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9 mars 2009

세상을 바꾼 여인들 / 이덕일 / 옥당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였을까? 율곡 이이가 쓴 《나의 어머니 일대기》에 의하면 사임당은 결혼 후 19년이 지나서야 시댁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별다른 내조를 한 것도 없고, 시어머니 얼굴을 처음 본 것도 혼인한 지 3년이 지나서였다. 현모양처 이미지는 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왕건의 손녀 천추태후는 권력욕에 눈먼 음녀(淫女)인가? 그녀는 장성한 아들을 두고도 섭정(攝政)을 감행하고, 여동생의 자식을 없애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정도로 규정짓기에는 그녀가 남긴 족적이 너무 크다고 평한다. 천추태후는 성종의 중국식 유교 정치에 맞서 고려 전통을 지키고 '대제국 고려'를 만들려고 했던 여걸이었다. 김치양과의 간통도 당대의 정조관념으로는 문제 될 것 없었다.

남 성 지배구조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된 역사 속 여성 25명의 이야기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풍부한 사료를 근거로 이들의 실제 인생을 재추적했다. '출가외인'과 '여필종부'의 길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 당당히 살고자 했던 그녀들의 삶과 도전, 성공과 좌절은 남녀평등사회라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책 자체가 현대여성들의 달라진 사회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남성중심사회에 대한 도발인 셈이다.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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