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4 mai 2009

투기공화국의 풍경 / 이태경 지음/ 학술정보


공감과 공분을 요구하는 '슬픈 종군기' / 프레시안뉴스 / 2009-04-26

이태경은 스스로 '인터넷 칼럼니스트'라 적었다. 그렇다고 일정한 직업이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는 시민운동가다. 또 다른 현직은 대표적 진보계통 종이신문사의 법률관련 일이다. 한편으론 대학원에서 헌법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이태경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지난번 펴낸 칼럼집은 <한국 사회의 속살>이었다. 그의 관심사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가을 '토지정의시민연대'와 '토지+자유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는 교수·연구원들과 함께 <부동산 신화는 없다>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이렇듯 그가 가장 집중적으로 줄기차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속내가 바로 부동산 문제다.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를 들라면 부동산 문제와 사교육 문제가 꼽힐 것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경쟁력 약화, 사회 양극화, 근로의식 저하 등의 근본원인으로 만악의 근원이라 할 만하다. (서문)"

부동산을 토지로 살짝 바꿔보자. 이태경과 연대의 길을 걷는 또 다른 부동산 문제 전문가 대구카톨릭대 전강수 교수가 번역한 책의 한 부분이다.

" 요약하자면 우리는 토지문제가 유일한 사회문제는 아니며, 우리가 제시하는 토지문제 해결책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토지문제가 가장 기본적인 사회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빈곤의 저주를 일소하는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싶다. (로버트 안델슨, 제임스 도오시 <희년의 경제학> 38쪽)"

뒤늦게 이태경을 따라갔던 참여정부

▲ <투기공화국의 풍경>(이태경 지음, 한국학술정보 펴냄) ⓒ프레시안
'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 및 해법에 대한 조그만 실마리'를 사회로 회향하기 위해 그가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투기공화국의 풍경>, 부제는 '부동산을 통해 본 한국사회'다. 역시나 자신의 관심대상은 한국사회 전반이고, 그 중에서도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반성적 고려다. 2부는 이명박 행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현실과 비판이다. 3부는 지난 한 해 그가 가장 집중력 있게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종부세를 둘러싼 종군기다.

각종 인터넷 매체에 대한 기고문으 로 구성된 이 책은, 그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예언자적 사명과 능력을 증명한다. 2006년 10월 27일자 기고문을 통해 그는 노무현 행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조중동과 한나라당, 정부여당, 일부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책임에 의해 실패하고 있음'을 선언한다.

특히 참여정부의 책임에 대해서 직설적이다.

" 첫째, 참여정부는 출발초기부터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을 밝혀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다. … 둘째, 노무현 대통령 이하 고위관료들은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들이 만든 부동산 정책을 과신했다. … 셋째, 참여정부는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할 장치를 마련하지도 않은 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개발을 전국 도처에서 추진해 시장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

2006년 11월 7일, 그는 이미 '토지 임대부 건물 분양방식'을 주창했다. 분양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고, 토지 불로소득이 발생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이유였다. (그는 겸손하게도 216쪽에서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의 원조라 할 토지정의시민연대"라는 문장을 통해 저작권을 공유한다.) 이 방식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 의해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을 달고 환매조건부 방식과 결합되어 정책으로 채택된다. 그런데 '사실상' 실패한다.

그의 분석은 애프터서비스로 이어진다.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정책목표가 불분명하며, 단지 외로운 섬과도 같은 특정 지역을 택해 시범적으로 실시했으며, 분양가격이 너무 높았고,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취약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216-222면) 여전히 그는 일관된 원칙에 바탕을 둔 제도화를 주장한다. 물론 주장의 본질은 이전 공저에서 주장했듯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통째로 도입하는 것이다"로 귀결된다.

2006년 11월 7일 그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도 주문했다. 한참 뒤 참여정부는 이 정책을 채택한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부동산 거품파열이 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이때마다 우리 정부가 자신 있게 내놓는 방화벽 하나가 바로 '우리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낮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일찍부터 이 문제를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연정'의 도래

2006년 11월 13일, 그는 '한나라당의 비극'을 예언한다. 불행하게도 그 예언은 틀렸다.
" 과연 국민들이 다음 대선에서 상위 1%의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펴온 한나라당에게 표를 던질까? 비록 지금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 한들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퇴행적(退行的)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한나라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 한나라당의 비극이 싹트고 있다"

이명박 행정부가 들어섰다.

"ABR(Anything But Roh)이 그대로 관철된 부문이 부동산 정책이었던 것이다.(서문)"

인수위 시절인 2007년 12월 27일, 그는 묻는다. '이명박 당선자, 투기공화국을 원하나?'라는 제목이다. "이 당선자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혹시 대한민국을 투기공화국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82면)"

이태경의 눈에 '부동산 대연정'이 들어왔다. 이때는 2007년 1월 14일이다.

" 대통합민주신당은 지금이라도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부동산 부문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하긴 손학규 대표 체제하의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이미 부동산 대연정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1주택 양도세 즉시 인하는 그 첫 작품이 아닐까? (86쪽)" 그의 염려는 기우가 못됐다. 1주택 양도세 인하에서 종부세 인하로 이어지고 말았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연정은 이태경이 염려한 그대로 현재진행형이다.

규제완화를 이유로, 건설경기 확대를 목표로,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부동산에 대한 모든 멍에는 벗겨졌고,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한국판 '뉴딜'로 되살아난다. 2008년 11월 그는 다시 경고한다.

