계 경제에서 한국 경제가 갖는 의미와 그 교훈

닫는글/우리는 지는 법이 없다!

조직의 재발견 /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09월

포스트 포디즘 시대의 한국 기업, 나아가 한국 자본주의가 봉착한 근본적 위기를 조직론의 관점에서 분석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의 이십대 가운데 ‘88만원 세대’의 질곡으로부터 어렵사리 빠져 나와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5%의 승자가 어떻게 조직의 덫에 걸려 질식하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경쟁’과 ‘독식’의 논리가 횡행하는 경제판에서 ‘협동진화’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과잉이 되어버린 승자독식 시대의 경쟁을 어떻게 자기 조직 내에서 성공적으로 제한하면서 ‘협동진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크게 보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즉 국민경제의 다양한 구성요소들과 협동진화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지금 한국 기업들에게 던져진 절체절명의 과제 된 시대라 말한다.

또한 조직론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기업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극복해내야 할 키워드 5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캐비아(경제행위를 하는 개인들이 기대하는 경제 수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귀공자 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고, 셋째, 마초 자본주의를 넘어서 여성들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토호들의 ‘짝패’ 자본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다섯째, 조폭 자본주의를 넘어서 중소기업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개정판을 내며
여는글 / K-Firm은 존재할 수 있는가?

1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1992년 이전에 경제학자들이 생각한 기업
윌리엄슨의 이분법 체계와 신제도학파의 위계론
일본형 기업과 일본 자본주의
최근 조직론 연구들의 특징
좌파 경제학과 조직론
개인과 조직의 비대칭성
더 복잡해지는 조직: 주식회사에서 주주자본주의로
조직 내부의 경쟁 1: 공식조직간의 경쟁
조직 내부의 경쟁 2: 비공식조직간의 경쟁
극복될 수 없는 종류의 위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2장 돈 장사와 사람 장사
창업을 위한 사회적 자산
생산의 화석화와 한국 기업의 위기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과 외부 사회와의 관계
조직의 세 가지 유형: 군대형, 교회형, 가족형
군대형 조직과 가족형 조직의 결합
한국 조직에 닥친 첫번째 위기: 왜 열심히 일하는가?
한국 조직에 닥친 두번째 위기: 기억상실증에 빠진 실무조직
한국 조직에 닥친 세번째 위기: 빨간펜형 야전사령관들
돈 장사와 사람 장사: 좋은 조직이 간직한 비밀
*보론 1: 도표로 보는 한국의 대표적 조직유형
*보론 2: 조직론으로 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3장 위기의 한국 조직들
경마장 가는 길의 위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상층부와 하층부의 단절: 노트북과 데스크톱의 단절
대량생산 체제와 다양성의 위기: 대형 교회
과잉 경쟁과 인력 재생산의 실패: 건설업계
순환형 시스템과 숙련도의 위기: 중앙공무원의 아마추어리즘
즐거운 노동과 괴로운 노동: 포스트 포디즘 시대의 감성경영과 감정노동
사회적 신뢰의 위기: 외국계 기업들과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경제적 약자와 일하는 법: 조폭과 불법다단계와 사채업
*보론 3: 삼성그룹의 위기와 ‘정상 기업’

4장 한국 기업에 던지는 조직론의 질문 Top 5
슈퍼보드 초대장
노동 숙련도를 높이는 법: ‘캐비아 자본주의’
이십대와 일하는 법: ‘귀공자 자본주의’
여성과 일하는 법: 마초들의 ‘주지육림 자본주의’
지역과 친하게 지내는 법: 토호들의 ‘짝패 자본주의’
중소기업과 일하는 법: ‘조폭 자본주의’
한국형..

조선의 르네상스인 中人 / 허경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08월

조선 후기 위항문학을 연구하면서 수집한 수많은 중인 관련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쓴 이른바 ‘중인실록’이다. 문헌의 철저한 해석에 근거하여 다양한 역사적 지층을 하나하나 고증해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중인의 삶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풀어낸다.

