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6 février 2009

월탄 박종화(1901~1981)의 <삼국지>(전10권ㆍ달궁 발행)

평역의 주관·정역의 고집과 다른 '월탄 삼국지' - 한국일보 /2009-02-08

'굼실 굼실 흘러서 동으로 가는 긴 강물/ 낭화(浪花) 물거품이 영웅들의 시비성패 다 씻어가 버렸네./ 머리를 들어 돌이켜보니/ 어허 모두 다 공(空)이로다…'

중국 명대의 문인 양신(楊愼)의 한시 '임강선(臨江仙)'의 유장한 번역문으로 시작하는 월탄 박종화(1901~1981)의 <삼국지>(전10권ㆍ달궁 발행)가 10년 만에 재출간됐다.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는 1964~68년 한국일보에 총 1,603회에 걸쳐 연재됐던, 당대 최고 인기의 신문연재소설이었다. '월탄 삼국지'라는 애칭으로 이문열, 황석영씨의 삼국지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삼국지다.

월탄 삼국지는 1968년 첫 출간된 이후 수차례 판을 거듭하며 출간됐으나 1999년 대현출판사 판을 끝으로 절판돼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삼국지야 늘 동양 3국의 스테디셀러지만 최근 부쩍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은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의 영향이 크다. 2편이 개봉된 '적벽대전'은 촉의 모사 제갈량과 오의 모사 주유의 지략 경쟁과 스펙터클한 전투 신으로 관객몰이에 나섰고, 거기 맞춰 출판가에서도 삼국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한학자 김구용(1992~2001)과 소설가 박태원(1909~1986)을 비롯, 이문열 황석영 김홍신 장정일씨 등의 삼국지가 나와 있다.

다시 선보인 월탄 삼국지는 편역자의 주관적 해석이 강력하게 개입된 이문열씨의 삼국지나, 정역(正譯)을 강조한 황석영씨의 삼국지 등과는 또다른 매력을 만끽하도록 해준다는 평.

한문을 수학했던 월탄의 튼튼한 고전 지식과 교양, '금삼의 피' '임진왜란' '세종대왕' 등을 써서 '한국 역사소설의 대부'로 불린 그의 이야기 전개 솜씨가 잘 어우려져 있다는 평가다.

문학평론가 진정석씨는 "월탄 삼국지는 풍부한 낭만성과 대중성, 한학적 교양을 배경으로 한 유장한 고어투의 문체 등으로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위상을 확보, 번역문학의 새로운 수준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도 해설에서 "고풍의 맛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늘날과 충분히 소통되는 월탄 삼국지는 삼국지 이야기의 세계를 만끽하게 해 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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