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0 novembre 2008

[BOOK책갈피] 20년 만에 재출간된 ‘운동권 바이블’ - 중앙일보 / 2008-10-31

[BOOK책갈피] 20년 만에 재출간된 ‘운동권 바이블’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증보판) / 이진경 지음, 그린비, 432쪽

 1980년대 말 운동권의 이론서였던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약칭 ‘사사방’)이 20여 년 만에 ‘증보판’으로 재출간됐다. 87년 첫 출간 당시, 진보적 학계와 운동권 사이에서 치열했던 사회구성체 논쟁의 판을 뒤흔들었던 문제적 저작이었다.

사회구성체 논쟁이란 한국사회의 기본 성격을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보느냐, 식민지반봉건사회로 규정하느냐 등을 놓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단순히 학술 논쟁이 아니었다. 당시 운동권은 한국 사회의 성격 규정에 따라 운동의 방법론도 민주주의 혁명인지, 사회주의 혁명인지가 달라진다고 보았다. 당시로선 대단히 ‘실천적’인 이론 투쟁이었다. 그 핵심적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사방’이 ‘전설’이 돼버린 것은 저자가 당시 24세의 대학원생이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증보판’ 형식으로 다시 나온 이 책은 87년의 ‘사사방’ 원본에 저자가 최근 새로 쓴 4편의 논문과 에세이를 덧붙였다. 새 이론에는 그가 모색해온 새로운 ‘코뮨주의(=공동체주의)’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저자 이진경(45·본명 박태호) 서울산업대 교수는 “80년대의 사유는 현실 문제에 대한 강력한 긴장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긴장감은 지금도 내 사유를 추동하는 힘이다”고 말한다.

이론이 저자의 ‘호구지책’으로 전락할 때 현실과의 긴장감은 떨어지며 제대로 된 성과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80년대 사상계의 ‘핫 이슈’였던 사회구성체 논쟁은 여전히 이 사회에 대한 현실적 사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입장이다. 사회구성체론은 사회에 대한 정태적 분석틀이나 목적론적 세계관이 아니라 동적인 생성·변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구성체 논쟁이 지금에 와서 흥미로운 점은 80년대 초반까지 ‘진보 진영’에서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을 주장했던 안병직 교수가 현재 뉴라이트 진영의 대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라이트(우파)가 강할 때 레프트(좌파)도 강해진다. 좌·우의 싸움이 서로 밀고 밀리는 ‘제로섬 게임’일 것 같지만 강자끼리 겨룰 때 양쪽의 역량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재 한국의 뉴라이트 이론은 종래 미국의 올드 라이트가 가졌던 단순한 근대화론에 불과하다”고 평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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