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0 avril 2009

아파트에 미치다-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 전상인 / 도서출판 이숲

아파트,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내시경
사회 환경변화 반영한 효율적 진화 필요
‘아파트에 미치다’ 저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960년대에 단지형 아파트로 지어진 서울 도화동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집을 공급한다는 목적 하에 건설됐고 그 목적은 성공적이었다. 빠르게, 대량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모양은 ‘성냥갑’ 모형으로 일률적으로 공급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또 아파트는 재산증식을 위한 투자대상이 됐으며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로 재테크의 수단이 됐다. 내 집 한 칸 마련하려는 서민들에게 아파트는 너무나 큰 장벽이 된 것이 현실이고 이에 또 비난의 대상으로 낙인 찍혔다. 그러나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서 그리 부정적인 역할만을 한 것은 아니라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는 평가한다.
한국형 욕실이 등장했으며 내부공간은 가족 구성원 사이에 보다 평등한 사회관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미치다-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도서출판 이숲)’의 저자인 전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서양식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화됐으며, 한국의 아파트가 내포한 사회문화적인 다양한 의미를 흥미롭게 다뤘다.
전 교수는 책 속에서 아파트의 급속한 확산, 선호현상을 부의 증식과 신분적 차별화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또 아파트의 개폐식 삶, 주거생활에 내재한 가족주의 중산층 문화를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전통과 관습에 따른 토착화 양상, 아파트 공간 내부에서 발현되는 미시적 권력관계 변화 등의 관점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한국 학자의 아파트 학문적 연구
‘아파트 나라’에 사는 학자로서 의무·특권

2007 년 프랑스 지리학자인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외국인인 저자는 한국의 정치·사회·경제적 변화가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아파트가 도시의 분열을 조장하고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주거형태인가 등에 대해 연구해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아파트와 관련한 연구들은 보통 도시계획, 건축, 주거환경, 부동산 등의 전문가들이 담당하고 있어 지리학자인 저자의 연구는 이슈가 됐다.
2년이 지난 지금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의 ‘아파트에 미치다’ 저서는 한국인이 사회학적 개념에서 아파트를 연구했다는 것이 특이할만하다.
전 교수는 “한국의 아파트 문제는 사회학 연구자에게 무궁무진한 황금어장과 같은 존재”라며 “아파트는 그동안 너무나 가까이 있으면서 익숙해진 존재였기에 학문적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누군가 이 지구상에서 아파트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면 다름 아닌 우리나라 학자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은 ‘아파트의 나라’에 살고 있는 학자로서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주택보급 확대 방안으로 선택
주택문제 해결위한 효율적 돌파구

1960 년대 아파트 건설 초창기 아파트는 그리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주택문제보다는 식량문제가 더 심각했다. 또 전기사정이 나쁜데 엘리베이터는 왜 설치하나, 기름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중앙공급난방방식을 왜 하는지, 마실 물도 귀한데 왜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지 등 아파트 생활의 물질·기술적 여건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컸다.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로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여의도에 시공기술이 한층 발달한 고층 시범아파트가 지어지고 동부이촌동에 3,0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이미지는 날로 변화했다. 198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시대에 들어섰고 정부는 주택보급률의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아파트를 선택, 건설이 가속화됐다.
전 교수는 “1960~70년대 주택보급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아파트는 가장 효율적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였다”며 “성냥갑 아파트라고 비난하지만 아파트가 아니었다면 주택보급률을 높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금이야 성냥갑이다, 비싸다 얘기할 수 있지만 과거 그 상황에서는 아파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근대화·산업화 시대에서 내 집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파트 덕택”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과소비 비판에도 아파트 전성시대 지속될 듯

한 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지 사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사회적 신분의 상징으로 기능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고급형 대단지일수록 아파트 거주가 높은 지위와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이 돼 버렸다. 이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아파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며 아파트가 중심이 된 주택문화는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아파트는 일시적인 가격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고가를 계속 유지할 공산이 크다”며 “아파트가 주택 메인상품이 된 것은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과 함께 차별성이라는 매력이 있어 주택의 과소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의 60% 이상이 132㎡ 규모에 살게 되는 날까지 아파트 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란다, 세족대 등 주거양식·의식 반영
한국적 아파트 주거문화 긍정적 평가

또 한 전 교수는 서양식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외양은 서양식이나 내부구조는 ‘ㅁ’자 전통한옥을 재현하고 있다는 예를 들어 아파트의 한국화에 대해 소개했다. 장독을 놓거나 빨래 건조가 용이하도록 베란다를 배치했다. 외출 후 돌아와 발을 씻는 한국인의 생활습관에 맞춰 세족대를 설치하고 쭈그리고 앉아서 때를 밀 수 있도록 의자가 붙어있는 샤워기나 욕조 등 한국형 욕실도 등장했다.
그는 “아파트의 한국적 토착화는 전통적 삶의 방식을 계속 유지하려는 한국인의 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현관문만 잠그면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될 수 있는 개폐식 삶에 대해서도 아파트의 장점 중 하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는 “경우에 따라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은 부담스러운 사회윤리이기도 했을 지도 모른다”며 “한국인의 깊은 심중에는 더러 ‘섬처럼 살고 싶다’는 욕구가 부지불식간에 내재화돼 있어 나 혼자만의 삶 혹은 가족 단위의 공간적 프라이버시에 대한 내적 갈망의 오랜 누적이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아파트 주거문화를 수용하고 환영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구 내에서는 폐쇄적으로 있다가도 현관문만 나오면 이웃이 지척에 있으니 이 또한 아파트 생활의 장점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또 아파트의 입식생활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는 일단 일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책 속에서 “과거에는 사람이 붙박이고 밥상이나 다기와 같은 가구가 이동했는데 붙박이는 대체로 남성이었고 운반자는 여성이었다. 말하자면 자연스럽게 남성이 여성의 상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거주문화에서는 소파나 식탁, 의자와 같은 신체가구가 일상화됐고 이제 남성도 신체가구를 이용할 때 스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구성원 모두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대적으로 대등해진 것이다”고 전했다.

미쳐버린 아파트 구입 가격
순수한 휴머니즘 왜곡되기 십상

하지만 책의 말미에서 전 교수는 아파트 전성시대를 전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님을 밝혔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가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주택의 가치는 쉽게 계량화됐다. 그리고 재산증식 수단으로 주택수요와 겹치면서 주택의 과소비 현상이 만연해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은 한마디로 ‘미쳤다’고 평가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싸졌다는 것이다.
월급만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는데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허비돼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유력한 해결사는 부모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부모자식 혹은 형제자매 사이의 순수한 휴머니즘이 왜곡되기 십상”이라며 “순수한 마음으로 효도보다는 주택자금 지원을 대가로 한 효도로 효 자체가 돈 많은 상류계급만의 계약적 윤리가 될 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에서는 20~30대 초반 사회 신참자들이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청년주거복지제도 등 제도적 장치를 안정적으로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마 지막으로 전 교수는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시설이나 주거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현대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일종의 내시경”이라며 “주거문화에 관련된 한국인의 일상적인 생활에서부터 한국 사회의 총체적이고도 구조적인 측면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창구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한편 전 교수는 아파트 입주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 등을 대상으로 아파트 관리 만족도, 개선점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아파트신문 설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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