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6 février 2009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 정희준 지음 / 개마고원

[인문사회]한국의 스포츠史는 집단환상의 歷史 - 동아일보 / 2009-02-0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로야구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혈 팬이다. 2005년 상원의원 시절 개막전 시구도 했다. 그가 즐겨 쓰던 야구모자는 최신 패션 아이템이 됐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저자는 한국 사회가 스포츠와 주고받은 영향을 되짚으며 이에 대한 답을 유추해 간다. 부제는 ‘스포츠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 광복 이후 군사정권의 스포츠 영화 섹스를 포함한 ‘3S 정책’ 등에 대한 언급을 통해 스포츠가 만들어낸 사회적 판타지가 실체를 드러낸다. 한국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집단의 환상을 만들어낸 도구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매우 ‘한국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 현상의 원인과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업적을 나열하는 스포츠 찬가를 넘어서서 가치중립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드물다. 한국에서 스포츠는 사실적 분석 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 가는데도 유독 스포츠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광복 이후 한국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통로가 스포츠였다. 서윤복의 194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은 이듬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유엔이 공인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이 에피소드는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의 연원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세계 속의 한국’을 목표로 세계 대회 입상에 달려든 것은 당연한 일. 휴전 협정 직후부터 시작된 남북의 체제 경쟁에서도 스포츠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온 국민이 ‘수출 100억 달러’를 향해 뛰던 1970년대. 스트레스 해소 효과에서 휴일의 여흥으로 스포츠를 따라갈 만한 게 없었다. 김일의 레슬링과 수많은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권투가 이 시기를 대표한다. 자살을 결심했다가 ‘4전 5기’ 홍수환의 소식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사업가에 대한 뉴스도 있었다.

1980년대 프로 스포츠는 ‘정치권력의 대중문화 활용 방식을 잘 보여준 장치’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는 스포츠를 통해 역동적 헤게모니를 얻었고, 대중은 점점 동의해 갔다. 지은이는 그 흥미로운 변화의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

앞으로는 어떨까. “상업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쌍발 엔진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전망. 추성훈과 하인스 워드의 사례는 한국 스포츠에 드리운 배타적 민족주의의 명과 암을 함께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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