" 만약 MB정부가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고집한다면 MB정부는 두 개의 길 가운데 하나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지금과 같은 불경기가 계속돼 쏟아지는 공급물량을 수요가 받아주지 못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 둘째, 대내외적 경제조건과 거시적 경제지표들이 호전돼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버블이 형성된 후 붕괴할 가능성. 문제는 두 개의 길 가운데 어떤 것이건 국민경제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232쪽)"

'종부세 종군기'

과연 이 정부는 그의 말을 듣고 있을까. 아마도 듣지 않고 있을 것이다. 경청은 커녕 엿듯지 조차 않는다는 대표적 증거가 바로 종부세 문제다. 그는 이들을 두고 "당신들이 바로 아마추어고, 포퓰리스트다 (93쪽)"라고 일갈한다.

저 자의 '슬픔과 노여움'이 가장 직접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부분은 '종부세 종군기'다. 그는 이 책의 제3장을 '종부세를 둘러싼 싸움의 기록'이라고 이름 붙이고, 11편의 글을 배치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는 그의 고통과 신음소리가 배어 있다.

이태경은 종부세는 결코 징벌적 세금도 아니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도 아닌, 문명의 의무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시민적 책무를 다하자고 주장한다.(148쪽) 만일 종부세 폐지 등을 포함한 한나라당의 공약대로 조세체계가 개편된다면 자치단체들 간의 재정 불균형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한다.(152쪽)

아 니나 다를까, 22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종부세 감소에 따른 지방세수 확충을 위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신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을 설명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부자인 사람들의 세금은 줄여주고, 획일적이고 평등한 소비세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세금은 늘리자는 꼴이다.

2007 년 7월 11일 기고를 통해 경고했던 내용이다. 종부세 폐지 법안을 제출한 강남 3구 출신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날선 비판(154쪽)도 이제와 다시 보니 새롭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종부세 혐오증'을 가만두지 않은 글도 같은 맥락이다.(162쪽) 헌법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헌재가 이번엔 MB정부 우군될 차례?'라며 의심한 것은 2008년 8월 25일이다. 그리고 의심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2008년 11월 13일이다. 그가 그토록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염려한 그 논리 그대로, 부부합산과세의 위헌성을 근거삼아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2008년 11월 13일 헌재는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의 재산까지 공유로 추정할 근거규정이 없고, 공유재산이라고 하여 세대별로 합산하여 과세할 당위성도 없으며, 부동산 가격의 앙등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오로지 세제의 불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2008 년 가을, 헌재 결정 직전까지 그는 가열차게 '헌재는 법정신과 강부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라며 압박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순전히 헌법과 조세법의 입장에서 종부세의 합헌성을 강조하고 설득한다. 한 사람의 시민운동가요,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다.
"(만일 종부세 위헌결정을 내린다면) 헌법재판소가 수호하려는 헌법적 가치는 전체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2%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것임을 헌재 스스로 고백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177쪽)"라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의 예지력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을 떠올린다. 문제는 강만수가 아니라, 헌재의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염려하고 경고했다.(196쪽)

결국 헌재는 그의 예언대로 '강부자를 위해 존재'하는 헌법기관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헌재가 커밍아웃을 하다'라고 선언했다. (205쪽)

'내 집이 없다'

"…
정직하면 잘 사는 날 온다고
성실하면 못 이룰게 없다고
믿음이 깨어지면 또 믿음으로 때우면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버젓이 문패 하나 걸어둘
내 집이 없다

살아온 생애가 한심스럽고
참으로 쓸모없는 인간이라 느끼는
예순의 중반 황혼녘
날 저물면 다들 따스한 불빛 오순도순
새들도 찾아가는 곳 보금자리 같은
그런 내 집이 없다(이상개, '내 집이 없다')"

그렇다. 내 집이 없다. 조금 오래된 통계지 만 2005년 현재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셋방살이다. 셋방 사는 가구는 656만 가구나 된다. 인구수로 따지면 1666만 명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전체 가구의 54%가 무주택 가구다. 자기 집에 사는 가구(45%)보다 당연히 더 많다.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90쪽)

그럼에도 희망이 없다. 유엔정주권회의(UN HABITAT)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rice to Income Ratio:PIR)의 적정 수준을 3-5배 정도로 규정한다. 집값이 연소득의 3-5배 정도면 적당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6년 현재 PIR이 전국 평균 6.5배, 서울은 9.8배, 강남권은 12.8배에 달하고, 해마다 더 증가하는 추세다. (지동현 "주택담보대출의 리스크 관리")

부동산 문제, 솔직하게 내 집 문제는 단순히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다. 슬픔과 노여움의 연대가 필요하다. 공감과 공분이 필요하다. 톨스토이의 소설을 빌 것도 없이, 죽고 나면 고작 내 몸 뉘일 한 평의 땅이면 그만일 터임에도, 지금 우리 사회 최고의 모순은 내 집 문제다.

집 값, 땅값이 한국 사회 모든 가격을 좌우한다. 우리 사회를 집 있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 딱 둘로 갈라놓는다. 아무리 땀 흘려 일한들 부동산 재테크를 넘어설 수 없다. 문제의식과 대안을 위해 저자와 함께 슬퍼하고, 노여워했으면 한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최재천 법무법인한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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