책머리에 /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바로 중인이 꿈꾸던 시대

1. 인왕산 굽이진 기슭에서 시처럼 산 문학동인
중인들의 터전, 한양 인왕산
인왕산을 노래한 시문학동인 ‘송석원시사’
겸재 정선이 즐겨 그리던 필운대와 육각현
검서관 유득공 부자의 필운대 풍월
인생을 함께한 ‘벽오사’ 동인
김홍도 그림으로 표지를 꾸민 중인들의 시화집
가난한 중인들의 시선집을 펴낸 홍세태
180년에 걸쳐 출판된 중인들의 시선집
조선 후기 최고의 출판편집인 장혼
장혼이 한평생 설계한 행복한 집 ‘이이엄’
별나게 살았던 중인들의 전기집 <호산외기>
명필 마성린의 자서전에 담긴 중인의 한평생 유흥
중인 지식인이 꿈꾼 인왕산 공동체

2. 세상의 우여곡절을 그리고 노래한 예술인
신필(神筆)의 화원 김명국(1)
신필(神筆)의 화원 김명국(2)
왕실의 광대가 되기를 거부한 최북
이용후생의 화가 변박
직업적인 화가이기를 거부한 조희룡
조선 최고의 골동 서화 수집가 오경석
우리나라 서화를 집대성한 오세창
인왕산 호걸지사의 맹주, 가객 박효관
한양의 유흥가를 누빈 군악대 용호영의 리더 이패두

3. 계급의 질곡에 맞서 시대를 끌어안은 전문지식인
침술의 대가 허임
신의(神醫)라 불린 백광현
고약 처방으로 종6품까지 오른 피재길
전염병 마마로부터 왕실을 구한 유상
새로운 해시계를 만든 천문인 김영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기자 오세창
중인 통청 운동에 앞장선 율관 장지완
청렴강직한 호조 아전 김수팽
진정한 호인(好人) 임준원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한 천재 국수(國手) 유찬홍
예배 장소를 제공한 첫 번째 순교자 김범우
천주교의 지도층으로 활약한 중인들

4. 대륙과 바다를 넘나들며 신세계를 꿈꾼 역관
17·18세기 한류를 일으킨 역관시인 홍세태
요절한 천재 역관 이언진
통신사 최고의 무예사절 마상재
조선 장교 최천종 살인 사건
나라의 운명을 바꾼 홍순언
열두 차례나 중국을 오간 이상적
양요를 경고한 오경석
최초의 미국 대학 졸업생 변수
136수의 시로 신세계를 묘사한 김득련

왜 조선 유학인가/한형조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한국학의 독창적인 활로를 모색해온 한형조 교수가 그간에 쓴 조선 유학에 대한 메타적 성찰들을 모은 것으로, 자책, 곤혹, 시선, 방법, 대화, 스펙트럼, 지도의 일곱 가지 꼭지로 구성했다. 각 꼭지는 그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각도에서 조선 유학을 비추어 보인다.

한형조 -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조선 유학의 거장들>, <왜 동양철학인가>, <무문관 혹은 너는 누구냐>, <주희에서 정약용으로>, <중고생을 위한 고사성어 강의>등이 있고, <한글 세대를 위한 불교>, <화엄의 사상>을 우리말로 옮겼다.

머리말

자책
1.조선은 왜 망했는가

곤혹
2.하버드 다산학 국제학술회의

시선
3.21세기, 실학 너머의 유교 아이를

방법
4.동양철학은 왜 이리 어려운가?

대화1
5.인간 조재의 우주적 의미와 책임에 대하여

대화2
6.주자 신학 논고 시론

스펙트럼 1
7.퇴계, 혹은 유교적 은자의 길

스펙트럼 2
8.해강 최한기의 과격한 실용주의

지도
9.조선 유학의 지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