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3 février 2009

도시.아파트 문화는 어떻게 형성됐나?

아파트에 미치다 / 전상인 / 이숲
도시락 맛보기 / 다빈치 /황기원
명품도시의 탄생 / 매경출판 / 최은수

한국 사회는 도시 중심의 사회다.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도시지역 거주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도시화율은 90.5%로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도시지역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 밀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산다. 좁은 땅에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부는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정책을 폈고 그 결과 아파트는 도시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이처럼 오늘의 한국사회를 대변하는 도시와 아파트에 주목한 책 3종이 나란히 출간됐다.

`아파트에 미치다`(이숲 펴냄)는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아파트를 통해 한국인의 의식을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아파트 보급과 확산의 역사, 우리나라 특유의 아파트 선호 현상을 살피고 나서 아파트 주거형태의 확산 이후 한국사회에는 익명성이 전반적으로 심화했다고 진단한다. 아파트 내부에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감추는 일이 사회적으로 보편화했으며 그런 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로 문패의 실종을 든다.

그러나 아파트는 한편으로는 고립된 섬처럼 살다가 필요하면 섬을 연결할 수 있는 `개폐식 삶`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 진출입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통로인 현관문을 걸어잠그면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궁궐과 성채를 차릴 수 있지만,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이웃이 지척에 천지로 깔린 곳 또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아파트 위주의 주택정책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병리를 어느 정도 호도하고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한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한국사회가 압축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포함한 여러 번의 계급적 위기를 맞이했지만, 자본주의체제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거나 사회주의적 혁명을 추구하는 방향의 진로를 택하지 않은 것은 아파트 공급이라는 물량공세를 통한 노동자계급에 대한 박애주의적 주택정책이 일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그러나 `미쳤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아파트값 상승에 대해 "아파트사회로의 행군이 이 땅의 평범한 시민과 미래세대로 하여금 처음부터 좌절하고 주눅이 들게 만드는 것이 한국사회의 후진성"이라고 개탄하며 20-30대 초반의 사회신참자들이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주거복지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200쪽. 1만2천원.

같은 대학원의 황기원 교수는 `도시락 맛보기`(다빈치 펴냄)에서 `도시`를 구석구석 해부한다. 저자는 자신을 `도시 요리사`로 지칭하며 `도시락(都市樂) 맛보기`라는 책 제목처럼 도시를 즐겁게 맛볼 수 있도록 도시의 어원부터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까지 100가지 메뉴로 나눠 소개한다.

동·서양의 문화사를 아우르며 도시가 어떠한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살기 좋은 미래의 도시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까지 도시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와 저자의 생각을 함께 담아 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336쪽. 1만8천원.

경제신문의 경제·금융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최은수 씨는 `명품도시의 탄생`(매경출판 펴냄)을 통해 돈과 상품, 인재가 전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원심력을 갖추고 인재와 돈이 몰려드는 구심력을 갖춘 `명품도시`의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

글로벌 명품 도시가 갖춰야 할 3대 키워드는 `풍`(豊), `화`(和), `격`(格)이다. 풍요로움을 뜻하는 `풍`은 `살기 좋은 도시`를 의미하며, `화`는 사회 구성원 간의 융화, 복지도시, 글로벌화가 이뤄진 도시를 뜻하는 것이다. 마지막 `격`은 질서와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품격`이 지배하는 도시의 조건이다. 328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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