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9 janvier 2009

새치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 - 중앙일보 / 2009-01-10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
김광기 외 지음, 동아시아
295쪽, 1만4000원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 도발적인 질문이다. 하마터면 ‘대한민국은 도덕의 적(敵)인가’로 잘못 읽을 뻔 했다. 그만큼 사회에 대한 불신이 크다. 이 ‘불신의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사회학자들이 나섰다. 이 책은 한국사회학회가 기획한 ‘사회학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다. 서문은 “사회학이 딱딱한 학문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는 실사구시의 학문임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80년대 격동의 시대, 사회학은 ‘운동권 학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회적 모순에 대한 모든 해답의 열쇠가 그 학문 안에 숨겨진 듯 여겨졌다. 하지만 그 열쇠로 강의실의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상아탑의 대문을 열었고, 사회학은 거리의 ‘민중’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감격시대’가 지난 뒤 사회학은 거리에서도, 상아탑 안에서도 소외된 듯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학 구하기’라는 미션을 받고 쟁쟁한 사회학자 9명이 나선 것이다.

놀 이공원 안내문도 훌륭한 사회학 텍스트가 된다.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원지의 ‘새치기’ 규정을 놓고 한국사회 불신의 원인을 논했다. 한국에서 ‘새치기’는 경범죄처벌법 1조 48항에 규정돼 있는 엄연한 범죄다. 하지만 조항이 애매하다. 48항 ‘새치기’ 조항은 ‘표를 사기 위해 여러 사람이 줄 서 있을 때 새치기를 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에게 1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한다고 할 뿐이다. 매표소에선 ‘새치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발견할 수 없다. 미국은 다르다. 뉴저지주의 한 물놀이 공원 입구에는 새치기를 한 자는 공원에서 즉시 추방된다는 경고와 함께 규정을 명기해 놓았다고 한다. ‘30분간 줄을 서 있다가 양해를 구한 뒤 화장실을 다녀와서 그 자리에 다시 서도 새치기’라는 것이다. 이 규정은 철저히 지켜진다. 규정에 대한 모호성이 한국사회의 한 특징이 되는 것이다. ‘룰’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사회적 불신을 양산한다. 놀이공원이라면 그 불신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대를 이어 전수된다.

책은 서문에서 ‘쉽고도 재미있는’ 사회학 출판물을 지향했다. 일단 글은 쉽다. 재미는 독자가 찾아야 할 몫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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