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9 mars 2009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 / 박노자ㆍ허동현 / 푸른역사

’우리 역사 최전선’(2003)과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2005)를 통해 다양한 한국 근대 100년의 모습을 토론하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교수와 허동현 경희대 교수의 또 다른 논쟁을 담은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푸른역사 펴냄)가 출간됐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이 책에서 두 사람은 각각 ’길들이기’와 ’편가르기’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근대 100년을 이야기한다.

한국 근대 100년을 ’길들이기’로 보는 박 교수에게 춘원 이광수는 두 얼굴의 지식인이다. 춘원은 간디에 대한 예찬을 통해 톨스토이의 화두인 평화와 비폭력을 옹호했지만, 한편으로는 ’힘이 있는 자만이 자유와 개성을 논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사회진화론의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을 신조로 삼은 인물이었다.

박 교수는 이런 춘원의 두 얼굴이 민족을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근본단체’로 본 데서 연유한다고 말한다.

그는 춘원이 근대를 배우면서 독립적인 개인의 존엄성과 권리, 개인의 생명과 자존 같은 부분을 거의 처음부터 제외했기 때문이라며 “’계급’을 아예 ’이기적 욕망의 결과물’로만 치부해 배제하고 ’개인을’ 개인 그 자체가 아닌 하나의 부속으로만 인식하는 거대 담론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이와 같은 비극적 결과는 거의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허 교수는 춘원이 한결같이 국가주의 내지는 민족주의 가치를 추구했으며 기독교나 불교를 비롯한 여러 사상은 민족과 국가에 유익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취사선택됐던 종속적 가치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허 교수는 그 근거로 춘원이 1910년에 쓴 ’나(余)의 자각한 인생’ 중 한 구절을 제시한다. 그는 ’국가의 생명과 나의 생명과는 그 운명을 같이하는 줄을 깨달았노라… 나는 이름만일 망정 극단의 크리스천으로, 대동주의자로, 허무주의자로, 본능만족주의자로 드디어 애국주의에 정박하였노라’라는 구절을 통해 춘원이 사회진화론의 세례를 받기 훨씬 이전부터 관념적인 ’민족’이나 ’국가’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허 교수는 춘원이 종교적 사랑을 예찬하면서 한편으로는 일그러진 근대를 찬양한 야누스적 존재라기보다는 ’민족’이라는 실에 자신이 삶의 궤적에서 만난 다양한 사조라는 구슬들을 꿴 일관된 민족주의자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이 밖에도 ’민족개조론’과 ’매춘여성’, ’신여성’, ’한류’(韓流), 식민지 시대의 여성 등 한국 근대 100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쟁하며 ’다원적이고 총체적’인 역사 쓰기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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