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9 janvier 2009

한국의 독특한 ‘종족 민족주의’ - 한겨레 / 2009-01-21

한국의 독특한 ‘종족 민족주의’
신기욱 교수 ‘…계보와 정치’ 출간
한국사회 핵심 조직원리 등 진단

한국 사회의 핵심 조직원리, 한국 사회 역동성의 배후는 무엇인가?

1980년대 초반 미국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 정착한 사회학자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가 25년 동안 집요하게 매달려 온 화두다.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였고, 처음엔 자신이 한국을 떠날 때 이 땅에 폭발적으로 대두하기 시작한 반미운동 해석에 집중했다. 그것은 곧 한국 민족주의 연구로 확대됐다. 반미운동이 한민족 정체성 문제와 원초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6년 스탠퍼드대 출판부에서 낸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이진준 옮김, 창비 펴냄)에서 신 교수는 한국 사회의 주된 조직원리를 “종족민족주의”로 규정한다. 혈통과 인종, 즉 생물학적 특징을 강조하는 종족민족주의의 형성과 발전과정, 그리고 공과를 모르고서는 20세기 한국 사회와 정치의 변화를 읽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21세기 전망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한국 민족주의…>는 이 문제를 역사사회학적이고 정치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한스 콘 이래 도널드 호로비츠에 이르기까지, 민족주의 연구자들은 종족민족주의를 위험하고,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보는 강한 전통이 있다. 신 교수는 유럽적 경험에 바탕을 둔 그런 본질주의 시각이 한국 종족민족주의 해명에 만족스런 답을 내놓을 수 없다고 본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근대에 와서야 지금의 지리·정치적 지도가 형성됐고, 민족주의는 다양한 종족들을 민족이라는 응집력 있는 정치적 공동체로 통합하기 위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기능했다. 민족이란 개념 자체는 서구 근대의 산물이지만 한국은 오랜 영토적 안정 속에 중앙집권적 관료국가가 지속돼 왔고, 근대 이후 한국 민족주의는 유럽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민족주의가 한반도에서 비민족적이고 초민족적인 형태의 다른 정체성들을 물리치고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 것은 필연도 운명도 아니었다. 한반도 종족민족주의의 출현과 지배는 “역사적으로 각인되고, 구조적으로 우연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안과 밖에서 벌어진 논쟁(경쟁)적인 정치가 낳은 산물”이다. 이 역사적 각인과 우연과 논쟁을 관통하는 지배적 사건은 근대와 함께 찾아온 외세의 위협, 곧 제국주의 침략과 한민족의 생존을 위한 저항이다. 종족민족주의는 저항민족주의 담론으로 탄생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파탄과 함께 미국 일극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21세기 동아시아 정세 급변 속에서 그 상황은 연장되고 있다. 따라서 종족적 민족정체성, 곧 종족민족주의가 “예견할 수 있는 미래에 사라지거나 약화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신 교수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유효성을 긍정하면서 결함을 보완하도록 권한다. 종족민족주의는 반식민 저항과 근대화의 동력이었고 통일운동의 이념이었다. 세계화(지구화)도 민족주의 목표를 위해 전유(專有)돼 양자는 상충하지 않고 오히려 친숙했다. 이것이 신 교수가 평가하는 종족민족주의의 ‘보상’이라면, 그 ‘대가’도 있다. 정치·문화·사회적으로 전체주의 세력화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정체성들을 주변으로 밀어냄으로써 자유주의·보수주의·급진주의를 포함한 근대적인 사상과 철학의 빈곤을 초래했고, 독재정부의 시민권과 자유 억압에 동원됐으며, 종족민족주의를 체제 유지를 위해 전유한 남북간의 갈등과 긴장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양날의 칼인 종족민족주의의 ‘대가’와 ‘저주’를 걷어내기 위해선 시민적 민족정체성을 형성하고 민주적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신 교수는 말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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