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3 février 2009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강준만, 오두진 저/ 인물과사상사

한국인은 왜 커피에 매료되었을까. 거기에는 커피가 단순한 음료일 수 없었던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서구화의 상징이자 한국인의 사교행위를 가능하게 해주는 주요 매개 수단이었다.

이 책은 ‘고종황제’에서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110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커피와 다방의 역사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으로 들어온 시기는 대략 1890년 전후로 추정된다. 1888년 개항지인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과 슈트워드호텔이 생겼고 여기에 커피를 파는 부속다방이 들어섰는데, 이게 바로 우리나라 다방의 선구가 됐다.

그러나 커피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러시아인이 전했다 하고, 또 어떤 이는 일본 사람이 전했다고도 한다. 당시는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이권 쟁탈전을 벌이던 때였으므로 외국의 상품들이 물밀 듯 밀려들어온 시기를 반영하는 쟁론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1895년에 발간된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커피가 1890년경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되었다고 적고 있다. 또한 1892년 구미 제국들과 수호조약이 체결되면서 외국 사신들이 궁중에 드나들면서 궁중과 친히 지냈던 알렌이나 왕비 전속 여의였던 호튼 등이 궁중에 전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카카듀’는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다방이 일부 특권계층이나 유한계급 사람들로 출입이 국한됐다. 하지만 1927년 종로 관훈동 입구 3층 벽돌집 1층에 ‘카카듀’라는 다방이 문을 열게 되면서 서구에서와 같이 우리나라도 커피가 예술가들의 삶 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 다방의 주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과 동화를 쓴 이경손이다.

이후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방들이 늘면서 1930년대가 되면 문인들도 다방을 운영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이상의 다방 편력은 화려했다. 이상은 서울 광교에 ‘식스 나인’이라는 이름으로 세 번째 다방을 열면서 종로 경찰서의 허가를 받았다.

종로경찰서는 '69'의 의미를 모르고 허가를 내주었지만, 다방이 개업하기 2∼3일 전에 이상을 호출했다. 뒤늦게 '69'의 뜻을 알게 된 경찰은 이상을 보고 “경찰을 우롱하는 나쁜 놈”이라며 갖은 욕설을 다하고 허가를 취소했다.

다방 등을 통해 정식으로 커피를 접하게 된 엘리트 한국인과 달리 일반인들이 커피를 접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에피소드가 뒤따랐다. 특히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많은 미군들이 주둔하면서 보급물자를 통해 커피를 대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큰 냄비에 커피를 가득 넣고 끓여 마시면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골 학교에서는 미군의 레이션 박스 속에 담겨 있던 커피를 먹고 사람들이 줄줄이 설사를 하게 되자 그게 뱃속에 있는 회충이 죽어서 생긴 일인 줄 알고 커피가 회충약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래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다 뱃속이 이상하다 싶으면 커피 회충약을 먹곤 하는 일도 있었다.

커피는 한국인에게 안정된 미학을 보여주는 음료가 아니었다. 그건 차분한 성찰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언가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는 효용은 있었을지 몰라도 좀 들뜬 분위기가 늘 커피 주변을 맴돌았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곧 ‘인스턴트 커피’를 의미한다 할 만큼 기형적인 인스턴트 커피 대국이 된 건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관련된다. 커피는 수입품이었지만, 이 지구상에 둘도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에서 근대화는 곧 서구화를 의미했고, 커피는 늘 서구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커피가 다수 한국인에게 가져다준 건 늘 ‘분위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좁은 국토, 많은 인구, 빈약한 부존자원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늘 해외로 눈을 돌려야만 했고, 그 결과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70%가 넘게 되었다.

커피가 ‘국민 음료’가 된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늘 서양과 소통하고 싶어 했고, 그런 열망은 커피 사랑으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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